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의 모계는 곰에서 변신한 웅녀(熊女)와 연결된다. 곰이 인간으로 변신한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이 곰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단군 신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곰과 일종의 경쟁 관계에 있는 호랑이의 존재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관련된 기왕의 논의에서는 곰과 호랑이를 단순한 동물이 아닌 신성한 존재, 즉 신적인 존재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곰과 호랑이의 존재에 대하여, 이를 토템으로 보는 견해, 지모 신(地母神)으로서 풍요와 다산의 신으로 보는 견해, 산신(山神)으로 보는 견해 등이 있다. 이 중 어느 견해가 타당한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어떤 것으로 보더라도 환웅이 하늘을 대표하는 신적인 존재라면, 곰과 호랑이는 지상을 대표하는 신적 존재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단군 신화에서는 호랑이와 곰 중에서 최종적으로 곰이 변신한 웅녀가 하늘 신인 환웅과 결합한다. 즉 곰이 경쟁 관계에서 승리한 것이다. 이를 통하여 역사적으로 곰과 호랑이로 대표되는 세력 집단의 경쟁 관계를 상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신앙적인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곰을 신성시하는 관념은 시베리아 지역에서 널리 확인되고 있다. 곰은 산신이나 신의 사자, 혹은 샤먼의 수호자, 인간의 조상, 토템 등등으로 숭배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곰에 대한 숭배의 관념이 단군 신화에 투영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곰이 신성한 존재라면 인간으로 변신하지 않고도 환웅과 혼인할 수 있었을 텐데, 왜 굳이 인간이 되어 환웅과 결혼하였을까 하는 점도 궁금한 부분이다. 따라서 곰의 변신 과정에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곰과 호랑이는 인간이 되기 위하여 햇빛을 보지 않고 마늘과 쑥만 먹고 100일을 지내야 한다는 조건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원시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숙의 제의 과정을 보여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곰이 인간이 되는 과정은 시련을 통한 성숙의 과정이고, 이 과정을 통해 비로소 단군 모계로서의 신성한 혈통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즉 곰이 웅녀로 변신하는 과정 역시 단군의 혈통적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신화적 장치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하늘을 상징하는 환웅과 땅을 상징하는 웅녀와 같은 신성한 존재들의 결합이라는 전제를 통하여, 이들의 아들인 단군은 생태적으로 신성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