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연다는 것은 얼마나 상쾌하고 기분좋은 일인가...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나선 시각은 5시였다.
화곡역까지는 걸어서 20여분 거리다. 큰길을 피해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걸어가는 고즈넉함이 오늘을 설레게한다. 건강해지기위해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위해서 산을 오른다는 어느노산악인의 말을 생각하니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른새벽 산을 찾아 떠나는 것일까.... 산에가서 진지하게 그답을 찾아보기로 하자. 지하철 객차안에서의 약속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우장산역 5시43분발 맨첫번째칸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렇게 객차안에서의 만남은 나로하여금 실소를 금치못하게 한다. 종로3가 파고다공원앞 이곳이 오늘 우리일행들의 만남의장소다. 먼저도착한 김연자씨가 밝은미소로 우리를 맞이해준다. 까까머리 학창시절 이곳을 우리는 땡땡삼거리 혹은 종삼이라고 부르곤했었다. 3일만세운동의 시발점이었던 이곳탑골공원에서부터 종묘까지에이르는 뒷편에는 대단위 홍등가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험상궃게 생기셨던 훈육선생님은 이곳을 거닐어서도 바라보아서도 않되는 절대출입금지구역으로 선포해놓고 있었다. 불긋불긋한 여드름을 얼굴에 달고 다니던 녀석들은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희희덕거리고했었던 일들이 기억저편에 자리하고 있다. 저만치에서 홍기오,정영애부부가 환한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일주일만에 만남이다. 어느무더운 여름밤 호프집에서 몇분과같이 친목산우회를 만들어보자는 결정을하고 추진하던중 고민스러웠던 부분이 후미리더를 정하는 문제였었다. 산우회결성이 마무리되어갈무렵 홍대장부부가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는 대장님의 말씀을듣고 이젠됐구나하는 안도와 가슴뿌듯함을 느꼈었던것이 얼마전의 일이었다. 그들인들 인간으로서 감내해야할 갈등과 연민의 시간들이 왜없었겠는가... 알티나에 참여한 많은 분들이 그러했을진데....
그들보다 세상을 더많이 살아온 연장자로써 고뇌에찬 결단을 했을 그들에게 나는 그어떤 위로의말을 해줄수 있단말인가...
뒤늦게 도착한 양대장님 아끼꼬여사와 인사를 나누며 우리는 엘리트산악회에 합류를 했다.
압구정동에서 승차한 오영삼씨부부로인해 10명이된 우리일행은 설악의 최북단에 자리한 매봉산을향해 그렇게 달려가고 있는것이다. 오늘있을 산행안내와 편한마음으로 산행할것을 당부하는 안내자의 어눌한 목소리를 들으며 도착한곳이 홍천휴게소였다. 삼삼오오모여있는 그들을보며 역시 우리는 이산악회에 손님일뿐이로구나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가지고온 호박죽과 아끼꼬여사의 도시락으로 시장기를 달래며 바라보는 주차장의 풍경이 참으로 이채로웠다.
개성있는 색들로 단장을한 수십대의 관광버스와 형형색색의 예쁜옷을 차려입은 등산객과 관광객들로인하여 단풍철의 휴게소풍경을 아름답게 만들어가고있었다. 생각보다 훤히열려있는 경강국도... 버스는 잘도 달리고있다. 그리하여 도착한곳이 연화동계곡을 끼고있는 용대자연휴양림입구였다. 바로 해발 435미터지점이다. 해는벌써 중천에 떠있다. 이곳 매봉산산행은 처음부터 주능선까지 계곡을 벚삼아 오를수있는 이색적인 코스다. 이제 6시간여의 산행의 시작이다. 심호흡을해본다. 간밤에 비라도 뿌렸는지 밟고지나가는 낙엽이 푹신하기만하다. 낙엽은 밟을때 사각사각소리가나야만 제맛이 난다는 자연씨의말에 동감을 표해본다. 계류를 건널때마다 물기를먹은 바위가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리껑충 저리껑충뛰면서 뒤뚱거리는 모습들이 곡예사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게만든다. 그순간... 첨버덩 앞서가던분의 한쪽발이 물속에 잠겨버렸다. 메기를 잡은것이다. 그것도 아주 큰놈으로.. 다친데는없다니 다행이다. 조심하세요. 꽤나많은 계곡의물이 힘차게 힘차게 흘러내리고있다. 오늘은 등산하기엔 제법쾌적한날씨와 기온이다. 한시간여를 쉬지않고 올라왔다. 벌써 시계바늘이 12시 30분을 가리키고있었다. 동행한 김자연씨가 몹시 힘들어한다. 그녀를 아프게하는것들이 육체적인것인지 정신적인것인지 헤아릴 수가 없다. 나의몸 이곳저곳에서 잠깐만이라도 숨고르고가기를 원하고있다. 그래... 잠시 쉬어가기로하자.. 지난밤에는 거의뜬눈으로 밤을세웠다. 요즘들어 부쩍이나 자신에 진로문제로 고민을하는 아들녀석을 생각하니 도대체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그런녀석을 바로보고있는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려옮을 느끼곤한다. 새파란 젊은나이에 자신의 소망과 꿈을위해 매진해야만할 이시간에 저토록 고민하게만들었을 그것이 무엇이란말인가... 이곳저곳을 둘러보아도 밝고 희망참이란 거의찾아볼수없는 요즘의 이 사회란 말인가.. 아니면 부족함이많은 이애비의 부덕함이란 말인가. 부족한 애비가 무슨말로서 녀석을 위로해줄수있단말인가. 잠시상념에 빠져든다.
