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이 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출범한지 꼭 일년이 된다. 수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서 출발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외형적으로만 보면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인다. 애초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노인분들이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시설인프라도 걱정과 달리 빠르게 증가하였으며, 정부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요양보호사가 배출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부 요양보호사 인력 교육 등에서 부족한 점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성공적인 제도 안착을 이룩한 것으로 평가하는 듯 하다.
그러나 실제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으로 들어가면 과연 노인장기요양보험이 필요한 제도인가에 대하여 깊은 의구심을 가질 정도로 충격적인 사실을 목격하게 된다.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10여명의 거동불능의 노인분들을 수발하는 현실, 기저귀를 자주 갈 여력이 안되어 식사량을 적게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어느 요양보호사의 증언, 입소 시설에 간호사가 한 명도 배치되지 않고 있는 실태조사 결과는 지금 이 사회가 노인분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를 되묻게 만드는 대목이다.
사실 이러한 일들은 제도 설계부터 예상된 것이었다. 장기요양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 중 일부만 보험으로 마련하고 서비스의 공급은 시장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의 제도가 마련되면 필연적으로 민간 공급자의 이윤 동기가 강화되고 광범위한 질 저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문제제기가 시민사회에서 강력하게 제기되었다. 소위 비영리법인이라는 간판을 걸고 있는 민간기관 조차도 공공성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척박한 한국 땅에서 공급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포기한 순간 장기요양보험은 늪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가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경고를 외면하였다. 시장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고, 시장이 활성화되면 서비스의 질이 좋아질 것이라는 주문만 외웠다.
최근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한 정부의 평가를 보면, 여전히 물량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비스를 받는 대상자가 이 정도로 늘어났으니 잘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옹호론도 등장한다. 시설과 재가를 운영하는 공급자들인 노인분의 돌봄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고 일부 요양보호사 자격 및 보수 교육 등의 문제를 제외하면 하등의 문제될 것이 없다는 황당한 주장도 나온다.
물론 일부 공급자 조직이나 기관은 공급자를 도매급으로 비판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낄 정도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관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제공하는 보험급여만 갖고 시설을 운영할 경우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별도의 예산지원과 공공적 규제 장치가 없는 환경에서 시장중심적 공급운영은 과다 경쟁과 질 저하, 그리고 공급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일하는 사람의 노동권을 고려할 때 현 제도는 전면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한 제도다. 150만원의 많지 않은 월급을 받고 일하던 간병인이 240시간 교육을 받고 요양보호사라는 자격을 취득했는데도 120만원으로 임금이 줄어들고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하거나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열악한 근무조건을 강요받게 되었다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당연하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받는 노인분들에게 제대로 된 돌봄 노동을 기대하기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그 자체가 노동권 침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그 해답이 무엇인지는 이미 1년의 평가에서 자명하게 드러났다. 민간의 공공성이 취약한 한국에서 노인장기요양은 보험만으로 보장될 수 없다는 것이 확실히 드러났다. 의료보장을 위해 건강보험의 보장성 뿐 아니라 의료공급체계의 공공적 재편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과 동일히다. 그러한 기대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정부가 공정한 규제자로서 공공적 역할을 해야 한다. 인력 기준도 대폭 높여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민간부분을 견제하고 규제할 수 있는 공공인프라도 확장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장기요양센터를 통해 민간을 감독할 수 있는 규제 장치를 마련하고 질 높은 서비스가 포괄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사례관리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당연히 돈이 들 것이다. 지자체 예산이 훨씬 더 늘어나야 한다. 정부 예산의 비중도 높여야 한다. 대폭적인 보장성 강화와 공급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제 하에서 건강보험료의 인상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노인장기요양이 현대판 고려장을 합법화시켜주는 제도로 굳어지느냐, 아니면 세대를 통합하고 사회안전망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견인차의 역할을 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