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2] 전남대를 빛낸 동문들 - 음악가이자 친환경사업가 고영란 동문(국악․82)
“환경사업 하면서 우리 문화도 세계에 알리고파”
▶ 주목받는 벤처사업가로
흔한 말로 사람들이 밥 먹고 살아가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자기 적성과는 무관하게 그저 먹고 살기 위해 마지못해 직장을 다니는 샐러리맨들에서부터 돈은 연연하지 않고 자기 좋은 일에 빠져 살아가는 이들, 하고 싶은 일 실컷 하면서 돈도 많이 버는 이들에 이르기까지. 필부들 입장에서야 그저 부러운 일이라면, 죽어도 좋을 자기만의 특기나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그 일이 돈도 벌어줘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그런데 그런 일이 자기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고.
고영란 동문(국악․82, (주)에코웍스 대표)의 삶은 그런 류에 들지 않을까 싶다. 고 동문은 해금을 연주하는 음악가의 길을 가면서 제자들을 기르는 교육자이자, 평소 관심 있던 환경분야에 새로운 벤처기업을 열어 성공신화를 거둔 사업가이다. 또 그 생업을 통해 얻은 경제력으로 다시 제자들과 자신의 관심분야를 위한 공익사업과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으니 동시에 몇 마리의 토끼를 잡고 있는 지조차 모르겠다. 게다가 그런 다양한 활동들은 자연스럽게 그가 속한 모교의 명예를 드높이고 있으니 앞서 언급한 조건들을 두루 충족하고 있지 않은가.
▶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다
고 동문은 요즘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친환경 벤처사업가다. 음악가의 길만 갔어도 남부럽지 않을 이력이지만, 아무도 가지 않은 유기농 면제품산업에 뛰어들어 큰 발자국을 만들어가고 있는 당찬 여성 CEO다.
고 동문이 설립한 에코웍스는 ‘유기농 면(Bio Organic Cotton)'을 이용한 친환경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회사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재배한 목화를 표백·염색과정에서도 일체의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은 채 몸에 유용한 바이오 효소만으로 가공한 100%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 시판중인 제품은 주방에서 쓰는 행주부터 타월, 침구류, 기저귀 등 신생아 용품, 실버용품에 이르기까지 300여종에 달한다.
이 회사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원료 생산에서 가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공장가공제품보다 물을 덜 쓰거나 오염원 배출을 없앤 친환경성에 있다. 특히 염색이나 제품 살균과정 등에서 화학약품 대신 바이오기술을 활용해 자체 배양한 미생물을 사용, ‘건강’과 ‘환경’을 모두 잡아냈다. 이런 기술력으로 국제 유기농 인증마크와 대한민국 친환경 인증마크를 받았으며 2011년에는 올해의 여성발명인상을 받기도 했다. 제품은 국내 굴지의 대형마트에서도 판매되며, 설립 6년만인 지난 2010년부터는 해외시장에도 진출했고 올핸 매출 20억을 목표로 하는 안정된 회사로 성장했다.
▶ 환경에 대한 남다른 애정
성장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역경을 이기고 이처럼 안착한 에코웍스 뒤에는 고 동문이 있다. 그런데 고 동문이 음악가의 길과는 한 참 멀어보이는 친환경 벤처사업가의 대열에 들어선 이유도 남다르다.
그는 모교 예술대학 국악학과 1기이자 이 지역에서 해금 첫 전공자다. 속되게 표현하자면 가만있어도 앞길이 보장된 예술인이다. 더욱이 사업에 뛰어들기 전엔 광주예술고에서 교사로 있었고 여러 대학에도 출강하는 지도자였다.
“아버지의 영향인지 늘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거기다 많은 제자를 기르면서 저처럼 국악을 하는 제자들이 정작 꿈을 펼칠 장이 없어 애태우는 현실이 늘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내가 돈을 벌어 그 애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의 장을 마련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돈을 벌려면 사업을 해야 하잖아요” 고 동문이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그럼 왜 하필 친환경사업이었을까? 새로운 꿈을 꾸던 고 동문은 연수차 일본에 갔다가 뜻밖의 세상을 본다. 바로 일본의 친환경산업. 우리보다 10년 이상 앞서가던 일본의 친환경산업에서 미래를 본 것이다. 거기엔 개인적 관심사도 컸다.
“어려서부터 유달리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었어요. 어린 시절 뛰놀던 광주천이 시궁창이 되어가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어요. 그 이후로 친환경적 생각과 실천에 남달랐습니다” 어머니가 ‘하이타이’를 사다 놓으면 감춰버릴 정도였다니 할 말 없을 정도다. ‘환경에 민감했던’ 고 동문은 대학시절부터 환경단체 활동을 했고 집에서는 천연비누를 만들어 쓰거나 샴푸를 사용하지 않는 등의 남다른 실천의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니 친환경산업이 마음에 들어앉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던 셈이다. 이후 전공과는 무관한 미생물 배양실험까지 직접 해가며 기술개발에 노력한 끝에 오늘의 에코웍스를 이루었다.
▶ 후배들과 우리문화 지킬 터
친환경제품이 지구환경을 이롭게 하듯, 고 동문은 번 돈을 사회에 이롭게 쓰는데도 관심이 많다. 애초 목표했듯이 척박한 국악의 길을 가는 제자들에게 실력을 발휘할 장을 마련해주는 것은 물론 자신의 재능도 사회에 돌려주기 위해 에코예술단을 설립 운영 중이다. 지난 2006년 설립한 에코예술단 ‘풍요’는 단순한 국악연주 뿐만 아니라 환경문제 홍보까지 곁들인 다목적 연주단이다. 환경관련행사장이면 부르는 대로 가서 제자들을 데리고 직접 연주를 선보인다.
고 동문은 “사업으로 친환경제품을 생산하듯 연주단은 환경의 중요성을 알림과 동시에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데 활용하고 싶다. 아울러 그런 일을 지역에서, 모교출신 후배들과 함께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예술가이자 교육자로 그리고 사업가로, 사회봉사자로 1인 다역을 사는 고 동문의 꿈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유기농면제품 산업의 신기원을 열어보겠다는 각오다. 그 일환으로 고 동문은 올해 특별한 일을 하나 벌인다. 그 동안 몇 년 간 시험재배 해오던 유색목화의 대규모 생산을 시작하는 일이다. 함평 등에 갈색, 녹색 목화 2만여 평을 심어 농가소득 증대는 물론 훨씬 다양하고 안전한 친환경제품을 생산하겠다는 각오다. 올핸 회사도 크게 확장 이전하고 사옥 안엔 친환경 제품 체험장 및 국악 연주장까지 만들어 성장의 열매를 지역사회에 되돌려줄 생각도 갖고 있다.
원대한 사업 목표를 밝히는 고 동문은 자신감에 가득 차있다. 도전적이면서 열정적인 벤처사업가, 그리고 감동과 감성의 문화경영인으로 새 인생을 열어 가는 고 동문이 어떤 미래를 펼쳐 보일 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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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란 동문은
1982년 국악학과 입학
1990~1998년 교사
1990년 건국대 음악학과 석사
2001년 서울대 동양음악사 박사과정 이수
2005년~현재 (주)에코웍스 대표이사, 전남대 예술대학 겸임교수, 에코예술단 단장
2011 대한민국 특허청 우수발명여성기업인상 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