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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견물생심 황태후와 헤어진후 위소보는 거처로 돌아왔다. 그는 오늘 있었던 일 들에 대해 해로공에게 일일이 설명해 주었다. 해로공은 전혀 놀라거나 의아한 빛을 띄우지 않고 덤덤히 말했다. "요 며칠 안으로 그럴 줄 알았다. 황상의 참을성은 정말 선황보다도 뛰어나구나." 위소보는 크게 의아해 물었다. "공공께서는 벌써 알고 계셨습니까?" 해로공이 말했다. "내가 어떻게 알겠니. 다만 벌써부터 짐작을 하고있었을 뿐이다. 황 상께서 씨름을 배운다는 것은 어린애이니만큼 좋아한다고 할 수있지. 그러나 삼십 명의 소태감에게 씨름을 배우게 한다는 것은 무엇때문일 까?" (이 늙은이는 눈이 멀었어도 모든 일을 미리 내다보고 있었구나.) 해로공이 물었다. "황상은 너를 데리고 가서 황태후께 인사를 시키더냐?" "녜" 그리고 위소보는 생각했다. (또 알고 있었구나.) 해로공이 말했다. "황태후는 너에게 무엇을 내렸지?" "상을 준 것은 없어요. 다만 저에게 육품이라는 품급을 내리시면서 수령태감의 직책을 주었을 뿐이예요." 해로공은 빙그레 웃었다. "좋아. 나보다는 한 계급만 낮을 뿐이다. 나는 소태감에서 수령태감 이 되기까지 십삼년 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위소보는 생각했다. (이 며칠 안으로 나는 떠날 것이다. 당신은 나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었지만 나는 오히려 당신의 눈을 멀게 했으니 장말 생각하면 미안한 일이다. 본래 나는 몇권의 경서를 훔쳐 당신에게 주었어야 했지만 훔 칠 수가 없으니 어떻게 하랴.) 해로공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너는 오늘 큰 공을 세웠다. 이후 서재를 출입하는 것은 더욱더 쉬 워질것이다." "그래요, 그 사십이장경을 훔치기는 더욱 쉬워졌어요. 공공께서는 눈이 좋지 않으신데 그 경서는 어디에 쓰려고 그러십니까?" 해로공은 나직이 말했다. "그렇지 , 나는 눈이 멀어경서를 본다고 하더라도 읽을 수야 없지. 너는....너는 나에게 읽어줄수 있지 않느냐? 네가 한평생 나를 모시면 서 .... 옆에서 사십이장경을 읽어주면......" 갑자기 말을 하다가 격력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위소보는 그가 허리를 구부리고 크게 기침을 하는 것을 보고 연민의 정을 느끼며 생각했다. (이 늙은...늙은 이는 정말 괴팍하구나.) 그는 속으로 늙은 폐병장이라고 부르려다가 차마 부를 수 없어 그저 늙은이라고 한 것이었다. 이 날밤 해로공은 종종 기침을 해댔다. 이튿날 위소보가 서재로 가서 시중을 들게 되었을 때 서재밖의 시위 들은 이미 새 사람으로 비뀌어져 있었다. 강희가 서재에 들어선후 강친왕과 생액도가 들어와 문안 했다. 그들은 황궁대신들과 조사한 끝에 오배의 큰 죄를 모두 삼십 가지 나 밝혀냈다는 것이었다. 강희로서는 뜻밖이었다. "삼십개나? 그렇게 많소?" 강친왕은 말했다. "오배는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원래 삼십 죄목만 되었겠습니까만 소신들은 황상의 높으신 뜻을 받들어 너그럽게 처리한 것입니다." "그랬군.삼십 죄목이라면 무엇무엇이오?" 강친왕은 한 장의 백지를 꺼내어 읽었다. "오배가 군주를 업수이 여긴 것 간악한 무리를 지어 이용한 것 패거 리를 지어 정사를 논한 것 물건을 주어모으고 간악한 자들을 키운 것 소극살합을 함부로 죽인것 그 자신이 거느리는 기군을 편들어 좋은 땅 을 차지 한것 황태후마마를 가볍게 여긴것....." 그는 한조목 한조목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서른 번째 죄목을 읽게 되었는데 그 죄명은 다른 사람의 무덤을 자기 집안의 풍수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칙명을 내려 옮기게 한 내용이었다. 강희는 말했다. "알고보니 오배 녀석은 나쁜 짓을 많이 했군. 경들은 어떤 형벌을 내릴 작정이오?" 강친왕은 말했다. "오배는 극악무도한 자라 원래는 능지처참을 하여야 하겠으나 신등 은 황상의 너그러운 은덕을 생각하옵고 그를참수형에 처할 작정입니 다. 그리고 그의 일당인 필융(必隆) 반포이선(班布爾善) 아사합 등도 모두 참형에 처할 것 입니다." 강희는 생각해보더니 말했다. "오배는 큰 죄를 지었으나 그는 고명대신이고 또 오랫동안 나라에 충성을 다했으니 죽음을 면하도록 하시오. 그리하여 파면하고 구금하 되 영원히 석방하지 말고 그의 가산을 몰수하도록 하시오. 같은 일당 은 그대들이 원한대로 참형에 처하도록 하시오." 강친왕과 색액도는 무릎을 꿇고 큰 절을 했다. "황상의 너그러움은 옛날의 명군들도 미치지 못하는 바입니다." 이날 대신들은 강희 앞에서 오배와 그 일당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를 서둘러 의논했다. 대신들은 강희황제에게 양황기(양黃旗)와 정백기 (正白旗)가 어떻게 싸웠는가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드렸다. 위소보는 들어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다만 오배가 양황기의 기주 (旗主)이고 소극살합이 정백기의 기주였으며 그들 두사람은 좋은 밭과 땅을 갖기위해 싸운 나머지 물과 불의 관계였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 이었다. 그런데 소극살합은 결국 오배에게 죽임을 당하게 되었고 그 이후 정백기에 속하는 많은 재산과 전답은 양황기 쪽에서 가로채 갔다 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정백기의 대신들은 황제에게 그 땅을 되돌 려 주어야 한다고 청을 했다. 강희는 말했다. "그대들은 가서 공정하게 논의하여 정한 이후 짐에게 보여주도록 하 시오. 