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여행기
카리브해(海)의 낙원 쿠바(Cuba)
3. 아름다운 도시 트리니다드(Trinidad)
<1> 세계 문화유산 트리니다드(Trinidad)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트리니다드(Trinidad)는 쿠바 중부 남쪽 해안에 있는 자그마한 도시로 인구는 7만 5천 정도이다. 1500년대 초, 설탕 무역의 중심지로 부상하였다는데 근래에는 담배 가공업(Cuba Cigar)이 주요 산업이라고 한다. 산티아고 관광을 마치고 트리니다드로 오는데 꼬박 12시간 30분이 걸린다. 차비는 35꾹(약 4만 3천 원)
카스트로는 공산주의자였지만 가톨릭 성당들을 잘 보호하여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성당들이 많은데 이곳 트리니다드에도 성당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고색창연한 도시의 골목길은 납작한 돌멩이를 깔아 오랜 세월의 흔적인 듯 달아서 반질반질 윤이 난다. 정말 동화 속 마을처럼 정겹다.
<2> 비야 빅토리아(Villa Bictoria)
산티아고에서 트리니다드행 버스를 기다리던 중 정류장 앞 그늘에서 커피를 파는 아낙이 있어 한 잔 마시는데 옆에 앉았던 남편인 듯 젊은이가 나더러 어디를 가느냐고 서툰 영어로 묻는다.
모처럼 영어라 반가워서 트리니다드로 간다니까 머리가 하얀 할머니 사진이 있는 명함을 주며 여기서 자라고 한다. 보통 1박에 30꾹인데 전화를 하더니 25꾹에 해 준다고 하며 사진의 할머니가 자기 어머니란다.
트리니다드에 도착해서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다른 관광객들은 팻말을 보고 만나서 가는데 내 이름 팻말을 들고나온다던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다. 다른 아줌마들이 몇 명이나 들러붙어 자기 호텔로 가자고 조른다.
모두 30꾹을 부르며 가자고 하기에 그냥 따라갈까 하다가 명함을 보여주며 여기는 25꾹에 해준댔다 했더니 서로 덤벼들어 드려다 본다. 그러더니 한 40대의 여인이 반가운 얼굴로 자기가 데려다줄 테니 따라오라고 한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여인이 할머니의 딸이었다.
그 호르헤(Jorge) 할머니네 비야(Villa Bictoria)에서 2박을 했는데 시설도 괜찮았고 중앙광장인 마요르 광장(Plaza Mayor)에서 세 블록 떨어진 곳으로 슬리퍼를 끌고 저녁마다 광장에 나가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행인 것은 할머니가 서투나마 영어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내 방은 2층이었는데 문을 열면 작은 휴식공간이 있고 창 앞에는 새빨간 꽃송이를 매단 엄청나게 큰 나무가 있어 꽃잎이 내 방으로까지 날아든다. 호르헤 할머니께 물어보았더니 꽃나무 이름이 ‘보까 무일리아’라는데 인터넷을 뒤져도 나오지 않는다.
보까 무일리아 꽃 / 초등학교 수업 관람 / 거리의 꽃마차
아침 일찍 마요르 광장으로 가는데 길옆 좁은 골목 속에 학교 팻말이 보이고 초등학생 아이들이 들어가는 모습이 보여 따라 들어갔다. 막 수업이 시작되는 모습이어서 창문으로 드려다 보며 기웃거렸더니 문 앞에 있던 젊은 아가씨는 선생님인 듯 교실에 들어가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한다.
내 직업도 왕년에 초등교사.... 호기심을 못 이겨 사진을 몇 방 찍고 돌아서는데, 요 아가씨 작은 바구니를 앞에 들이밀며 생글생글.... 5꾹(6,000원)을 넣어주었더니 코가 땅에 닿겠다. ㅎ
<3> 트리니다드 성 삼위일체 성당
광장 옆에는 하얀색의 아름다운 성당이 있는데 ‘트리니다드 대성당(Catedral de la Trinidad)’ 혹은 ‘성 삼위일체 성당(Church of the Holy Trinity)’으로 부른다고 한다. 반가운 마음에 성당으로 들어가 여행의 안전을 기원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고 헌금 10꾹(12달러)...
성 삼위일체 성당 / 광장 옆 계단 / 관광객을 기다리는 꽃마차
성당 바로 앞이 대 광장인 마요르 광장(Plaza Mayor)으로 관광객을 부르는 꽃마차가 길거리를 누비고, 골목마다 기념품 가게들이 복작거린다. 광장 바로 옆에는 제법 널찍하고 경사가 완만한 계단이 30~40계단 있는데 그 위쪽은 술과 음료를 파는 카페가 있다. 카페 앞에는 악단이 항상 흥겨운 라틴음악을 연주하고 있어 이곳은 언제나 관광객들이 바글거린다.
<4> 종탑(鐘塔) 박물관
숙소에서 한 블록 거리에는 아름다운 종탑 박물관(Museo Torre Manaca Iznaga)이 있다.
1층은 박물관으로 꾸몄는데 ‘쿠바혁명 박물관’으로 당시의 사진과 사용하던 물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총기류들, 옷가지, 밥그릇, 수첩 등을 전시하고 있고 안쪽 뜰에는 카스트로가 타던 지프(Jeep)도 전시해 놓았다.
