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나" 활동 일지
작성자 | 박건후 | 참여자 | 김정훈, 태야, 임수빈, 김유미 |
일자 | 24.03.21 | 장소 | 문화공간 디디 |
활동시간 | 14:00 - 18:00 | | |
활동 이전 날 새벽 갑작스런 컨디션의 악화로 인해 도당놀이터 활동 시간이 다가올수록 하루 쉬어갈까 고민이 많아졌다. 몸 상태도 상태일 뿐더러 바로 이전 활동에서 아이들과의 활동이 매우 고단했던 터라, 오늘도 저번과 같은 분위기라면 아이들을 향해 긍정적인 면모를 발현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인력이 없었기에 쉬어가는 것은 불가할 것 같았고, 짧은 활동시간 동안 애를 써보기로 맘 먹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아이들 모두가 이전보다 조용하게 맡은 바를 다해주었다.
당일의 주 활동은 블록을 만드는 것이었고, 블록의 난이도가 적당한 덕에 아이들 모두가 무난하게 활동을 따라왔다. 태야는 이전에 만드는 종이 공예(집 만들기) 활동을 마저 하길 원해 블록 제작을 하지 않고 원하는 활동으로 진행했다. 태야도 거의 매일같이 보는 돌봄교실 친구들(정훈, 수빈)과는 어색함 없이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다. 겨울방학 돌봄교실 때 까지만 해도 다수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조금 걱정스러웠는데, 이제는 그때의 모습을 많이 지우고 활달하게 어울려나가고있어 기쁘다.
정훈이 또한 창작, 두뇌 활동마다 보이는 익숙한 패턴(하고싶어 하지 않고 어려워하며 쉽게 포기)을 잠시 보였지만, 자신이 고른 블럭인지라 이후 활동에 몰입하며 차근차근 보조를 받아 블럭을 완성시켰다.
이후 수빈이는 조금 늦게 디디에 도착했는데, 바로 이전 만남과는 또 다르게 선생님들에게 살갑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였다. 이 날은 다른 날과 다르게 조금 차분했으며 도착 즉시 블록 활동에 몰두했다. 오늘은 선생님들에게 날이 선 말을 하지 않았지만, 친구들에게는 그 습관이 조금 남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빈이는 특히 아이들의 외모나 신체적 특징을 꼬집어 놀리곤 하는데, 듣는 입장인 아이들에겐 자아 인식에 상처를 입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빈이가 다른 아이를 놀릴 때면 행동을 저지하고 상황을 무마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안 좋은 이야기를 들은 아이에게도 따로 찾아가 좋은 말을 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미 또한 블록 제작에 잠시 참여했지만 수업과 이후 활동이 있어 오래 같이 있지 못했다. 아직 유미의 주변 친구들에 관해 잘 모르지만, 당장 활동에 있어서는 어울릴 만한 친구가 없어 보이기도 하다. 정훈, 수빈, 태야 셋은 이미 서로 많이 친해진 것과 더불어 유미와의 나이 차이가 있고, 수현이와는 원채 애증(?)의 관계였기 때문에, 어울릴 사람에 관한한 조금 신경이 쓰인다. 수현이는 학교에서 곧 잘 어울리고 있음을 자주 확인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 유미에겐 그런 모습을 확인할 기회가 부족했기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잘 따라주는 아이들 덕에 마음이 놓여서일까, 안 좋았던 몸이 활동을 마칠 때 즈음으론 원래 상태에 가깝게 회복이 됐다. 블록제작 활동을 하는 와중에 정훈이가 작년 멘토인 채림쌤을 보고싶어해 잠시 통화를 했는데, 때 마침 일정과 시간이 잘 맞아 도당놀이터 활동 이후 만남도 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오랜만에 작년의 느낌을 살려 셋이서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활동은 매번 하던 것 처럼 가볍게 인사와 근황을 묻고,저녁식사를 하는 것으로 잘 마무리가 되었다. 한 가지 정훈이를 통해 새롭게 들은 것은, 정훈이가 원래 안경을 쓴다고 한 것이었다. 정훈이가 밖에 세워 둔 자전거가 잘 안 보인다고 여러번 이야기하길래, 눈이 안 좋냐고 물으니 그렇다 했다. 많이 안 보이면 안경을 써야하지 않겠냐 물으니, 안경이 있는데 쓰고싶지 않아 벗고 다닌다고 이야기했다. 꽤나 가까운 물체였음에도 흐리게 잘 안 보인다 한 것을 보아 교정이 필요한 시력임이 분명한데, 불편감을 호소하면서도 착용을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싶었다. '안경 쓰는게 불편해서 그런가?', '안경 쓴 자신의 모습이 싫은거려나?', '렌즈 끼는 법을 알려줘야하나?' 등 많은 생각이 스쳤지만 그냥 그렇게 넘어가버렸다.
가끔은 어쩌면 사소하고 작은 일에 내가 너무 크게 반응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뭐 하나 더 해주고픈 마음이 지나친건가 싶기도 하고, 적당함을 잡아 줄 수 있는 존재가 절실히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첫댓글 건후쌤 컨디션도 안좋은데 활동 고생많았어요ㅠㅠ 정훈이가 채림쌤 엄청 보고 싶어했는데 만나서 좋아했겠어요~ 정훈이가 건후쌤 오는 요일을 다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건후쌤 덕분에 아이들이 디디에 오는 것을 재밌어하고 있어요! 이 날 도당놀이터에서 아이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앞으로는 아이들 활동사진도 넣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적당함을 잡아줄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 알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