양황기는 상삼기 가운데 하나외다. 오배는 죄는 지었으나 죄인 들 전부에게 죄를 줄수는 없는 일이오. 우리는 무슨 일이나 공평하게 해야 될 것이오." 뭇 대인들은 모두 절을 했다. "황상께선 영명하십니다. 양황기의 모든 죄인들은 성은에 감복할 것 입니다." 강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물러들 가시오. 색액도만은 달리 할 말이 있으니 남으시오." 대신들이 물러가기를 기다려서 강희제는 색액도에게 말했다. "소극살합이 오배에게 죽음을 당한 이후 그의 가산은 모두 오배가 차지했겠지?" "소극살합의 전답과 재산은 국고(國庫)로 몰수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배는 그 당시 친히 사람들을 데리고 소극살합의 집으로 가서 수색을 했는데 적지 않은 금은보화등의 물건은 오배가 가로챈 것이 사실입니 다." 강희는 말했다. "나도 그렇게 짐작했소. 그대는 오배 집에가서 살펴보도록 하시오. 그리고 오배의 가산을 조사하시오. 그리고 본래 소극살합의 재물은 전 부 그의 자손들에게 돌려주도록 하시오." 색액도는 말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는 강희께서 다시 하는 말이없자 천천히 서재 문쪽으로 물러났다. 강희는 다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황태후께서 분부하셨소. 그 어르신께서는 불경 읽기를 좋아하시오. 그리고 정백기나 양황기의 기주에게 모두 한 권씩의 사십이장경이 있 다는 말씀을 들으신 모양이외다." 위소보는 사십이장경이란 말을 듣자 자기도 모르게 전신이 흠칫했 다. 이때 강희는 다시 말했다. "그리고 두 권의 불경은 모두 비단으로 곁장을 씌운 것이오. 정백기 는 하얀 비단으로 씌웠고 양황기는 노란 빛에 붉은 태를 둘러 씌운 것 이외다. 태후께서는 두 권의 경서를 보자고 하셨소. 그러니 오배의집 으로 가거든 재물을 조사하면서 알아보도록 하시오." 색액도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소신은 이대로 가서 일을 처리하겠습니다." 그는 황상의 나이가 매우 어리나 태후에 대해선 지극히 효심이 강하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정대사에 있어서도 태후가 한 마디 분부를 하게 된다면 황상은 분부를 꼭 실천했다. 따라서 황태후가 명한 일이 라면 황상 자신이 하려는 일보다 더 중요시한다는 것도 일고 있었다. 따라서 두 권의 불경을 알아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라 적절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강희는 다시 말을 이었다. "소계자. 네가 따라가 보도록 해라. 불경을 찾게 된다면 두 사람이 함께 가져오도록 해라." 위소보는 기뻐서 재빠리 응낙했다. (해로공이 나에게 사십이장경을 훔치라고 한지도 이미 반년이 흘렀 는데 이번에는 성지를 받들어 불경을 취하게 되었으니 자연 손에 넣을 것은 뻔한 노릇이지.) 위소보는 오배의 집에 모두 세권의 불경이 있어서 자기가 한권을 슬 쩍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한 권은 해로공에게 드려 해로공을 기쁘게 해 주고 싶었다. 새액도는 소계자가 황상이 매우 총애하는 소태감인 점을 잘알고 있 었다. 요번에 황상을 지키고 역적을 잡는데 큰 공을 세웠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속으로 생각해 볼때 두 권의 불경을 가져오는 것 은 그렇게 대수로운 일이 될 수 없었다. 위소보를 데려갈 필요가 없는데 왜 보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자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군. 황상께서는 그에게 덕을 보도록 선처하신 것이다. 오배가 권세를 잡은지도 오래되었으니 집안에는 금은재보가 부지기 수 일 것 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말하면 난 조금도 공로를 세운 것이없다. 그런데 어째서 나에게 재산을 몰수하라고 하셨을까? 그리고 황상께서 소게자와 함께 불경을 취해오라고 한것은 구실이고 감시를 하겠다는 이유가 진짜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오배의 자산을 몰수함에 있어서 지휘권은 소태감에게 있다. 이와 같은 점을 잘못 오해하게 된다면 나 중에 크게 거북하게 될 것이다.) 색액도와 위소보는 궁문 밖으로 나갔다. 색액도의 시종이 말고삐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색액도는 말했다. "계공공 먼저 말에 오르도록 하시오." 위소보는 궁에서 몇달 동안 무공이라고 연마를 한 몸이었다. 크게 진전은 없었지만 행동거지는 상당히 민첩해져 있었다. 거기다 다행이 모십팔에게 ㅁ타는 법을 배웠으므로 이번에는 말을 꺼꾸로 타지 않고 가볍게 말위로 올라탈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오배의 저택에 이르렀을때 오배 집안의 아래 위 사람들은 모조리 잡혀간 후였다. 집 주위를 관병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색액도는 위소보에게 말했다. "계공공, 가지고 놀 물건이 있거든 얼마든지 갖도록 하시오. 황상께 서 그대를 보내 불경을 가져오라 하신 것은 그대가 큰 공을 세운 거서 에 대한 보답을 하자는 것이오. 무엇을 가지든 황상께선 따지지 않을 것이오." 위소보는 오배의 집안 도처에 진주보화가 가득한 것을 보고 그만 눈 이 어지러웠다. 모든 물건이다 좋아 보였다. 양주의 기루에서도 그릇 들을 멋지게 진열해 놓았지만 이곳과 바한다면 찬지간이었다. 처음에 는 그는 무슨 물건이든 다 가지고 싶었다. 