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전신주천(全身周天)
선인법이 끝나면 이제 전신주천(全身周天)에 들어간다. 우리의 몸에는 좌우 열두개의 경락과 기이한 여덟 개의 맥이 존재하고 있는데 각각 십이경락(十二經絡)과 기경팔맥(奇經八脈)이라 일컫는다. 전신주천은 이 십이경락과 기경팔맥을 진기로 소통시켜 온몸 구석구석 막힘없이 진기가 통하도록 하는 수련을 말한다. 먼저 십이경락을 유통시키는 경락주천(經絡周天)을 하고 난 후에 팔맥주천(八脈周天)에 들어간다. 팔맥주천이 끝나게 되면 전신주천은 완성된다.
(1) 경락주천(經絡周天)
전 단계의 반복된 수련과 네 단계의 법수련을 완전히 마쳤기 때문에 이제는 의식에 의한 진기의 운용이 능수능란해졌으리라 본다. 꼭 단전이 아니더라도 신체의 어느 곳이든 진기를 끌어들여 집중시키면 집중된 그 곳이 곧 단전이 되는 것도 그렇고, 굳이 수련을 하지 않더라도 천지와 천지간에 존재하는 모든 진기가 몸의 오혈(五穴)과 더 나아가서 팔만사천 모공을 통해 항상 교류하게 되는 것 또한 그렇다. 그러나 우리 몸 구석구석 전 부분을 세밀하게 진기로 유통시키기 위해선 반드시 경락주천과 팔맥주천을 이루어야만 한다.
경락주천 또한 의식을 사용한 수련이기 때문에 먼저 각 경락의 위치와 흘러가는 방향 등을 반드시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각 경락의 위치와 경혈들은 다음 그림과 같으므로 참고하기 바란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은 각 경락마다 그 경락이 시작하는 혈과 끝나는 혈이 있다는 사실이다. 시작하는 경혈을 기혈(起穴), 끝나는 경혈을 종혈(終穴)이라고 하는데, 전신주천은 각 경락의 기혈에 먼저 진기를 모아서 그 진기를 종혈까지 의식을 사용해서 운기하는 방식으로 수련한다.
각 경락의 순서와 기혈 및 종혈은 다음과 같다. 처음 수련을 할 때는 십이경락을 한꺼번에 다 운기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다음의 순서대로 하나씩 차례로 운기하여 한 경락을 완전히 단련시킨 후에 다음 경락으로 넘어간다. 십이경락은 좌우로 동일한 경락이 하나씩 쌍을 이루고 있으므로 운기하는 데도 순서가 있다. 남녀의 구별없이 먼저 좌측에서부터 시작하여, 좌측이 완성되면 우측으로 들어가고, 우측이 끝나면 다음 경락으로 넘어가는 순으로 진행해야 한다.
1.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중부(中付)--소상(小商)
2. 수양명대장경(手陽明大腸經):상양(商陽)--영향(迎香)
3.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승읍(承泣)--여태( 兌)
4. 족태음비경(足太陰脾經):은백(隱白)--대포(大包)
5. 수소음심경(手小陰心經):극천(極泉)--소충(小衝)
6. 수태양소장경(手太陽小腸經):서택(小澤)--청궁(聽宮)
7.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정명(睛明)--지음(至陰)
8.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용천(湧泉)--유부(兪府)
9. 수궐음심포경(手厥陰心包經):천지(天地)--중충(中衝)
10. 수소양삼초경(手少陽三焦經):관충(關衝)--사죽공(絲竹空)
11.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동자료(瞳子 )--규음(竅陰)
12.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태돈(太敦)--기문(期門)
(2) 팔맥주천(八脈周天)
경락주천이 끝나면 기경팔맥(奇經八脈)을 운기해 주는 팔맥주천에 들어간다. 기경팔맥은 여덟 개의 기이한 경락을 뜻하는데, 대맥(帶脈), 임맥(任脈), 독맥(督脈), 양교맥(陽交脈), 음교맥(陰交脈), 양유맥(陽維脈), 음유맥(陰維脈), 충맥(衝脈)이 그것이다. 이 기경팔맥을 운기시켜주는 팔맥주천은 이미 대맥과 임맥, 독맥을 유통시켰으므로 양교맥부터 시작하는 나머지 다섯 맥만 유통시키면 된다. 운기법은 경락주천과 같으며, 그림을 참고하여 순서대로 운기해준다. 기경에도 좌우가 쌍을 이루고 있으므로 좌측부터 시작한다.
1. 양교맥:신맥(申脈, 방광경)--풍부(風府, 독맥)
2. 음교맥:조해(照海, 신경)--정명(睛明, 방광경)
3. 양유맥:금문(金門, 방광경)--아문(啞門, 독맥)
3. 음유맥:축빈(築賓, 신경)--염천(廉泉, 임맥)
5. 충맥:공손(公孫, 비경)--공손(公孫, 비경)
이렇게 십이경락과 기경팔맥을 포함한 전신주천을 모두 마치게 되면, 이제는 전신의 어느 곳이든지 마음가는 대로 진기를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신주천은 십이경락이 끝나는대로 십이경락 모두를 2분내 운기할 수 있을 때까지 단련하고 나서 팔맥주천에 들어간다. 팔맥주천이 끝나면 마찬가지로 기경팔맥이 2분내 운기되도록 수련한다. 그런 후에 십이경락과 기경팔맥 모두를 2분내 운기가 되도록 단련시켜준다. 전신주천이 완성되면 채약(採藥)수련에 들어간다.
전신주천 요결
전신주천을 하다 보면 예상과는 다른 의외의 반응들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우선 경락도에 대한 것이다. 경락도라는 것은 기운이 흘러가는 길을 그려놓은 것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전신주천을 운기하다보면 경락도에 그려진 방향과 위치대로 기운이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물론 틀린 생각은 아니다.
진기는 경락도에 그려진 경락을 따라 흘러간다.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그것은 고속도로를 표시한 대형지도이지 자세한 세부지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즉, 사람마다 경락의 위치와 방향은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서 기존 경락도에 그려진 경락의 유주대로 운기해 주다가 기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게 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혹시 내가 수련을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하거나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두 번째는 지맥(支脈)에 대한 것이다. 경락은 크게 본맥과 지맥이 있다. 지맥은 가지가 되는 맥으로 존재유무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각각의 본맥을 연결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경락학설에 대한 다소의 이해가 있는 분들은 이 지맥의 흐름을 어느 정도 인정하여 전신주천을 할 때 경락과 경락 사이에 연결하여 운기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맥은 무시해도 본수련에는 하등의 지장이 없다. 다시 말해서 지맥을 굳이 운기할 필요는 없고 본맥만 운기하면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각 경락마다 운기되는 느낌과 속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수련자 자신의 신체적 상황과 주변요인, 성격상의 문제 등과 경락 자체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심장이 안 좋았던 사람의 경우, 심경(心經)을 운기할 때 다른 경락보다 진척이 늦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다른 경락과 비교하여 의구심을 갖거나 답답해한다면 그 것 자체가 어리석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 다시 이야기해서 경락을 운기하다 보면 예전에 안 좋았던 부위에 대해서 치유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치유과정 중에는 수련이 더뎌지므로 그럴수록 보다 여유있는 마음으로 수련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