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생명인 말씀(구엔 반 투안)

[엠마오]

말씀은 길이요 생명

1928년 출생, 1953년 사제서품을 받았고, 1967년 나트랑의 주교로 임명되었다. 1975년 사이공의 부교구장 대주교로 임명되었으나, 같은 해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 공산화된 정부에 의해 반체제 인사로 체포되어 13년 동안 감옥 생활을 했다. 1988년 석방되었지만 추방당해 조국을 떠나 로마에서 살았다.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1998년 교황청 정의 평화 위원회 위원장이 되셨고, 2001년에 추기경이 되셨고, 2002년 9월 16일 74세로 로마에서 암으로 선종하셨다.

1975년 그는 주교 서임 8년 차로 왕성하게 사목을 하고 있었는데 체포되고 투옥된 것이다. 그는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된 것을 힘들어하고 괴로워하였다. 어느 날 밤, 마음 깊은 곳에서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 투안 너는 나를 선택했느냐? 내 일을 선택했느냐?” 투안이 대답했다. “예수님 저는 당신을 선택했습니다.” 그때 비로소 괴로움과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아래의 글은 그가 비록 감옥에 갇힌 몸이지만 누구보다 살아 있는 신앙으로 말씀과 성찬의 삶을 살아간 것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성 예로니모는 "나는 주장합니다. 복음은 예수님의 몸이고, 성경은 그분의 가르침입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요한 6,54) 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성찬의 신비에 대한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참된 몸과 피인 성경 말씀으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은 예수님의 몸이며, 말씀에 귀 기울일 때, 그 말씀은 우리 안에 들어오는 그리스도의 피가 됩니다."라고 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계시헌장 23 항은, 말씀의 빵이 우리 양식임을 일깨웁니다. 생명을 주고 정신을 비추어 주고, 의지를 강하게 하며, 하느님께 대한 사랑으로 불타오르게 하며, 삶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양식이라고 말합니다.

바로 이 점에 대해 제 체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 감옥에 있을 때, 저는 그와 같은 상황에서도 하느님 말씀을 살도록 이끌어줄 '성경 말씀 모음'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메모지도 공책도 없었지만, 경찰은 제게 많은 질문을 했고, 종이 쪽지를 몇 장 주며 진술서를 작성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종이 쪽지를 표나지 않게 빼내, 작은 수첩을 만들어, 날마다 제가 기억하는 삼백 문장이 넘는 성경 말씀을 라틴어로 적었습니다. 그렇게 재구성한 하느님 말씀은 저에게 힘과 자양분이 되어, 귀중한 보석 상자요, 날마다 함께 하는 성무일도가 되었습니다. "푸칸 감옥에 있을 때 가톨릭 신자들은 몰래 가져온 신약 성경을 몇 장씩 뜯어 돌려가며 나누었고 나눈 것을 외웠습니다. 그러다 경찰의 발소리가 들리면 그 말씀을 흙 속에 감추었습니다. 밤이 되어 어둠이 내리면 각자 돌아가며 외웠던 것을 암송했습니다. 침묵 가운데 어둠 속에서 하느님 말씀을 듣고 예수님의 현존을 느낄 때, 살아 있는 복음을 온 힘을 다해 암송하는 소리를 들을 때 얼마나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는지 모릅니다. 비신자들도 존경하고 경탄하는 마음으로 하느님 말씀을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은 영이요 생명'이라고 했습니다."(구엔 반 투안 추기경의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며'에서)

(신자들의 집에는 '성경'이 몇 권씩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신앙인은 곁에 있는 그 말씀을 가까이하지 않습니다.' 성경'을 펼쳐 읽고 마음에 새기는 시간을 갖기보다는 텔레비젼이나 컴퓨터 스마트 폰 앞에서 더 많이 시간을 보냅니다. 자유와 평화가 보장된 시간을 어떻게 사는지 돌아볼 일입니다.)

[엠마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구엔 반투안 추기경-

한때 저는 금으로 된 성반과 성작으로 미사를 봉헌하였으나
이제 당신의 성혈은 제 손바닥에 놓여 있습니다.
한 때 저는 대회와 회의를 위해 세계 각지를 여행하곤 했으나
이제 저는 창문도 없는 좁은 감방에 갇혀 있습니다.
한때 는 감실에 모신 당신을 조배하곤 했습니다만
이제 저는 당신을 제 호주머니 속에 밤낮으로 지니고 다닙니다
한때 저는 수천 명의 신자들 앞에서 미사를 봉헌하곤 했습니다만
이제 밤의 암흑 속에서 모기장 밑으로 성체를 전하고 있습니다.
매트 위에서 흰 버섯이 자라는 이 감방, 여기에서 저는 행복합니다.
왜냐하면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고
당신께서는 제가 이곳에서 당신과 함께 생활하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일생 동안 많은 말을 했습니다.
이제 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습니다.
예수님, 이제는 당신께서 제게 말씀하실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