그러나 모든게 다좋아 어느 것을 가져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다시 궁에서 나가자고 생각하고 있 던터라 많은 물건을 가지게 된다면 가지고 가기에 불편할 것 같았다. 그리하여 그는 몇 가지 진귀한 물건들만 집어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생액도가 거느린 관리들은 물품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한 가지씩 명부에 올렸다. 위소보는 하나의 보석을들고 바라보았다. 그러자 명부 에 물건 이름을 써 넣던 관리는 그 보석의 이름을 지우는 게 아닌가? 이는 오배에게 그와 같은 물건이 없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 러나 위소보가 가로저으며 보석을 놓자 그 고나리는 다시 명부에 써 넣었다. 이때 한 명의 관리가 재빨리 들어오더니 색액도와 위소보에게 인사 를 하고 말했다. "두 분 대인께 말씀드립니다. 오배의 침실에서 보물을 숨겨두는 곳 을 찾았습니다. 저로서는 감히 함부로 열 수 없으니 두 분께서 그 곳 으러 가셔서 조사를 하시죠." 색액도는 기뻐했다. "그래? 그렇다면 그 곳에 귀중한 물건들이 있겠구나." 그리고 그는 다시 물었다. "그 두 권의 경서는 찾았느냐?" "집안에는 한 권의 책도 없습니다. 다만 몇권의 장부만 있을 뿐입니 다. 저희들은 지금 찾고 있는 중입니다." 색액도는 위소보의 손을 잡고 오배의 침실로 들어갔다. 땅바닥에는 호랑이 가죽과 표범 가죽이 깔려 있었고 벽에는 화살과 칼등이 결려 있었다. 만주무사의 거치른 본성을 그린 셈이라고 할까? 보물을 숨겨둔 곳은 땅에 커다란 구멍을 파고 그 위에 철판을 깔아 덮어둔 곳이었다. 그 철판 위에는 다시 호랑이 가죽을 말아놓았다. 이때는 호랑이 가죽과 철판을 모두 열어젖힌 상태였고 두 명의 위사 가 그 옆에서 지키고 있었다. 색액도는 말했다. "모두 꺼내 보도록 하게." 두 명의 위사가 구덩이 안으로 뛰어들어 동굴 안에 숨겨진 물건을 일일이 올렸다. 두명의 관리가 그 물건들을 받아 조심스럽게 한 쪽의 표범가죽 위에 놓았다. 색액도는 웃으며 말했다. "오배가 좋아하는 보물들은 반드시 이곳에 숨겨 놓았겠군. 계공공 이곳에서 좋아하는 물건을 선택하게 된다면 틀림없을 것입니다. "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겸손해 할것 없습니다. 그대부터 먼저 택하도록 하시오." 그 말을 마치자 그의 눈이 일순 빛났다. 한명의 위사가 하나의 백옥 으로 된 상자를 올렸는데 그 상자 위에는 다섯 글자가 씌여 있었고 씌 여진 곳에 주사로 칠을 해놓았는데 위의 글자가 바로 사십이었다. 위 소보는 급히 받아 옥갑(玉匣)의 뚜겅을 열었다. 과연 한 권의 책이었 다. 책의 겉은 비단으로 씌워져 있고 윗면에 똑같은 다섯자가 씌여 있 었다. "색대인 이것이 바로 사십이장경이죠? 저는 사십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으나 장경이란 글은 알아보지 못한답니다." 색액도는 기뻐서 말했다. "그렇소. 사십이장경이오." "이 장경이란 글자는 정말 알아보기 힘들지만 수고스럽게 생각할 필 요가 없지요. 다섯 글자가 함께 있으며 위의 세 글자가 사십이이니 아 래 두 글자는 반드시 장경이 되지 않겠소?" 색액도는 생각했다.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 그러나 웃으며 말했다. "바로 그렇소이다." 곧이어 위사가 하나의 옥갑을 올렸다. 옥갑 안에는 역시 책이 있었 고 겉장은 노란 비단으로 씌운 것으로 붉은 태를 만들어 놓은 것이었 다. 두 권의 책은 매우 오래된 모양이었다. 세번째의 옥갑이 나타나지 않자 위소보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색액도는 기뻐서 말했다. "계공공, 우리 형제들은 두 사람이 이일을 처리했으니 황태후께서는 반드시 기뻐하실것이며 큰 상을 내리실거요." 위소보는 말했다. "이것이 어떤 불경인지 구경을 해봐야겠군요." 그러면서 그는 책을 펼쳐보려고 했다. 색액도는 속으로 집히는 바가 있어서 웃으며 말했다. "계공공, 내가 한마디 하겠는데 화는 내지 마시오." 위소보는 어려서부터 기녀원에서 남에게 호통을 들어가면서 살아온 편이었다. 새끼니 후레자식이니 하는 욕을 끊임없이 들었다. 그런데 강희 황제의 돌봄을 받고난 이후부터 궁안에서는 어떤 사람이든 그를 보면 모두 공손했다. 그는 열 너댓 살의 어린애였다. 언제 그와 같은 존경을 받았겠는가? 그런데 색액도는 오배의 주택에서 위풍당당했다. 문무관원들은 그를 대하자 모두 전전긍긍했다. 그런데 이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선 그토록 겸손할수가 없었다. 위소보는 마음이 흐뭇해졌고 색액도에 대해서 더욱더 고마움을 느꼈 다. 그리하여 말했다. "색대인께서 분부하실 일이 계시다면 얼마든지 말씀을 해보십시오." 색액도는 웃으며 말했다. "감당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난 갑자기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소. 계공공 이 두권의 경서는 황태후와 황상께서 직접하여 가져오라는 것 이오. 그리고 오배가 장보고(藏寶庫)라고 하는 곳에 숨겨둔 것을 보면 보통 물건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소. 대체 어떤 요긴한 물건인지 우리 는 알수가 없소. 따라서 나 역시 정말 펼쳐보고 싶지만 책 속에 중대 한 글이 씌여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과 황태후께서 우리들이 그 글을 보면 좋아하지 않으실까 두렵구려. 따라서.....따라서.....헤헤헤" 위소보는 그 말을 듣자 즉시 깨닫는 바가 있었다. 속으로 놀라서 재 빨리 경서를 놓으며 말했다. "매우 옳으신 말씀이외다. 색대인께서 말씀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 다. 나는 그 가운데의 이치를 몰라 하마터면 큰 화를 불러일으킬뻔 했 습니다." "계공공은 무슨 말씀을 하시오. 