우리는 생활속에서 잊혀져가며 살아가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옛일이 생각나면 슬퍼지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며 엷은 미소를 짓기도 한다. 특히나 앞만 보고 달려 간 시간이 길 수록 뒤를 돌아보면, 되돌아 갈 수 없는 길이 너무 멀어져 있다. 요즘같은 세상은 너무 빠른 변화로 인해 숨이 가쁠정도이다. 오늘 이 시간이 멈추지 않는 것처럼 내일은 또 어떤 변화속에서 살아갈까? TV 방송이나, 오래된 사진첩을 들여다 보면서 세월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귀한 자료를 많이 만날 수 있다. 오래전에 TV방송에서 “그때 그 시절”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다. 같은 세대를 살아왔던 사람들이라면 다같이 공감하고 울고 웃었던 방송으로 귀중한 자료를 간직한 사람들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냈던 시간들이었다.
탑골공원 뒤 39x53cm 수채 2019
갤러리와 화가, 그림감상하면 인사동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는 것처럼, 인사동의 문화도 빠르게 변화해 가고 있다. 지난 2013년 인사동의 과거와 현재를 주제로 작품을 선보인 양종석 작가의 전시회가 있었다.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많은 이들이 다같이 공감하였고, 그곳에서 인사동의 역사의 흐름을 볼 수 있는 귀한 전시회로 기억되고 있다.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 그 작품들을 살펴보니, 너무도 많이 변화된 인사동을 볼 수 있었으며, 양종석 작가는 또 하나의 역사의 기록을 남긴 것이다.
북악산(경복궁) 37x52cm 수채 2016
그는 일상의 모든 사물들을 눈으로 본 것을 기억해 내어 작품으로 그려내고 있다. 우리가 자주 가봤던 곳, 다같이 공감할 수 있는 장소, 그곳이 고궁이 될 수도 있고, 공원이 될 수도 있고 시장거리가 되기도 하며, 우리의 눈에 너무도 익숙하여 선명하게 기억되고 머릿속 깊이 남아 있는 그 곳이다. 아침이면 일찍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작품도구를 들고 길을 나선다. 그 이전에 벌써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역사적 현장을 찾아 나섰던 그 곳으로.....
경복궁의 비술나무 27x51cm 수채 2016
성수대교 38x57cm 수채 2016
작가는 도시풍경의 밑그림을 그릴 때 사람의 모습과 자동차, 간판 등을 4B연필을 사용해 보았지만 스케치를 마치고 물감을 입힐 경우 연필이 녹아없어지고 디테일한 장면을 표현하기에 작가가 원하는 만큼의 만족을 주지 못했던 부분을 유성펜을 사용하면서 선과 간판 사람, 자동차등의 섬세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밑그림을 그린 후 아크릴과 색연필, 수채화물감, 콘테 등 혼합재료를 사용하여 마무리를 하게 된다.
테헤란로 46x61cm 콘테,수채 2018
양종석 작가의 풍경화 특징은 그림속에 항상 인물이 등장한다. 그림속에 사람을 그려넣으므로 그림과 감상자가 따로 분리되어 있는것이 아니고 감상자가 그림속에 같이 존재하게 함으로써 장소의 공유성과 풍경감상의 공감대를 확장시키려는 의도가 깃들어 있다.
그는 작품의 주제속에 포함되어진 사람과 자동차 등을 섬세하게 표현내 낼때면 나날이 발전해 가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더욱 그림을 그리는 일에 매진하게 되었고 재미를 느꼈다.
북촌 46x61cm 수채 2019
현장을 스케치하면서 그전에 그냥 지나쳤던 부분들이 작가의 눈에 다시 옮겨지면서 작가로서의 실존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삶이 허무하고 무상함이 들었을 때 그가 그린 저 그림속에 스스로 빠져들면서, 변화무쌍한 모습들 속에서 행복함을 맛보았다. 하루에 작품을 그리는 시간을 3-4시간 기준으로 하여 10호크기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3번 내지 4번 정도 작품의 주제가 되는 곳을 왕래해야 한다. 작가는 감상자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진실하게 역사의 획을 그어나간다.
청량리 시장 46x61cm 수채 2019
왠지 작가의 그림을 보지않고 그냥지나치면 세월속에 묻혀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무언가 우리에게 역사의 시그널을 보내는 것처럼 우리의 감성을 젖게하는 작품들이 완성되어 질때까지 작가는 모든 물체를 응시하고 관조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연출자가 되어 물체의 움직임까지도 화면속에 더 실제적인 느낌으로 표현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보인다. 더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현장에서 이젤을 설치하고 그림을 그릴때는 날씨도 잊고 모든 잡념을 떨치며 작업에만 몰두한다. 작업이 마쳐질때에야 온 몸이 굳어지고 통증이 몰려오는 그런 날을 보내고 있다. 작가는 말한다. “작가 스스로 감동이 되어야 좋은 작품을 그려낼 수 있다”고....
종로3가 국일관 앞 야경 46x61cm 수채 2018
작가 스스로 예전작업과 근작들을 비교해 보면서 살아있는 그림이 되어가고 있음에 기쁘다고 한다. 그의 작품속에 생동하는 주제가 추가되었기 때문이라고, 감상자 또한 같은 마음을 공유함을 볼 때 화가로서의 보람도 느낀다는 작가는 지금은 세운상가와 청계천변의 살아있는 역사를 집중적으로 그리고 있다. 참으로 고마운 것은 인사동을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한 이후 외국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들이 엽서로 제작되어 한국의 정서를 이해하는 가장 큰 고객이 되고 있다.
시청앞 야경 46x61cm 콘테,수채 2019
허리가 없는 미술이 되지말고, 그림그리는 것은 자기와의 싸움이며 많은 공부가 필요한 부분으로 그림을 그릴때마다 장소가 다르고 느낌이 다르듯이 보는 이의 눈도 다르다. 前 이브자리갤러리 관장, 인사동 한갤러리 관장 등 갤러리스트 20년차 경력으로 작가들의 경제적인 고충을 잘 알고 있는 작가는 현실의 미술시장이 낙관적이지 않은 많은 화가들의 아픔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자신이 처음 시작한 자연주의 그림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래서 기쁘다. 이것이 작가가 오랜세월 고뇌하며 한 길을 걸어온 결실이 아닌가 한다. 지금도 이젤을 들고 역사 현장의 한 획을 긋고 있다. 화가로서의 양종석, 그 역사의 현장을 지켜볼 것이다.
종각역이 보인다 46x61cm 수채 2018
글 : 양종석 작가노트
나는 가난한 화가이다. 그러나 내 자존심이 가난한건 아니다. 오로지 한길만 걸어왔다. 북촌동에 스케치하러갈때는 삶은계란 2알로 끼니를 때우며 내가 좋아하는 그림에 몰두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좋은그림은 작가인 내가 만족하고 관람자에게 선보여야 한다. 응시하고 관조하는 눈으로 움직임을 디테일하게 사실적으로 표현해내야 한다. 그렇게 몰두하다보니 작품을 마무리하고 일어설때어야 내 손이 얼어붙은것을 알았고 온몸이 굳은것을 알게 된다.
나는 이렇게 십여년동안 외길을 걸었다. 이제는 내 그림을 알아주는 동료도 생겨났고 한국인의 정서를 선호하는 외국인들도 생겨났다. 오늘의 내가 있음에 감사하다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나는 오늘도 우리의 정서속 역사의 획을 그을것이다
압구정로데오 46x61cm 수채 2018
인사동 46x61cm 수채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