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말씀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열두 제자중 하나인 유다가 나타났다.
그와 함께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이 보낸 무리가 칼과 몽둥이를 들고 따라왔다.
배반자가 예수께 다가와서 '선생님' 하고 인사하며 입을 맞추자 무리가 달려들어 예수를 붙잡았다.'
-마가 복음 14:43-46
The Gospel of Judas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가장 다정한 인사인 입맞춤이
배신과 공격의 신호로 쓰였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컬하고 끔찍한 일입니다.
이 소름끼치는 키스의 주인공인 유다, 1년전 이맘 때 부활절을 앞두고
<유다복음>이 공개 되면서 유다는 세상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유다복음서에는 유다가 예수를 팔아 넘긴 것이 사실 배신이 아니라
예수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라는 사실이 적혀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전부터 그노시스파
(Gnosticism 신비적 신앙지식을 중시하던 1~2세기의 그리스도교 일파.
후에 이단으로 배척됨) 중 일부에서 제기 되었습니다.
작년 발견 된 유다복음 사본은 AD300년 전후에 씌어진 것이고
그 원본도 AD100년 전후나 이후에 씌어진 것이라는데
그리스도교에서 정통으로 받아 들여지는 4복음서는 그보다 앞선 AD50~100년 사이에 씌어졌으니,
더 후대에 씌어진 유다복음이 더 신빙성있다고 보기는 어렵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다복음의 공개는 여전히 흥미로운 사건입니다.
유다가 왜 배신을 했을까? 하는 누구나 한번쯤은 가져 본 적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요.
DUCCIO di Buoninsegna
Pact of Judas
1308-11
유다의 배신은 정말 거대한 미스테리이고 그래서 갖가지 추측들이 있습니다.
유다복음 처럼 유다가 사실 배신자가 아니었다는 주장,
유다가 처음부터 예수를 해칠 작정으로 접근한 거짓 사도였다는 주장,
하지만 카톨릭에서는 이 두가지 설 모두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유다가 한때는 진짜 사도였으나 결국 은전 30에 의해
마음이 변하고 타락하여 배신하게 되었다는것이 교회의 견해죠.
마음이 변한 구체적인 동기는 여전히 모호하지만요.
예수를 배신한 유다는 예수가 잡혀가자 곧 후회를 했고 예수를 판 돈을 내던지고 자살을 합니다.
Fra Angelico
El Beso de Judas
1450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공개 한 유다 복음서는 1700 여년 전에 만들어진 진품으로
유다는 예수의 존재와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한 유일한 제자로 그려져있습니다.
유다복음에 따르면, 예수는 유다를 따로 불러 '너는 그들(다른 제자들)을 모두 능가할 것이다.
너는 인간의 형상으로 이 땅에 온 나를 희생 시킬 것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수는 죽음의 예언을 실현하기 위해 유다에게 자신을 고발할 것을 지시한 셈이지요.
예수는 죽음으로써 육체를 벗어나 참된 영적인 존재가 된다는 진리를 유다에게만 알려줍니다.
이를 모르는 다른 제자들은 유다를 배신자로 비난합니다.
예수는 유다에게 '너는 오랫동안 저주받겠지만 그들을 다스리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GIOTTO di Bondone
No. 31 Scenes from the Life of Christ: 15.
The Arrest of Christ (Kiss of Judas)
1304-06
4 복음서에도 이와 관련된 대목이 나옵니다.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서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넘겨줄 것'이라고 말한 다음
유다에게 '네가 할 일을 어서 하라'고 독촉합니다.
이 말을 들은 유다는 밖으로 나가 밀고하죠.
일반적으로 유다의 탐욕을 예수가 간파하고 있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유다 복음은 만찬 사흘 전 예수가 유다에게 밀고를 지시했다고 적혀있습니다.
유다복음은 유다의 위상만 바꾼 것이 아닙니다.
학자들은 기독교의 근간인 부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미로 풀이합니다.
유다복음은 유다가 예수를 고발하는것으로 끝이 납니다.
부활 대목이 없는것이죠.
Rembrandt
돈을 돌려주러 온 유다
1629
예수가 육신을 벗어나는 것으로 영생을 얻기에 굳이 무덤에서 되살아나
승천하는 과정이 불필요하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육체는 영혼이나 정신을 가두는 감옥으로 간주 되었으니까요.
이 같은 인식은 예수 사후 성행했던 그노시스파의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그노시스파는 육체와 정신을 나누는 2원론으로, 인간이 어떤 직관을 통해 육체를 벗어남으로써
신과 같은 영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었죠.
따라서 구원을 위한 부활에의 믿음이 불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기독교가 이들을 이단으로 규정한것이죠.
리옹의 이레네우스 주교는 180년 쓴 글에서 '유다복음'을 이단으로 지목했습니다.
이후 기독교는 그노시스파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신학적 체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유다복음은 거짓경전에 해당하겠죠.
이미 1700여년에 걸쳐 확립되어온 기독교 신앙체계가 유다복음의 등장으로 흔들릴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다빈치 코드'처럼 기독교의 근간을 의심하는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임은 분명하죠.
ANDREA DEL CASTAGNO
Last Supper
1447
ANDREA DEL CASTAGNO
Last Supper (detail)
1447
GIOTTO di Bondone
No. 28 Scenes from the Life of Christ: 12. Judas' Betrayal
1304-06
UNKNOWN MASTER, Italian
Kiss of Judas
13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