황상께서 우리 두 사람에게 이일을 시켰으니 그대의 일이 바로 나의 일이 아니겠소? 그러니 피차 너니 내 니 할 것이 없소."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는 조정의 대관이고 저는....기껏해야 소....소태감에 지나지 않는데 어찌 그대와 한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있겠소?" 색액도는 방안에 있는 관원들에게 손을 내흔들었다. "그대들은 나가서 기다리게." 관원들은 허리를 굽히고 나갔다. 색액도는 위소보의 손을 잡고 말했다. "계공공 절대로 그런 말을 하지는 마시오. 그대가 업수이 여기지 않 는다면 우리 두사람은 오늘 결의 형제의 예를 맺는 것이 어떻겠소?" 위소보는 깜짝 놀랐다. "제가....제가 그대와 결의형제를 맺어야 한다구요. 내게...자격이 있겠어요?" 색액도는 말했다. "계형제. 다시 그와 같은 말을 하면 그것은 나를 욕하는 것이외다. 무슨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대를 처음 만나게 되었을때 매우 호 감이 가는 것을 느꼈소이다. 우리 형제 두사람은 불당으로 가셔 절을 합시다. 이후는 정말 친형제처럼 지내기로 합시다. 그대와 내가 형제 가 되었다는 걸 다른 사람이 알아서 무엇하겠소?" 그리고 위소보의 손을 꼭 잡았다. 색액도는 그와 의형제를 맺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이제 오배는 무너지고 조정의 권력을 쥔 대신들은 모조리 바뀌어질 것이다. 황상이 자기에게 대한 태도가 무척 온화한 것을 보면 수일 안으로 벼슬이 오 를 것 같았다. 조정에서 벼슬을 하게 되었을때 총애를 받게 되려면 반드시 왕제의 성질이나 심경이 어떠한지 반드시 알아야 했다. 그런데 이 소태감으로 말하면 조석으로 황제와 함께있다. 이 점에서 그 자신에게 좋은 말을 한다면 큰 덕을 보는 것이아닌가? 설사 좋은 말을 하지 않고 황제가 어떤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며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평소 많 은 귀뜸을 해준다면 자기가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훨씬 수월할 것이 고 황제의 마음에 꼭 들 것이 아니겠는가? 그는 본래 벼슬하치 집에서 자랐다. 그의 부친은 고명대신의 우두머리였기 때문에 평소부터 윗어 른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해내는 것이 바로 큰 벼슬을 하게 되는 유일한 요령이라고 했었다. 지금 눈앞에 좋은 기회가 닥쳐온 것이다. 이 소태감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이후 크게 벼슬이 올라가 후작 으로 봉해질 것이고 재상도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 와 같은 생각이 떠오르자 위소보와 결의형제를 맺자고 제의한 것이었 다. 위소보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으나 조정의 벼슬아치들 사이에 그와 같은 요령이 있어야한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다만 이 큰 벼슬 아치가 정말 자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속으로 의기양양해서 말했 다. "그건 나로선 정말 뜻밖의 일이외다." 색액도는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자자.....우리 형제 두사람은 불당으로 가세." 만주인들은 불교를 믿고 있었다. 대신들의 저택에는 하나같이 불당 이 있었다. 두 사람은 불당으로 갔다. 색액도는 향불을 피우고 위소보를 자고 함께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 고 몇번 절을 하고 말했다. "제자 색액도는 오늘......" 그리고 머리를 돌리고 물었다. "계형제 그대의 존성대명은 어떻게 되는가? 아직까지도 가르침을 받 지 않았다니 정말 나도 의리가 없군." 위소보는 말했다. "저는 소계자라고 합니다." 색액도는 미소했다. "그대의 존성은 계이지. 그런데 대명은 어떻게 되시는가?" 위소보는 말했다. "저는 계소보라고 합니다." 색액도는 웃으며 말햇다. "좋은 이름이군 좋은 이름이야. 알고보니 그대는 사람들 가운데 보 물이었군." 위소보는 생각했다. (양주에 있을때는 사람들은 위소보 이후레자식아 하고 불렀는데 소 보란 이름이 뭐가 그렇게 좋아?) 이때 색액도가 말했다. "제자 색액도는 오늘 계소보 계형제와 의형제를 맺게 되었습니다. 이후 복이 있으면 함께나누고 화가 있으면 함께 당할까 합니다. 동년 동월동일 생은 아니나 동년동월동일에 죽기를 원합니다. 이 제자가 만 약 의를 저버린다면 천벌을 받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출세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는 다시 절을 하며 말했다. "형제도 부처님께 절을 하고 맹세를 하게" 위소보는 생각했다. (당신의 나이는 나보다 훨씬 많은데 만약 내가 당신과 동년동월동일 에 죽게 된다면 너무나 손해를 보느게 아니겠소?) 이와 같은 생각이 들자 즉시 그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어쨋든 나는 계소보가 아니다. 아무렇게나 하면 어때?) "제자 계소보는 언제나 황제의 궁에서 소태감 노릇을 하는 사람이고 모든 사람이 소계자라고 부른 답니다. 그리고 오늘 색액도 색형님과 형제의 의를 맺게 되었으니 복이 있으면 함께 나누고 화가 있으면 함 께 당하겠습니다. 동년동월동일생은 아니더라도 동월동월동일에 죽기 를 원합니다. 