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선교 이대로 좋은가?
김영화 선교사
동남아시아가 뎅기열병으로 인하여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올해 캄보디아에서만 182명이 사명하고1만4천여 명이 입원하였다고 한다. 캄보디아 정부의 무차별한 개발정책으로 인해 여기저기 생긴 물 고인 웅덩이들과 늘어나는 관광객들과 비례해 증가한 쓰레기더미들은 뎅기열병을 옮기는 모기들의 번식을 도왔다.
지난 7월17일 캄보디아 정부가 기독교인 전도 활동에 대하여 몇 가지 금지사항을 발표했으며 이로 인하여 캄보디아 선교사들과 세계선교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독교 교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무분별한 지역개발과 관광객들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뎅기열병 창궐을 야기했듯이 캄보디아 정부의 이번 발표는 뚜렷한 선교동기와 전략이 결핍된 장기선교사들은 물론 대책 없이 늘어나는 단기선교여행팀들의 물량공세에 대한 캄보디아의 불교계와 정부의 불편한 심기로 인해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서 “종교의 자유는 인정하지만 다른 종교를 믿거나 종교가 없는 사람에게 선교를 하는 행위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기독교도들은 일반인들을 자신의 종교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중 앞에서 집회를 갖거나 개별방문을 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해 어떠한 금품수수나 기부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캄보디아 정부는 “종교간 갈등을 막기 위해 선교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 당시 필자는 프놈펜에서 방문한 데이브 이버리트 선교사일행과 함께 몬돌끼리의 산지족인 프농족 마을 부스라에 있었다. 프농족의 교회 지도자들과 함께 모임을 갖고 있던 중이었다. 위의 발표에 관한 기사를 전하자 프농족의 한 지도자는 예수님을 따르는 십자가의 길에 핍박과 방해가 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하면서 의연한 태도를 취하였다. 오히려 함께 자리한 선교사들이 그들로부터 격려를 받고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한편 이번 조치로 인해 씨쏘폰의 한 한국인 선교사는 곧 캄보디아에 당도하는 본인의 파송교회 40여명의 단기팀에게 이러한 캄보디아의 정황을 설명해줘야 하는 일에 대해서 무척 난감해했다.
위와 같은 정부의 제재에 대하여 혹자는 최근 7월 초에 프놈펜에서 열린 힐송의 찬양집회가 너무 성황리에 치러졌고 연일 매스컴을 통해서 관심의 초점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6월26일에 승인을 얻은 내용을 7월17일에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옳다. 익히 1999년과 2003년에도 비슷한 발표가 있었는데 특히 2003년은 5년마다 있는 총리 대선이 있던 해였다. 그리고 내년에 총리 대선이 있기 때문에 대다수가 불교도인 국민들의 환심을 사려는 것과 야당의 집회를 간접적으로 막으려는 집권당의 포석으로 보는 것이 더 유력한 것 같다. 그리고 물량공세를 비롯해서 절제되지 않은 단기선교여행팀의 활동들이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일로 인하여 우리를 스스로 돌아보고 선교의 현시점을 점점해야할 시기이다. 필자는 단기선교여행의문제점은 차치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장기선교사들 안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캄보디아를 비롯하여 세계선교의 커다란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이 지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문제는 거품교회이다. 먼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기 위해 서둘러서 교회건물을 짓고 선교사가 현지인 교회를 장기적으로 목회하고 있는 모습들을 종종 볼 수가 있다. 선교는 아직 복음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아 자력으로 토착교회를 세울 능력이 없을 때 외부로 부터 선교사가 파송되어 그 나라(혹은 민족과 부족)의 지도자들을 키우고 그들을 통해 토착교회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본인이 사역하고 있는 캄보디아를 비롯해서 작금의 선교지의 행보는 너무도 원칙으로부터 동떨어져 있음을 절감하고 있다. 교회가 개척된 지 5년이 넘고 10년이 되어도 자립교회로 변모되지도 않고, 선교사들 역시 리더십을 현지인들에게 이양할 계획조차 가지고 있지 않으니,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선교사가 선교후원금으로 목회를 하다가 훗날 그가 그 곳을 떠나게 되면, 이와 같은 교회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교회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가 폐허로 변모하고 만다.
태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캄보디아보다 30년 정도 앞서가는 나라이다. 그래서 태국의 변천사를 보면 캄보디아가 향후 10년 사이 어떻게 될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태국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캄보디아에 온 몇몇 선교사들의 말을 빌려 조심스럽게 전하자면 태국선교는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실패했다고 한다. 태국이 복음을 향해 열린 태도를 취하고 있을 때 선교사들이 현지 지도자들을 충분히 양육하지 못하고 오히려 선교사 주도적인 목회를 하면서 현지교회와 사역자들이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지 못했기 때문에 선교사가 떠나게 되면 그동안 개척된 교회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진다고 한다.
태국 선교의 실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아직 복음을 향해 열린 상태인 캄보디아가 전철를 밟지 않도록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겠다. 현지인 교회 지도자들을 양육하는 것과 더불어서 캄보디아 같은 열악한 농촌이 많은 곳에서 어떻게 하면 그들을 단 기간 안에 자립교회로 성장시킬 것인가를 연구하여 다른 선교사들에게 롤 모델로 제시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두 번째 문제는 다른 선교지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나듯이 캄보디아에서도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수도권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프놈펜의 북부 뚤꼭 지역과 남부의 뚤뚬퐁 지역에서는 한집건너서 한 가정씩 선교사들이살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서로 가까이 있으면서 차별성 없는 사역을 하기 때문에 서로 협력관계가 아니라 경쟁관계 혹은 적대관계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캄보디아는 남한의 1.8배의 넓은 땅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대부분의 주요 국도가 전국에 걸쳐 포장되었기 때문에 지방으로 가는 교통편도 몇 년 전에 비해서 많이 양호해졌다. 이제는 수도권을 넘어서 지방으로, 산지와 오지로 복음을 들고 가야할 때라고 판단된다.
세 번째 문제는 선교자원의 중복투자이다. 이슬람교는 중동의 석유를 수출하여 벌어드린 외화의 일부를 그들의 포교활동자금으로 배정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5~6주 동안 모은 자금이 우리 기독교의1년 선교자금을 능가한다고 한다. 이미 자원 면에서 밀리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는 영적전쟁의 화력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쟁에서 화력이 우세하다고 하여 꼭 승리를 장담할 수는 있는 것은 아니다.
우수한 전략이 있다면 화력에서 열세를 보이더라도 승리할 수 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취하고 있는 모습은 열악한 화력을 가지고도 이를 바르게 판단하지 못하고 전략과는 거리가 먼, 무분별한 중복투자만 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이제 서로 연합을 통해 네트워크를 이루고 정보를 공유하고, 잘하고 있는 사역은 격려하면서 돕고, 취약한 부분을 함께 연구하여 공동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하여 선교의 초심과 달리 자신도 모르게 선교지에서 본인의 아성을 쌓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여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예비하여야 할 것이다.
캄보디아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 선교지마다 후방의 지원부대(후원교회들)와 전방의 전투부대(선교사들)가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사명을 가지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선교하는 것이 절실하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