사랑하는 내아들아!
그저 묵묵히 삶이 이끄는곳으로 가보거라.
네가가는 그길이 모질게 고통스럽고 험한길이더라도 그렇게 가보려므나..
그리해서 참지못할만큼 숨이 가빠오고 가슴터져 찢어져버릴것만같은 통증이 한걸음 내딛기조차 힘이들게할때면 너의 어깨를 짖누르고있을 그무거운 고민의 보따리를 내려놓거라. 그리고 잠시 쉬어갈수있는 여유를 가져보려므나. 그리고 땀으로 범벅이되었을 얼굴을닦으며 찬찬히 아주찬찬히 네가 걸어온그길을 되돌아보거라. 굴곡심하고 험한그길위에 토해냈을 너의그거친 숨소리와 네가 흘린 구슬땀으로인해 만들어졌을 아주작고 희미한 자국들이 네가 여기까지걸어왔을동안에 네자신의 노력과 참고견디어왔을 인내함의 흔적들인것이다. 벌써너는 여기까지와있는것이란다. 자만하지말거라. 그리고 무엇을 탓하거나 원망하지도말거라.
고민하는 내아들아!
다시 고개들어 앞을보거라. 멀리 바라다보이는 아주높은 저곳이야말로 네가 그토록 소망하고있을 작은 꿈들을 이룰수있는 그곳이 아니겠느냐. 네가 걸어왔을 그길보다도 더많이 남아있을 저곳으로 가기위해 너는 다시 또 새로운 각오를 해야만하는 거란다. 좌절하지말거라. 되돌아가지도 말거라.. 그리고 절대 서두르지 말거라. 두눈 부릎뜨고 두다리에 힘모아 한걸음 한걸음 다시 시작하거라. 다시금 감당못할 어려움이 네앞에 버티고있을지라도 헤치고 건너뛰고 메달리며 그렇게 가보려므나. 그리하다보면 때로는 돌아서가야만하는 지혜로움도 생기는 거란다. 그리해서 너의작은 소망들이 이루어질수 있느날 힘차게 힘차게 사자후를 토해내거라. 더높이 오를수록 더많은 고통이 동반되는것. 이것이 인생이 아니겠느냐.
오늘따라 오영삼씨가 펄펄나른다. 등뒤에 날개를 달은듯하다. 송대장님, 홍기오, 정영애, 김연자, 오영삼씨가 선두중에 선두다. 잘생긴 양대장, 김자연, 주여니, 아끼꼬여사 그리고내가 선두뒤를 쫓고있다. 아마 쫓기는분들의 심적부담이 굉장할거다. 1030미터지점 우리 다섯은 여기서 간식을 먹기로 합의를 했다. 자연씨가 힘겹게 메고올라온 잘익은 총각김치에 삶은계란을 까먹는 이맛을 나는 무슨말로도 표현을 할수가 없다. 아끼꼬, 주여니씨의 베낭에서 꺼내어지는 아기머리통만한 배와 샛노란감의 달콤한맛에 취해있을무렵 고요한밤 거룩한밤 전화벨소리... 홍대장이었다. 어디세요? 응..응.. 조금힘이들어서 우리는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서둘러야만했다. 그와중에도 우리는 아무것도 먹은것이없다. 그래서 너무배가 고프다. 그렇게 시치미를 떼기로했다. 먹지않고 올랐을 그분들에대한 미안함때문이었다. 정상까지 200여미터를 쉬지않고 올라간다. 배가불러 힘이든다며 서로가 빙그레웃는다. 정상에 오르니 다섯분들의 상기된표정앞에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다. 여기저기 베낭에서 꺼내놓는 먹거리들...