만약 소계자가 의리를 저버린다면 천벌을 받을 것이며 죽어서 십팔층 지옥으로 떨어져 우두마면(牛頭馬面)의 사자들에게 잡 혀 천년이고 만년이고 환생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는 이모든 재난을 모조리 소계자로 하여금 받도록 했다. 그리고 잇달아 두 개의 동월(同月)이라는 말을 했다. 그러니 동년동월동일에 죽겠다는 말을 동월동월동일에 죽겠다는 말로 바꾼것이었다. 너무나 빠르게 말을 했기 때문에 색액도는 그 가운데 어떤 수작을 부렸는지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위소보는 생각했다. (당신과 같이 동월동월동일에 죽게된다고 하면 그것이야 상관이 없 지. 만약 당신이 삼월초 삼일에 죽었다고 하면 나는 백년후 삼월초 삼 일에 죽게되는 것이니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는 소계자가 죽은 이후 십팔층 지옥으로 떨어져 천만년이 고 환생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사실 그가 마음속으로 바 라는 일이었다. 소계자는 그가 죽엿으니 그의 귀신이 나타나 복수를 하려고 한다면 야단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만약 지옥에서 우두마 면에 붙잡힌다면 위소보는 이세상에서 자연히 태평성대를 누리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색액도는 그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려 마주쳐다보고 여덟번의 절을 했다. 예를 치른후 색액도는 껄껄 웃었다. "형제, 이제 자네와 나는 의를 맺은 형제이니 친형제보다 더욱 더 다정해야하네, 이후 이 형님이 자네의 무엇을 도울 것인지 겸손해 하 지 말고 얼마든지 말을 하게."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그와 같은 말을 하실 필요가 있습니까? 나는 어머니 배속에서 나온 이래 겸손이라는 것이 어떤 뜻인지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형님 도데 체 겸손이라는게 무엇이죠?" 두사람은 서로 마주보고 소리내어 웃었다. "형제 우리 두 사람이 형제의를 맺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해 서는 않되네. 그렇게 된다면 남들이 우리를 경계할지 모르니 말일세. 그리고 조정의 규칙에 의하면 궁밖의 신하들은 내관인 형제와 같은 사 람과는 친하게 지내서는 아니된다고 했네. 그러나 우리 마음 속으로 접어두면 될 것일세." 위소보는 말했다. "옳습니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으로 만 알고 있으면 되는 것이 죠?" 색액도는 그가 영악하고 영리하여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자 더욱 좋아했다. "형제. 남들 앞에서 난 여전히 자네를 계공공이라고 부를테니 자네 는 나를 색대인이라고 부르게. 그리고 며칠 후 우리집으로 오게. 이 형은 자네와 더불어 술을 마시고 연극을 보면서 두 형제기리 한바탕 즐겨보세나." 위소보는 크게 기뻤다. 그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마실 줄도 몰랐다. 하지만 연극을 보자는 말이 그를 기쁘게 했다. 그는 박수를 치며 웃었다. "정말 멋집니다. 멋져요. 저는 정말 연극을 좋아한답니다. 어느날 가면 좋겠습니까?" 양주의 소금장수들은 매우 호화롭게 살았다. 딸을 시집보내거나 아 들을 보아서 생일잔치를 하게 되면 며칠이고 연극을 했다. 위소보는 그러한 날을 만나게 되면 연극무대 앞에서 이라왔다 저리갔다 하며 끼 어들기 일쑤였고 가만히 앉아서 구경을 할때가 드물었다. 상대방은 경 사스러운 날이라 작은 무뢰한을 푸대접하지 않고 밥을 먹여줄 뿐 아니 라 반찬으로 커다란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듬뿍 내놓아 대접하는 것이 었다. 명절날이 되면 더욱 많은 연극을 했다. 그는 연극을 보게 된다는 말에 마음이 흐뭇해 졌다. 색액도는 말했다. "형제가 그토록 좋아한다면 나는 때때로 초청을 하지 분부를 내리 시기만 하게." "그렇다면 내일이라도 되겠습니까?" "좋지. 그렇다면 내일 유시경에 궁문 밖에서 자네를 기다리겠네." 위소보는 기쁜 표정을 띠우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제가 궁을 떠나도 상관없겠습니까?" 색액도는 말했다. "물론 ㄱ찮지. 대낮에는 황상을 돌봐야 하니까 그렇지만 저녁이야 누구도 자네를 상관하지 않는다네. 자네는 이미 수령태감이 아닌가? 그리고 황상께서 크게 총애를 하는 몸인데 누가 자네에게 간섭하겠는 가?" 위소보는 싱글벙글 했다. 그는 내일 황궁에서 조용히 없어질 참이었 다. 그러나 색액도의 그와 같은 말을 들으니 자기의 신분이 달라져 자 유로이 황궁을 드나들 수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는 도망치는 것이 서둘 것 없다고 생각했다. "좋소이다. 한 마디로 약속을 했소이다. 우리 형제 두사람은 복이 있으면 같이 나누고 화를 당하면 함께 맞고 연극이 있으면 함께 봅시 다." 색액도는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자. 이제 우리는 오배의 방으로 가서 보석을 선택하도록 하세." 두 사람은 오배의 방으로 들어갔다. 색액도는 자세히 물건들을 살펴 보더니 물었다. "형제. 자네는 어떤 것을 좋아하는가?" "어떤 것이고 간에 무엇이 가장 좋은 것인지 모르겠어요. 형님이 저 대신 골라 주세요." 색액도는 말했다. "좋아." 그리고 그는 두개의 명주(明珠) 목걸이와 하나의 비취로 깍아 만든 옥마(玉馬)를 들고 말했다. "이 두가지 보물은 매우 값진 것이니 형제가 가지도록 하게." "좋습니다." 그는 명주 목걸이와 옥마를 품 속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눈에 띄는 비수가 보였다. 그 비수는 매우 묵직했다. 