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회고록 - 석대쓰레기매립장을 파라다이스로 꿈꾸었건만 ⑩ - 마지막회
해운대수목원에 초식동물원을 만들어
아이들이 오게 하자
해운대수목원을 살리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본지에서도 몇 차례 제안한대로 초식동물원, 승마체험장, 애견테마파크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부모들이 몰려올 것이다. 재작년에 해운대구에서 애견테마파크를 건의했는데 담당 공무원들은 규정상 안된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동물원 조성도 마찬가지다. 광릉국립수목원, 백두대간수목원, 경남수목원에는 동물원이 있는데 해운대수목원에도 안될 이유가 없다.
지난 4월 23일 삼정더파크가 문을 닫음으로써 부산은 동물원이 없는 도시가 되었다. 부산의 어린이들은 대구 달성동물원이나 진주 진양호동물원을 가든지 TV 속 동물을 보는데 만족해야할 것 같다. 참으로 부끄럽고 가슴아픈 일이다. 20년 전부터 동래동물원 폐쇄, 좁은 우리의 성지곡동물원, 결국 폐쇄 후 더파크동물원 인가, 사업의 지지부진, 채무보증에 의한 삼정더파크동물원 개장, 적자에 시달리다 폐장 등 지역언론에서 가장 많이 비난을 받은 주제가 더파크동물원 문제일 것이다.
곧 이어 삼정더파크는 2012년 부산시가 삼정기업에 확약한 ‘더파크 정상화를 위한 협약서’에 따라 500억의 범위 내에서 부산시가 동물원을 매입‘하는 의무를 이행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약속대로 하면 부산시는 시민의 혈세로 500억을 물어주어야 하고 다시 동물원을 조성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들여야 할 것이다. 어린이 시민들을 위한 동물원도 하나 제대로 없는 부산이 과연 국제관광도시이자 제2의 대도시라 할 수 있을까?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깝다.
해운대수목원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마치 강원도 산 속에 들어온 것처럼 안락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22만평의 넓은 면적 사이사이에 초식동물원 구역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호랑이, 사자 등 맹수들은 사육비용도 많이 들고 위험하기 때문에 제외하고 다양한 종류의 초식동물을 갖춰 아이들이 직접 우리에 들어가 동물을 만지고 같이 놀 수 있는 동물원을 만든다면 큰 인기를 얻을 것이다.
2007년경에는 승마체험장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승마를 하고 인접한 산림의 5km의 임도를 연결한 외승코스를 추진하기 직전에 수목원 구상 때문에 포기했었다. 3만 달러시대가 되면 승마가 대중화된다는데 지금이라도 승마체험장을 다시 만들면 부산 최고의 승마코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초식동물원과 승마체험장은 조성비용도 얼마 안 되고 민자유치도 가능할 것이다. 초식동물의 생태를 알고 놀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업체나 기관에 위탁하고 소정의 입장료를 받아서 운영하면 예산 투자없이도 가능한 일이다.
동물을 만나고 승마를 즐기기 위해 해운대수목원을 찾지만 자연스레 주위의 잘 갖춰진 수목들에게도 눈길이 가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목원을 찾게 되면 대형 온실과 산림생태관 등을 갖추는 예산 확보도 쉬워질 것이다. 800억 원을 들이고도 문을 못여는 해운대수목원, 20년 넘게 제대로 된 동물원이 없다는 비난여론에 시달리는 부산시로서는 두 개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눈앞에 보인다. 그렇지만 또다른 모험으로 책임지기 두려워 외면하고 있는 부산시공무원들이 답답하다. 이제는 부산시장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과거의 석대쓰레기매립지가 국내 최대의 자연형 동식물원으로 불리는 날이 곧 오기를 기대한다.
20년 전 부산시 녹지사업소장으로 부임하여 석대쓰레기매립장을 파라다이스로 꿈꾸며 8년에 걸쳐 야생화, 허브, 습지생태원, 대나무품종원, 주말농장, 승마체험장 등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자연 속에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파라다이스에 가깝다는 감상에 젖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그린벨트 규정 위반의 불법복토라 징계받고, 그에 따라 사업자들로부터 민형사 소송을 당해 5년을 가슴 졸이기도 했다. 해운대수목원 조성에 앞서 공청회장에서 8년 동안 애써 만든 것들을 그대로 두자며 시민들 앞에서 시장 뜻에 반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여 승진을 앞두고 1년의 장기연수가 결정되어 깊은 좌절을 맛봐야 했다.
이제 와서 “지나고 보니 당신 생각이 옳았어” 하는 얘기를 들으며 개인적인 위안으로 삼을까?
(끝)
지금까지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김영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