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의 수도는 프리슈티나이다. 정말 볼거리가 없고 물가는 동남아 수준으로 저렴하다길래 엄청 궁금해서 가려고 했다만. 동선상 제끼고 대신 그나마 코소보에서 제일 이쁘다는 프리즈렌으로 왔다.
프레즈렌은 코소보의 제2의 도시이고 코소보에서 물가가 제일 비싸다고 한다. 구 세르비아 왕국의 수도였다. 그래서 올드타운이 있다는 얘기다.
몬테네그로에서 코소보로 가려면 수도를 통해서 가는 법과 울치니에서 알바니아를 거쳐가는 법이 있다. 복잡한 수도를 들르기 싫어서 밑으로 내려왔다. 대신 국경을 두 번이나 넘어야 한다.
졸다가 눈을 뜨면 신기하게 국경이다. ㅋ 차장이 여권을 죄다 걷어가더니 한참 후에 올라왔다. 몬테네그로 아웃 도장도 없고 알바니아 입국 도장도 없다.
다시 알바니아다. 쉬코드라쪽으로 간다고 하니 내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일 쉬고 체력이 회복되었나 보다. 못 간 트레킹에 미련이 있는 거 보니까. 다행히 버스는 로자파성 뒤쪽으로 해서 쉬코드라 시내를 안 들르고 다른 길로 빠져나갔다. 알바니아 귀신이 될 뻔했다. ㅎㅎ
이번엔 알바니아 아웃 코소보 입국이다. 미승인 국가라서 또 입국 도장이 없다. 국경을 두 번이나 넘었어도 출입국 도장이 하나도 없다니 신기한 시스템이다.
이삼 년 전에 이쪽으로 국경을 넘은 사람이 코소보 쪽에서 비자가 없다고 한 시간이나 잡혀있었다고 했다. 다행히 희미하게 인터넷이 되어서 90일 비자 무료를 찾아서 통과했다고 하면서 서류를 다운받으라고 했다. 캡처한 곳을 들고 기다렸는데 아무 일도 없이 싱겁게 차장이 여권을 돌려주었다.
덕분에 인터넷이 된다는 걸 알아서 프리즈렌 숙소까지 경로를 찍었다.
네 시간 반 만에 프리즈렌에 도착했다. 버스가 부실해서 에어컨을 틀긴 했는데도 있는지 모르는지 모를 정도로 약해서 다들 축 처져 있었다. 버스가 서기도 전에 여기서 내릴 사람들이 일어났다. 빨리 문을 열으라우.
가방을 끌고 터미널 안으로 들어왔다. 이건 시골 터미널보다 더 못하다. 표 파는 곳에서는 직원이 아예 안 보였다. 표를 사러 온 사람들이 두리번거리니 할매 직원이 나타났다. 시간표가 적힌 공책을 들고서 누가 물으면 공책을 뒤졌다. ㅋ 눈이 잘 안 보이니 한참 걸렸다.
내가 앞사람에게 오흐리드 가는 버스가 있느냐고 물으니 뒤에 있던 아저씨가 직행이 없다고 스코페에서 갈아타야 한다고 했다. 한 블로그에서 직행을 타고 갔다고 한걸 보았는데 나한테 이러면 안되지..ㅠㅠ
그 아저씨는 무지 친절했다. 그 할매 직원한테 물어주고 시간표도 봐주고 했지만 직행은 없다. 힝. 직행탈라고 수도 대신 이쪽으로 왔는데.
표는 또 딴 곳에서 사야 한단다. 이용실 바로 옆 사무실로 갔는데 여기도 직원이 없다. 몇 명이서 기다렸다. 천천히 어슬렁거리면서 온 직원은 내일 스코페로 가는 그 아저씨 표를 끊어 주었다. 보통은 당일이나 그 전날만 표를 판다던데 웬일인지 나는 삼일 후에 떠나는 표를 주었다. 나 혼자 다시 사러 오려면 골치가 아플 텐데 다행이다. 그 아저씨는 내가 표를 받는 거까지 보고 자기 갈 길을 갔다. 고맙심다. 9유로.
버스를 타고 오면서 본 코소보의 모습은 생각과 많이 달랐다. 보스니아보다 뭔가 더 활기차고 새 건물도 많이 올라가고 있고 사람들의 표정도 밝았다. 사람들의 표정이 좋으니 여기가 더 좋아 보였다.
가격 좀 보소. 여기가 코소보에서 제일 비싼 동네라던데 그럼 프리슈티나는 도대체 얼마란 말인가 궁금하다. 표만 안 샀으면 가보는 건데 좀 아쉽다.
숙소로 들어왔다. 이번에도 독방이다. 삼 인실을 혼자 쓴다. 방안에 화장실도 있고 냉장고도 있다. 가스나 전기 레인지가 없고 개수대는 하나 있다. 과일 정도는 씻어 먹을 수 있게 접시나 포크도 있다. 된장찌개랑 밥을 실컷 먹었으니 여기선 다시 외식이다. 삼박 78유로. 흐흐.
웬 안양천?
저녁을 먹으러 왔다. 뜨루차야 오랜만이다.
생선 구운 거랑 빵이라니. ㅠㅠ 간장에 찍어서 밥, 김치랑 먹으면 딱인디 70% 부족한 맛이다. 니는 다시 볼일 없겠다.
오스만식 스톤 브리지란다. 오스만 제국 때 건설된 건 홍수에 떠내려가서 오스만식으로 새로 지었다고 한다.
산 위에 성이 보이네. 또 올라가야 하나!
코소보를 인정해 주었다고 시청 벽면에 저렇게 인사말을 적었다고 한다.
국민들에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