그 비수는 자루까지 합해 불과 한자 두치의 길이에 지나지 않았는데 악어가죽으로 만든 칼집에 박혀 있었다. 위소보는 왼손으로 검자루를 쥐고 뽑았다. 그러자 한줄기 한기가 폭 사되며 얼굴이 시큰해졌다. 자세히 비수를 보았다. 칼날은 먹물과 같 았으며 광택이라곤 전혀 없었다. 오배가 비수를 매우 진귀하게 장보고 에 넣은 것을 보건데 반드시 보검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모양이 이토 록 보잘 것이 없지 않은가? 그는 약간 실망을 느끼고 아무렇게나 한켠으로 내던졌다. 그러자 싹 하는 가벼운 음향과 함께 비수는 바닥에 자루가 있는 곳까지 움축 들 어가는 것이 아닌가? 위소보와 색액도는 놀란 소리를 하고 눈을 휘둥거렸다. 위소보가 아 무렇게나 던진 것이라 전혀 힘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비수는 저절로 바닥에 푹 꽂이는데 비수의 날이 예리함은 불가사의 할 정도였던 것이 다. 위소보는 허리를 구부려 다시 그 비수를 들고 말했다. "이 단검은 좀 이상하네요." 색액도는 견문이 넓었다. "보기에 보검인것 같군. 어디보세." 그리고 그는 벽에 있는 한자루의 마도(馬刀)를 집어들더니 말했다. "형제, 그 단검으로 이 마도를 내리쳐 보게." 위소보는 비수를 들고 마도를 내리쳤다. 싹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마 도는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두 사람은 동시에 부르짖었다. "기가 막히군." 이 비수는 세상에 보기드문 보검이었다. 이상한 것은 마도를 자르는 데 마치 나무를 자르는 것처럼 전혀 금속성 부딪치는 ㄴ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색액도는 웃으면서 말했다. "형제가 이와 같은 보검을 찾은 것을 축하하내. 오배의 보물 가운데 아마도 이 검이 으뜸일 것 같네." 위소보는 말했다. "형님. 형님이 원하신다면 제가 양보해드리지요.' 색액도는 연신 손을 흔들었다. "나는 출슨은 무관이지만 이후는 문관이 되고 무관은 그만 두겠네. 그검은 역시 형제가 가지고 놀도록하게." 위소보는 검을 검집에 넣고 허리띠에 달았다. 색액도는 충고했다. "형제 그 검은 매우 짧으니 신발에다 감추는 것이 좋겠니, 입궁할때 남에게 보이지 않게 말일세." 청나라 궁중의 규칙은 당직을 보는 시위가 아니면 칼을 지닐수 없었 다. 그리고 입궁할때도 무기를 가져서는 안 되었다. 위소보는 대답하고 비수를 신발에 숨겼다. 위소보는 그 비수를 얻게 되자 다른 보물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 다. 곧이어 그는 비수를 꺼내 한자루 쇠창을 내려서 싹하고 베어 보았 다. 그러자 그 창은 두토막이 났다. 그는 아무렇게나 마구 단검을 휘 둘렀다. 그 방안의 딱딱한 물건 가운데 그 단검이 닿으면 두 토막이 나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는 비수의 끝으로 탁자 위의 자라를 조각한 나무를 잘랐다. 툭하는 소리와 함께 자라의 목이 탁자에서 떨어졌다. 위소보는 큰소리로 말했다. "오배노형, 어르신께서는 안녕하셨소? 하하하!" 자라는 후레자식을 비유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위소보는 오배를 후 레자식이라고 말한 것이다. 색액도는 이때 열심히 장보고의 다른 물건을 살피고 있었다. 이때 장보고에서 꺼낸 보물 가운데 하나의 시커먼 보물함에 들어 있는 조끼 가 발견되었다. 그는 위소보의 환심을 사려는 판이라 입을 열었다. "형제. 이 옷은 몸에 걸치면 따뜻할거야. 겉옷을 벗고 이옷을 입 게." "그건 또 어떤 보물입니까?" "나도 모르겠네. 어디 입어보게나." 위소보는 주저하며 말했다. "내가 입기에는 큰데요." 색액도는 말했다. "옷이 부드러우니 조금 크더라도 접으면 될것이네." 위소보는 받아들었다. 들고 보니 무척 가볍고 부드러웠다. 그러자 작년 어머니에게 명주 옷을 해달라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 며칠동 안 어머니는 준비를 했으나 무엇이 모자라서 인지 끝내는 만들어 주지 못했다. 이 조끼는 명주옷 보다 더 귀한것 같았다. 다만 빛깔이 검은 것이 흠이었다. (좋았어. 장래 내가 양주로 돌아갈ㄸ 입고 가서 어머니에게 보여 들 려야지.) 그는 겉옷을 벗고 잠뱅이를 입고 다시 겉옷을 결쳤다. 그 잠뱅이는 좀 컷다. 그러나 부드럽고 얇아서 아무런 불편함도 없었다. 색액도는 오배의 보석함을 정리하고 수하들을 들어오라고 명령을 했 다. 그리거 오배의 재산에 대한 계산서를 모았다. 그는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오배 이녀석은 정말 많이도 긁어 모았군. 그의 재산은 내가 짐작했 던 것보다 몇 배나 더 많은걸?" 그는 손을 내저어 부하들을 내보내고 위소보에게 말했다. "형제 한나라 사람들이 오랫동안 벼슬을 하는 것이 재물을 모으기 위해서라고 했네. 이번에 황공하옵게도 황상께서 우리 형제에게 이와 같은 일을 시킨 것은 바로 우리에게 횡제를 하라고 한 것이네. 이 단 자를 나는 약간 고치도록 해야겠내. 이백여 만 냥이나 되는 은자를 얼 마나 보고해야만 되겠는가?" 위소보는 말했다. "그건 저도 모르겠군요. 모든것은 형님이 알아서 하시시오." "단자에 적힌 숫자는 모두 이백 삼십 오만 삼천 십팔냥이네. 나머지 것은 그대로 두고 우리 한 숫자만 지우도록 하세. 그렇게 요술하듯 한 자리 수를 나누는 것이지." 위소보는 깜짝 놀랐다. "형님께서는..... 형님께서는......" 색액도는 웃으며 말했다. "형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는 .....저는 잘 모르겟습니다." 색액도는 말했다. "나는 일백 만냥의 은자를 우리 형제 두사람이 똑같이 나눠 오십만 냥씩 가지자는 것일세. 형제가 적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논하도록 하세 나." 