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거주하는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는 ”Columbus Dispatch News” 라는 조간신문이 매일 새벽에 배달되어 온다. 정치면, 사회면, 문화면, 스포츠, 광고면 등 여러쪽으로 분리된 이 신문은 한 묶음으로 되어 제법 두툼하고 묵직하다. 그래서 그 많은 신문을 다 읽을수는 없어 대강 주제만 읽고, 혹은 큐폰 같은 것을 가위로 오려내고 또, 중요한 제목이 보이면 내용까지 인내 하면서 읽은 후 그냥 스레기 통에 버린다.
그런데 이 신문을 통하여서 미국인들의 생활 습성 중에서 몇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30~ 40대의 비교적 젊은 층에 속한 미국인들은 주로 스포츠기사를 읽고, 대화의 내용도 대학미식축구와 NFL, 메이저리그 야구, 프로 골프, 자동자 경주등 다양하다. 그런가하면, 도표를 그리면 인생의 하향곡선에 속하는 50대 이후는 사회면의 사망기사(Obituaries)란에 게재된 근래에 돌아가신 분들의 사진과 약력 그리고 장례 안내등이 게재되어 있는 면으로 시선이 먼저 간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꼭 이 면을 오픈하여 먼저 읽은 후 아는분을 찾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도 하고 소식도 전하며 장례식에도 함께 참여한다.
그래서 한번은 그 미국 중년측에 속하는 분들께 질문을 했다. 신문을 받으면 왜 사망기사 (Obituaries) 면을 먼저 읽느냐고?
그러나 나는 그들로 부터 정확한 답변은 찾지를 못했다. 그냥 나이가 드니 이상하게 그쪽으로 시선이 간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며, 혹시나 예전에 같이 근무한 사람이 은퇴후 노후를 보내다가 사망하면 지역신문에 게제되기 때문에, 평소에 그분들의 동향을 알려주고 돌아가신 분들의 장례시간등을 전달하는줄 알았다. 그래서인지 나 자신도 근래에는 신문을 받으면 그쪽으로 시선이 먼저갔으니 우연은 아닌듯 싶고 어떻게 하면 남은 인생을 즐겁고 아름답게 살수 있을지 마음속으로 조용히 생각해 본 적도 있다.
한번은 치과를 방문하여 치료를 받는 중에 치과의사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당신이 이번에 와이프와 왜 이혼을 하느냐고”……… 이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지…. 하두 기가차고 어이가 없어서,
싱긋이 웃어면서 “그렇치 않다” 라고 짧게 답한후,
그런데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 고 물으니 아침 조간 신문을 읽고 알았다고 한다.
마음속으로는 그냥 내 주치의 미국 치과 의사에게 군밤하나 넣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어떡하랴……^^
그도 그를것이 미국의 지역신문에는 사회면에 “출생” “이혼” “사망” 자들의 명단이 정확히 게제되어 나오기 때문에 아마 내 치과의사는 내이름과 비슷한 동양인의 이름을 보고 착각한 모양이다. 하기야 콜럼버스 지역에만 중간돌림자만 다른 미국씩의 이름으로는 동명이인이 되는 한국인 몇분이 있다.
한번은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Mary 라는 여비서의 남편 Larry 라는 분이 수년전에 심장병으로 컴푸터 앞에 앉은 자세로 편한하게 세상을 떠났다. 슬하에 딸만 둘이있고 “경찰관” 으로 은퇴후에도 심장병으로 본인이 언제 죽을지도 모르면서 여러 기관에 하루도 빠지지않고 자원 봉사자로 일을 한다는 예기도 많이 들었다. 여름에는 지역 고교생중심의 야구리그의 감독도 맡아서 그 땡볕에서 직접 게임에 임하는 것을 여러번 구경을 가서 도와준적도 있다. 그러나 그 분이 정녕 생존해 있을적에는 나 자신은 그 분이 그렇게 휼륭하신 분인줄 전혀 몰랐다. 그냥 단순히 Mary 의 남편으로 친하게 지냈다. 그러나 Larry 의 장례식에 집사람과 함께 장례참례를 갔을때, 난 정말 너무나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장례식에 참여한 미국분들이 얼마나 많았어면 Larry 의 시신앞에서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무려 45분이 걸렸으니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예비역 의장대가 시신 앞에 서서 예의를 갖추고 서있고, 직장출근 때문에 장지에는 가진 못했지만 미해군 의장대까지 참여하여 예포까지 소는 장례 행렬과 에스코트 하던 경찰차량들도 진땀을 뺏다는 소식을 나중에 들었다.
참, 미국이라는 나라는 어떻게 생각하면 이상한 나라같기도 하지만, 이런 점에선 정말 좋은 나라다. 이라크, 아프카니스탄등에서 전사한 군인이 운구되어 고향으로 말없이 귀환하게 되면 운구가 지나가는 동안 관공서, 경찰서, 소방서 학교등에서 나온 많은 사람들이 도로변에 서서 미국 성조기를 흔들며 장례행렬이 지나가는 동안 예의를 갖추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글: 손영인
첫댓글 잘 읽었다.
국가를 사랑하는 그 정신이 바로 오늘날의 미국의 힘이 아닐까?
친구도 이제 미국 사람 다 되었구나.
우리나라는 이 작은 나라인데도 지역이 어떻고 출신이 어떻고 하는 걸 보면
아직 많이 먼 나라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