거리의 기념품 노점상 / 종탑에서 내려다 본 트리니다드 / 우뚝 솟은 종탑박물관
높은 종탑은 나선형 계단으로 빙글빙글 돌면서 올라가는데 10여 개의 오래된 종들이 사면의 창 앞에 매달려 있다. 종탑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아름답고 소박한 빨간 기와지붕들로 덮인 고색창연한 시가지와 군데군데 푸른 열대 나무들이 들어서 있는 공원들이 평화롭게 펼쳐져 있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남미 나라들의 성당은 모두 종탑들이 있는 것이 특징인데 스페인의 영향으로 삐죽 솟은 첩탑(尖塔) 위쪽은 모두 몇 개씩 종을 설치한 방으로 꾸며져 있다.
골목길을 지나는데 아름다운 합창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성당 건물인데 뒤쪽의 자그마한 홀에서 성당 성가대인듯....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쿠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Buena Vista Social Club)의 대표곡인 찬찬(Chan chan)을 합창으로 부르고 있다. 원래 쿠바 재즈음악으로, 독창으로 부르는 곡인데 합창으로 부르는데도 정말 멋지게 들린다.
Chan chan을 노래하는 성가대 / 성당 내부
De Alto Cedro voy para Marcané Llego a Cueto voy para Mayarí
알토 세드로에서 출발해 마르카네로 간다네. 쿠에토에 도착해 마야리를 향해 다시 길을 떠난다네.
El cariño que te tengo No te lo puedo negar Se me sale la babita Yo no lo puedo evitar
널 향한 내 사랑은 나는 그걸 부정할 수 없어 침이 흐르는 걸 어찌할 수가 없다네
4. 선사(先史) 유적지 비냘레스(Viñales)
쿠바섬 서쪽 끝부분의 산간마을인 비냘레스(Viñales)는 아바나에서 버스로 3시간 30분(184km) 거리에 있는 국립공원으로 흡사 우리나라 설악산과 같은 곳인데 바위암벽에 선사시대 그림이 남아 있는 유적지이다. 해발 135m인 이곳은 선사시대 유적으로 199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는데 1960년 카스트로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동굴 속의 그림을 바위 절벽에 확대 모사해서 조각하고 채색을 했다니 웃긴다. 그 밖에도 인디오 동굴 거주유적, 시가(Cigar)공장과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곳이다.
선사 유적 암벽화 / 비냘레스 성당
버스는 흡사 대관령같이 꼬불꼬불한 고갯길을 끝없이 올라가는데 갑자기 숲 사이로 제법 넓은 분지가 나타나고 그곳에 있는 자그마한 마을이 비냘레스 관광 마을이다.
마을의 가운데 버스 정류장 옆에는 하얀색의 비냘레스 성당(Iglesia del Sagrando Corazon de Jesus)이 들어서 있는데 종탑이 우뚝 솟은, 어디를 가나 비슷한 모습의 스페인식 성당 건물이다. 성당을 중심으로 제법 넓은 도로가 있고 그 양쪽은 온통 식당과 기념품 가게들로 들어차 있는데 생각보다 관광객들이 많고 레스토랑들도 제법 고급스럽다.
한적하고 목가적인 쿠바의 시골 풍경
이곳 중심부를 벗어나면 한적한 시골 마을이라는 인상으로 주변은 높다기보다는 둥글둥글하고 귀여운 산들이 온통 에워싸고 있다.
♤ 총알택시
관광버스는 아바나로부터 차비가 12꾹(15,000원 정도)인데 도착해서 넋을 놓고 구경하고 멋진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맘껏 게으름을 피우다가 알아보니 5시도 안됐는데 돌아오는 버스가 끊겨버리고 말았다. 택시를 물어보았더니 아바나로 돌아가는데 100꾹(12만원)이란다. 꽥~!!
기절초풍.... 이리저리 기웃거리는데 택시 합승을 한다고 호객을 하기에 물어보았더니 1인당 15꾹(18,000원) 이라기에 덥석 올라탔다. 낡아빠진 고물 택시에, 한참을 기다린 끝에 5명을 채우고야 출발하는데...
그야말로 총알택시이다. 부르르 몸서리를 치며 총알처럼 달리다가 갑자기 속도를 늦추기에 웬일인가 했더니 잠시 후 경찰이 과속단속을 하는 곳을 지난다. 기사 녀석은 귀신처럼 경찰이 있는 곳을 아는 모양이다. 아바나에 도착해서는 승객을 집 앞에 데려다주는데 도심에서 조금 먼 내 호텔(Villa)까지 군말 없이 태워다 준다.
♤ 헷갈리기 쉬운 쿠바의 화폐
쿠바는 내국인들이 쓰는 화폐와 외국인(관광객)들이 쓰는 화폐가 달라서 조금 어리둥절할 때가 있고, 좀 고약한 사람들을 만나면 사기를 당하기가 쉬워서 잠시 소개해 본다.
외국인(관광객)들이 사용하도록 발행된 화폐가 ‘꾹(CUC/쎄우쎄)’이고 내국인(쿠바 본토인)들이 쓰는 화폐가 ‘꿉(CUP/쎄우뻬)’인데 1꾹(CUC)이 25꿉(CUP)이다. 엄청난 차이가 있어 거스름돈을 받을 때 주의해야 한다. 1꾹(CUC)이 우리 돈 1,230원 정도이니 거의 미국 돈 1달러와 맞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