위소보는 안색마저 변했다. 그는 양주 기녀원에 있을때 손에 한두냥 만 있어도 마저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황궁에서 태감들과 놀음 을 하세 되고 그 놀음에서 이기게 되었어도 수십냥이나 일이 백냥의 은자를 지니는데 불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오십만냥을 가질수 있다니 자기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색액도가 조금전 위소보에게 보물을 끊임없이 그의 손에 쥐어준 것 은 바로 그의 입을 막자는 것이다. 그로 해서 황제 앞에서 오베의 재 산잉 실지로 얼마였는가를 알리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을때는 그가 황제 앞에서 조금이라도 그러한 사실을 들먹이게 된 다면 비단 자기가 삼키게된 재산을 모조리 토해내야 할 뿐만 아니라 커다란 죄를 짖게 되어 버을 받을 형편이었다. 따라서 그는 위소보의 안색이 달라지는 것을 보고 재빨리 말했다. "형제가 어떻게 할 것인지 나는 형제의 생각해 따르도록 하겠네." 위소보는 한 숨을 쉬고 말했다. "저는 형님이 알아서 하시라고 했습니다. 다만 저에게 오십만...오 십만냥이나 나눠 준다는 것은 너무나 .....그렇죠.....너무나....많다 는 것입니다." 색액도는 그제서야 큰짐을 내려놓은 듯 소리내 웃었다. "하하하! 많지 않아. 조금도 많지 않다구. 이렇게 하세. 이 곳에 있 는 사람들도 득을 보아야 할 것이니 이형이 오십만냥 중에서 오만냥을 내놓아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지. 그러면 형제도 역시 오만 냥을 내놓도록 하게. 궁안의 비자나 일을 보는 태감들의 얼굴도 단맛 을 보면 아무도 쓸데없는 말을 않을 걸세." 위소보는 걱정이 됐다. "좋긴 좋습니다만 저는 어떻게 나누어 줘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색액도는 말했다. "그건 이 형이 알아서 처리해 줌세. 자네의 체면이 서도록 하고 누 구에게도 죄를 짓지 않도록 할 분 아니라 모든 사람은 계공공은 나이 가 어리지만 일을 처리함에 있어 의리가 있다고 말하도록 해주겠네. 돈이라는 것은 써야 하는 것이야. 자네나 나나 이후 모든일이 순조롭 게 되려면 남의 힘에 의지해야 할때가많은 법이라네." 위소보는 말했다. "예,알겠습니다." 색액도는 웃으며 말했다. "며칠이 지난 후 내가 금포(金鋪)를 몇 집들어 금표(金票)와 은표 (銀票)로 만들도록 하겠네. 모두 일백 냥에 한 장 오십냥에 한 장짜리 로 만들어 놓겠네. 그러면 형제는 몸에 지녔다가 사용하게 될때 금포 에 가서 금은으로 바꾸면 더 편리하고 별탈이 없지. 그 누가 자네의 주머니를 뒤져 형제와 같은 어린 나이게 그토록 많은 값을 지닌 그야 말로 우리 북경성 안에서 손꼽을 수 있는 부자인 것을 알겠나?" 위소보는 생각했다. (사십 오만냥의 은자가 생긴다면 어디다 쓰지? 빌어먹을 매일 같이 돼지 뒷다리에 닭고기를 사서 먹는다해도 한평생 사십 오만냥을 쓰지 못할거야.빌어먹을 양주로 내려가 여춘원보다 십배나 멋진 기녀원이나 한 열곳 세울까보다.) 그는 어릴적 부터 큰뜻을 품고 있었다. 장래 부자가 된다면 여춘원 보다 더 호화로운 기녀원을 세워 거드름을 피워보자는 것이었다. 여춘 원의 주모와 싸우게 되었을때 그는 종종 다음과 같이 부르짖곤했다. "빌어먹을 당신이 여춘원을 경영하는 것이 뭐그리 대단하오. 나는 몇년이후 부자가 된다면 바로 당신네 집 맞은 편에 여하원(麗夏院)왼 쪽에는 여추원(麗秋院) 오른쪽에는 여동원(麗冬院)을 세워 당신네 여 춘원의 손님을 모조리 빼앗고 말겠소. 그러면 당신 집안은 한 사람의 손님도 찾아오지 않을 것이고 당신은 죽을 마시게 될거요." 그리고 기녀원을 열 집이나 세우게 된다면 그를 엄청난 부자라고 생 각하고 양주의 사람들이 모두 그를 다시 쳐다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마음이 흐뭇해졌다. 색액도는 말했다. "황태후와 황상께서는 이 두권의 경서를 찾으라고 지적했으니 이것 이야말로 가장 큰일이라고 할 수 있네. 우린 먼저 이것을 올리도록 하 고 오배의 재산은 천천히 계산하도록 하세."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라고 했다. 색액도는 즉시 두개의 비 단보로 두 옥갑을 쌌다. 두 사람이 나눠들고 황궁으로 들어가 강희제 를 뵈었다. 강희제는 그들이 태후가 분부한 일을 제대로 처리한 것을 보고 매우 기뻐했다. 즉시 위소보에게 들고 뒤를 따르라 하더니 친히 태후궁으로 갖다주었다. 색액도는 내원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다시 오배의 가산을 정리한다고 물러갔다. 강희는 길을 가면서 물었다. "오배, 그 녀석의 집안엔 얼마나 많은 재산이 있던가?" 위소보는 말했다. "색대인께서 지금 조사한 바에 의하면 모두 일백 삼십 오만 삼천 사 백 열 여덟양이라고 하더군요." 그는 숫자를 색액도가 조사했다고했다. 장래 만일 황제가 진상을 알 아낸다 하더라도 책임을 회피할 구실을 만들어 두자는 것이었다. 자기의 사욕을 채우거나 닭,개를 훔치고 잡아가는 것은 위소보가 천 부적으로 지니고 태어났다고 할 수 있었다. 그가 다섯살 나던해 한 기녀가 그에게 한기녀가 그에게 오문전(五文 錢)의 돈을 주면서 거리에 나가 복숭아를 사와 달라고 했다. 그는 일 문의 돈으로 사탕을 사먹고 나머지 사문의 돈으로 복숭아를 사서는 그 기녀에게 주었다. 그 기녀는 그와 같은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복 숭아를 그에게 하나 주었다.위소보는 돈이 자기의 손에 들어왔을 때 약간이라도 긁어내지 않는다면 바보짓이라고 여겼다. 그는 사람에게 발견되었을때를 위해 억지를 쓰거나 부인할 구실을 달아둬야 한다는 사실도 습성으로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그가 머리에 꽁밤을 얻어맞으며 엉덩이를 끝없이 차인 후 얻 게된 고명한 경험이었다. 