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목).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정년퇴임
퇴 임 사
변 종 길 (고려신학대학원)
저는 30년 전에 만 35세의 나이로 고려신학대학원의 교수로 부임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늘 젊은 교수라고 불리었는데, 어느 때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노교수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머리를 염색했더라면 젊은 교수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하나님이 주신 자연을 좋아하고 사랑했기 때문에, 저는 그 자연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지내왔습니다.
그렇게 30년, 60학기를 달려왔습니다. 매주 강의를 준비하고 강의하고 강의안을 정리하면서 지내온 세월이었습니다. 지내놓고 보니 이 일들은 저에게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강의를 즐거워했고, 경건회 설교와 새벽기도를 즐겨 했습니다. 저는 저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다가 이제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40여년 전의 대학 동기들을 돌아보니 그들은 대개 경제학과 교수가 되어 있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제가 정말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들은 육신의 생명을 위해 한평생 수고했지만, 저는 영적 생명을 위해 일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고 보람된 일을 위해, 영원한 진리와 참된 생명을 위해 일하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43년 전에 하나님이 나를 부르셨을 때 주저 없이 순종한 것이 지나놓고 보니, 말로 다할 수 없는 은혜요 축복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이제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움과 섭섭함이 많습니다. 지나고 나면 지난 30년의 일들이 그리울 것입니다. 저는 부산 송도와 인천과 천안에서 좋은 날들을 보내었습니다. 학생 여러분은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과제와 시험으로 정신없이 지나왔겠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면 아마도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하나님이 부르신 한 사람이 우리 곁을 지나갔다.”고.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보니 감사한 일들이 많습니다. 시골에서 소먹이면서 자란 저를 사랑하셔서 영생을 주시고 또 주의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도록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송을 드립니다. 그리고 저를 불러 주셔서 모교인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일하게 하신 교단의 지도자들에게 감사드리고 또 위하여 기도하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지난날들 함께 지내왔던 동료들과 수고하신 직원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의 강의와 설교를 들어 주고 따라준 학생 여러분, 졸업생 여러분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40여년 전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어느 신학교로 가야 합니까?”고 물었을 때 김만우 목사님께서 “고려신학교로 가야지!”라고 하신 말씀에, 고려신학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순종하여 갔었는데, 허름한 목조 건물에 삐걱삐걱 소리나는 초라한 건물이었지만, 거기에 진리가 있었고 하나님의 말씀을 배울 수 있었기에 좋았습니다. 교단이 작다, 지방에 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진리가 있고 바른 신앙, 바른 신학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지나고 나면 많이 그리울 것입니다. 하나님이 은혜로 함께 하셨던 시간들, 성령의 도우심으로 말씀을 강론하던 시절이 그리울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있는 곳으로 여러분이 찾아오시면 반가울 것입니다.
우리 하나님은 좋으신 하나님이고 은혜로운 분이십니다. 앞으로도 이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이 하나님이 함께 하셔서 날마다 은혜 베푸시고 앞날을 선하게 인도해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하나님이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아멘. (2021년 12월 2일 변종길 교수의 고려신학대학원 정년 퇴임사)
첫댓글
이제 은퇴교수님이 되셨는데,
이후에도 할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후배 교수들 눈치 보지 마시고 왕성하게 활동하셔서
선의의 경쟁심을 불러 일으켰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가르쳤던 총신의 교수님들도 이젠 몇 분 안남고
다 은퇴하셨습니다.
퇴임 후에도 몇 분은 열심을 보여줍니다.
박용규 교수님은 건강상의 힘듬을 이기고
왕성한 집필을 하고 계십니다.
교수님이 새로이 발견한 구약의 성령론 부분을
힘있게 말씀해 주신다면 후학도들이 그 선물을
더 완성시킬 수 있을거라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대구 구지에 연구실을 마련하고 집필을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