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엉덩이의 힘으로 한다는 말이 있다.
특히 수학을 공부함에 있어 이 말은 불변의 법칙으로 다가온다.
대입을 앞둔 고3 학생들 가운데 수학을 포기했다고 하는,
수포자들이 가끔 상담을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
상담을 하다보면 그들의 답답해하는 마음이 느껴져 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얼마전 중간고사를 치르고 수학에서 고전한 학생들이
공부할 의욕마저 상실해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면
필자가 아는 어떤 학생의 경우가 문득 떠오른다.
그 학생도 고1 때 한자릿수의 점수를 맞고 수포자가 되었다.
대입을 앞두고 도저히 수학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자
고민 끝에 다시 수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뭘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중학교 수학도 잘 기억나지 않는 데다가 따로 과외를 받을 수도 없는 형편인지라
쉬운 수학 학습서 한 권을 정해서 문제와 풀이를 모두 외우기로 작정했다.
문제를 보고 풀이를 하나 하나 따라 써 보기를 여러 달.
드디어 책 한권을 끝냈을 때 비로소 수학의 묘미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고 한다.
누군가 그에게 수학도 암기과목이라고 했던 말의 의미도 그때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수학이 무척 재밌는 과목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수학에 재미를 붙여 가기를 여러 달.
난이도 높은 문제를 놓고 1-2시간씩 씨름하며 문제를 푸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그 학생은 자신의 전략 과목이었던 영어나 국어보다 수학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음으로써 대학에 합격하였다.
필자에게 코칭상담이 들어온 중학생도 시험에서 수학을 망쳤다며
앞으로 시험에 자신이 없어진다고 고민을 하소연하였다.
그 학생이 수학문제를 푸는 모습을 지켜본 결과..
1.풀이과정을 정확하게 손으로 써가며 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2.문제를 많이 풀어보지 않아 기본 연산에서 틀리는 경우가 있었다.
3.개념에 대한 정의를 정확히 알지 못해 문제에 적용하는 힘이 약했다.
4.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인내심을 발휘하여 풀어야 하는데, 5분이 지나자
많이 힘들어하며 포기하는 경향을 보였다. 어떤 문제는 거의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는 모습을 보니 무척 안타까웠다.
필자는 과정 하나 하나를 지적하며 부족한 부분을 함께 궁리하였다.
다시 문제를 풀기를 반복.
5분이 넘고 10분이 지날 무렵 문제를 풀어내자 기뻐 어쩔 줄을 모른다.
코칭을 받으면서 수학을 재밌는 과목으로 여기며,
숙제를 해오는 것을 보면서 다음 기말고사에 향상된 성적을 기대해 본다.
쉽게 포기하는 사람은 수학문제를 풀 수 없다.
오늘 풀리지 않으면 내일 다시 풀어보면 된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냈을 때의 기쁨은 해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안 풀리는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다보면 자연 몰입이 이뤄진다.
몰입체험이 이뤄진 다음부터 공부는 시작이다.
엉덩이의 힘으로 진득하게 생각하고 궁리해보자.
2009.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