염치불구하고 또먹는다. 양대장도 잘만먹는다. 배고파서 혼이났다며 너스레를 떨며..
엘리트대장께서 막걸리를 권해온다. 사양을 했다. 그런데 이양반 '어르신 한잔드세요. 정상주입니다.' 하는게아닌가. 열받아서 마셔버렸다. 옆에대장님도 계신데 어르신이라니???
올 여름은 유난히도 강원도쪽 산행이 많았었다. 신선봉, 달마봉, 수리봉과 발교산등 대장님의 깊은생각을 알수는 없었지만 아마 다음을위한 답사산행이었을것이다. 오늘은 매봉산을 우리가 전세를 냈습니다. 엘리트산악대장의 말이었다. 정말 오늘은 우리팀만이 산행을 하고있었다. 많은 등산객들로인해서 지체와 정체를 계속하다보면은 등산을 하러온것인지 사람구경을 하러온것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던 경우가 한두번이었는가.
다시 배낭을 둘러멘다. 이제 내려가야만한다.
높고 푸른하늘 탁트인 시야저편에 펼쳐져있는 저 거대하고 웅장함들로 인하여 앞으로 조금씩 정리해가야할 내 삶의 언저리에 힘이 더해진다해도 미련을 버리고 등을 돌려야한다. 아무리 이곳이 극락이고 천당인들 올라왔으면 내려가야만하는 이치와 진리를 저버릴수는 없지않은가.. 아주 오래오래 머물고 싶었다. 그리하여 내머리속에 아픈기억들을 모두 씻어버리고 싶었던 매봉산 정상이었다. 내려올때의 길동무는 오영삼씨 부부였다. 이조용함과 편안함의 끝은 어디쯤일까... 저멀리 북쪽으로 보이는 희미한곳이 금강산, 그앞의 봉우리가 향로봉 다시몸을돌려 바라본 대청봉과 귀때기봉의 웅장함들이 아직도 눈앞에 어른거리고있다. 문장대에 오르면 전화를 하겠다던 오희숙씨에게선 연락이없다. 오늘만큼은 50여명의 동창들앞에서 리더역할을 톡톡히 하고있을텐데말이다. 한참을 내려와서야 혼자가 되었음을 알았다. 작은폭포가 있는지점에서 일행을 기다리기로했다. 해발 580미터지점이다. 얼마 후 일행들과 도착한 남교리에서의 식사는 오찬이 아닌 만찬이 되어버렸다. 6시 출발합니다. 나머지 시간을 홍대장과의 대화에 쓰기로했다. 그의말을 듣고있었다. 정직하고 성실한사람들만이 겪어야할 생활의 고단함이 그의 이야기속에 베어있었다. 책임감강한 그였기에 더했으리라...
서울로 되돌아오는길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뒷좌석에서 양대장의 본인의 잘생겼음을 은근히 자랑하고있었다. 아마 우리들의 지루함을 덜어주려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었을것이다. 그런대 자화자찬만은 아닌듯싶다. 내가 보아도 아주 잘생겼으니말이다. 어느부부와함께 단풍구경을왔다는 6~7세가량의 소녀의 눈에 비쳐진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한 모습이었을까. 자정이 넘어가고있었다. 기분좋은 만남후에 헤어짐이란 등을 시리게한다. 그래도 우리는 등을 돌려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야만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가 등을 돌리고있었다...
너의 아픈마음을 감싸줄수있다면 흥얼거리다보니 어느덧 원점회귀다.
첫댓글 산행기는 아무나 써도 재미있나......? 이판에 나도 한번 데뷰해 볼까?? - 메일보냈습니다.
ㅎㅎㅎ ㅋㅋㅋ~~ ~ 감사님 후기 넘 재밌습니다 , 벌써 탄항산 부봉산행 기다려집니다 산 좋고,울 님들이 보고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님. 다들 잘생긴것에 시샘하는데 감사님께선 잘생긴것을 인정해주니 감사합니다/역시 안목이 높습니다!!!
어디에 있었니 내아들아 어디에 있었니 내딸들아 나는 안개낀 산속에서 방황 했었다오 시골의 황토길을걸어다녔었다오...(밥딜런 곡) 재근형 훌륭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