강희는 코웃음쳤다. "흥, 망할 녀석 같으니! 그토록 많은 백성의 재물을 약탈했구나. 일 백 삼십만 냥이라니. 허허. 정말 대단해."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또 나머지 일백냥은 이미 두 사람이 나눴소이다.) 이런 사이 그들은 어느덧 태후의 자녕궁에 들어갔다. 태후는 두권의 불경을 찾아냈다는 말을 듣고 메우 기뻐했다. 그녀는 손을 뻗어 달려들더니 비단보를 풀고 옥갑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옥갑안의 책을 보더니 환히 웃으며 말했다. "소계자. 너는 정말 착한일을 하는구나." 위소보는 무릎을 꿇고 인사를 했다. "이것은 모두 태후와 황상의 홍복인줄로 아옵니다." 태후는 옆에 있는 나이 어린 궁녀에게 말했다. "예초(蘂-木:밑에 있는 나무목을 빼라는 뜻임:初) 너는 소계자를 뒷 방으로 데리고 가서 밀전과자(密餞菓子)를 좀 내리도록 해라." 그 예초라는 소궁녀는 나이가 약 십삼사세 정도 되었는데 용모가 수 려한 편이었다. 그녀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위소보는 다시엎드려 인사를 했다. "태후와 황상께서 내려주신 상에 감사드립니다." 강희는 말했다. "소계자 과자를 먹고 나거든 거처로 돌아가게. 나는 이곳에서 태후 를 모시고 저녁밥을 먹어야되니까 자네가 돌봐야 할 일이 없네." 위소보는 응낙했다. 그리고 예초를 따라 내당으로 들어갔다. 조그만 방이었다. 예초가 위쪽의 찬장을 열자 찬장 안에는 여러 가지의 떡이나 과자들 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소계자라고 하지요? 먼저 계화송자당(桂花松子糖)을 먹어 보세요." 그녀는 한 상자의 송자당을 내놓았다. 송자향과 계화향이 섞여 있어 냄새만 맡아도 기분이 좋아졌다. 소계자는 웃으며 말했다. "누님도 잡수시구료." 예초는 말했다. "태후께서 그대에게 내리신거지 나에게 내리신 것이 아닌데 내가 어 떻게 훔쳐 먹을 수가 있어요?"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잠깐 먹는다면 보는 사람도 없으니 무슨 상관이 있나요?" 예초는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미소했다. "저는 먹지 않을래요." 위소보는 말했다. "나 혼자 먹고 그대는옆에서 보기만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아 요." 예초는 말했다. "그것은 그대의 복이얘요. 저는 태후님을 모시고 있는 몸으로 황상 을 모셔본적이 없는 몸이나 오늘은 그대가 사탕이나 떡을 먹도록 시중 을 들게 되었네요." 위소보는 그녀가 빙긋 웃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 다. "나는 황상의 시중을 드는 사람으로써 그대가 사탕이나 떡을 먹는 것을 시중들게 된다면 우린 서로 손해보지 않을 것이오." 예초는 소리내 웃더니 곧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빨리 잡수셔요. 태후께서 내가 그대와 우스게소리를 했다는 것을 안다면 아마 화를 내실거예요." 위소보는 양주에 있을때 기녀원에 오락가락하는 여인들을 보아온 터 였다. 그러나 황궁에 들어온 이후 오늘 처음으로 자기 나이 또래의 소 녀와 자리를 같이 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분이 좋았다. 그는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 들어 말했다. "이렇게 하죠. 내가 이 사탕과 떡을 가지고 갈테니 그대는 태후님의 시중을 다 드린 이후 나와서 나와 함게 먹도록 합시다." 예초의 얼굴은 다시 한번 붉어졌다. "안돼요. 태후님의 시중이 끝나게 되면 이미 깊은 밤인걸요." 위소보는 말했다. "깊은 밤이면 무슨 상관이 있나요. 그대는 어디서 나를 기다리겠 소?" 예초는 태후의 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었고 다른 궁녀들은 모두 그녀 보다 나이가 많은 편이라 평소 서로 친하게 지내는 편이 아니었다. 그 런데 오늘 위소보는자기와 함께 사탕과 과자를 먹자고 하는데 그 태도 가 매우 진지한지라 약간 마음이 움직이게 되었다. 위소보는 다시 말했다. "밖에 화원이 좋지 않겠소? 야밤 삼경이면 알 사람도 없구요." 예초는 망설이는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 말했다. "좋아요. 한마디로 약속합시다. 그대는 나에게 민전과를 싸 주도록 해요. 그리고 그대가 좋아하는 것을 좀더 많이 넣도록 해요." 예초는 미소했다. "나 혼자서 먹는게 아닌걸요. 그대는 무엇을 좋아하나요?" 위소보는 말했다. "누나가 먹기 좋은 것을 난 다 좋아한다오." 예초는 그의 말이 메우 달콤한 것을 보고 매우 기뻐했다. 그녀는 즉 시 열 몇가지의 밀전과자와 사탕과 떡을 종이상자에 담았다. 위소보는 나직이 말했다. "오늘밤 삼경 화원에 있는 정자에서 기다리죠." 예초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러나 조심하세요." "그대도 조심하구료." 그는 종이 상자를 들고 거처로 돌아왔다. 그는 본래 소현자로 가장 한 황제와 지극히 재미있게 놀았다. 그러나 진상이 들어나게 된 이후 다시는 그와 함께 놀 수 없었다. 요 며칠 동안 황궁에서 모든 사람들 이 그를 크게 받들어 주기 때문에 매우 기분 좋은 일이라고 느끼긴 했 으나 마음껏 놀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 소 궁녀와 야밤에 만나게 된 것이다. 재미있는 일이기도 했으나 위험이 따르는 일이라 매우 자극적인 일로 느껴졌다. 어려서부터 기녀원에서 남녀의 애정에 대해서 본바가 많지만 그 자 신은 여인과 가까이 해본 경험이 없었다. |
첫댓글 잼 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