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비피경(非彼經)
어떤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저를 위해 간략히 법의 요점을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그 법을 들은
뒤에 마땅히 홀로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사유하면서 방일하지 않겠습니다.…(내지)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알겠습니다."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가 '세존이시여, 저를 위해 간략히 법의 요점을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그 법을 들은 뒤에 마땅히 홀로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사유하면서 방일하지
않겠습니다.…(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알겠습니다'라고 말하였는가?"
이 때 그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사유하고 기억하여라. 내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만일 너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고 또 다른 사람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라면, 그 법은 마땅히 빨리 끊어 버
려야 하느니라. 그 법을 끊고 나면 바른 이치가 넉넉하여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하리라."
이 때 그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미 알았습니다. 선서시여, 이미 알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간략히 말한 법에서 너는 그 뜻을 어떻게 자세히 이해하였느냐?"
"세존이시여, 색은 나[我]가 아니요, 나에게 주어진 것[我所應]도 아니며, 또한 다른 사람
에게 주어진 것[餘人所應]도 아닙니다. 따라서 이 법은 마땅히 빨리 끊어 버려야 합니다.
이 법을 끊어 버리고 나면 바른 이치가 넉넉하여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도 나가 아니요, 나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며, 또한 다른 사람
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므로 마땅히 빨리 끊어 버려야 합니다.
그 법을 끊어 버리고 나면 바른 이치가 넉넉하여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할 것입니다.
이렇게 저는 여래께서 간략히 말씀하신 법에서 그 뜻을 자세히 이해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너는 어쩌면 그렇게 내가 간략히 말한 법에서 그 뜻을 자세히 이해
하였느냐. 무슨 까닭인가? 비구야, 색은 나가 아니요, 나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며,
또한 다른 사람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법은 마땅히 빨리 끊어 버려야 한다.
그 법을 끊어 버리고 나면 바른 이치가 넉넉하여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은 나가 아니요, 나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며,
또한 다른 사람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법도 마땅히 빨리 끊어 버려야 한다.
그 법을 끊어 버리고 나면 바른 이치가 넉넉하여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는 홀로 고요한 곳에서 꾸준히 힘써 닦고 익히면서 방일하지 않았다.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