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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Marvel
문화부 정기자 서승우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마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극장에서 본 관람객은 8700만 명이다. 또 마블은 한국 인구의 20%가 마블 제작 영화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블 캐릭터 상품을 파는 ‘마블 스토어’가 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또한 지난 2월 ‘블랙팬서’를 개봉했으며 앤트맨의 속편인 ‘앤트맨과 스와프’도 6월 말 개봉한다. 새로운 액스맨, 데드풀도 각각 4월과 5월에 개봉 예정이다. 게다가 5월에는 총 34명의 마블 히어로가 등장하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개봉할 예정이다. 제작이 알려졌을 때부터 수많은 한국의 마블 팬들은 이 영화를 기대하고 있다.
마블의 아시아 브랜드 매니지먼트 및 개발 부사장 시비 세블스키는 한국 시장이 ‘마블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유니버스‘라고 언급했다. 특히 한국은 남녀노소 계층이 모두 마블에 열광한다. 다른 나라에서 마블을 좋아하는 건 대부분 남성이라는 점과는 다르다. 세계 유일의 마블 스토어는 서울에 2곳, 경기 2곳, 부산 1곳이 있으며 작년 7월 부산에 6호점이 문을 열었다. 매장당 월 방문자가 4만~5만 명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마블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분야의 상품들과 콜라보가 이루어져 마블 팬들을 즐겁기 해주기도 한다. 디자인유나이티드 등 의류 브랜드에서는 다양한 마블 히어로들의 디자인을 활용한 티셔츠 등 콜라보 의류를 선보였고 뷰티업계에서는 더페이스샵이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토르, 블랙 위도우 등 마블의 어벤저스 캐릭터들이 담긴 ‘더페이스샵X마블’ 협업 제품을 한정 출시했다. SC제일은행에서는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캐릭터를 활용한 체크카드와 통장을 내놓았다. 이후에도 마블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는 게 회사 측 소개다. 전자제품과의 콜라보도 눈에 띄는데 삼성에서는 지난 2015년 ‘갤럭시 S6 엣지 아이언맨 에디션’을 1,000대 한정으로 발매해 하루만에 완판시켰고 동부대우전자에서는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이 그려진 냉장고를 각각 1,500대 한정으로 출시했다. 그 외에도 차량용 블랙박스, 로봇청소기 등 다양한 전자제품에서 마블과의 콜라보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마블 영화가 특히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많은 이유가 있다. 우선 앞서 언급한 세블스키는 마블이 슈퍼히어로를 생산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드는 ‘스토리텔러’이다. 스파이더맨, 헐크, 아이언맨 이전에 피터 파커, 브루스 배너, 토니 스타크에 더 초점을 둔다. 우리가 관심을 두는 건 히어로가 아니라 휴먼이다.” 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 드라마는 일상적인 인간관계를 잘 다루기로 세계에서 유명하다’며 ‘이러한 설정 속에서 일상 속의 나를 발견한다.’고 말했다. 즉, 이러한 공감대를 마블의 캐릭터 속에서 발견한 것이다. 한 예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는 히어로들이 서로 ‘나는 영웅이 아니다‘라고 언급하고, 서로 싸우고 충돌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항상 겪는 인간관계를 대입해볼 수 있게 된다.
또한 허남웅 문화평론가에 따르면, 슈퍼히어로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도 이유가 된다. 더 이상 대중은 슈퍼히어로를 하늘에서 떨어진 신이 아닌 노력으로 도달하는 경지로 인식한다. 마블 히어로 중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토니 스타크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엄청난 유산과 천부적인 지능을 통해 아이언맨으로 거듭났다. 또한 항상 겸손하거나 무조건 정의를 쫓지 않는다. 개인의 행복을 찾기도 힘든 시대에 세계 평화와 정의보다는 자신의 가치 실현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지금 시대에서는 불가능한 과학 기술력을 다루지만 주인공은 지극히 현실적인 인간이다. 인간이 꿈꾸는 판타지적 성향과 가장 현실적인 인간성의 만남은 특히 힘든 현실을 살고 있는 한국인에게 더 큰 쾌락을 선사하였을 수 있다.
또한 마블은 캐릭터를 어우르는 OSMU(One Source Multi Use)에 뛰어나다. 1939년 타임리 코믹스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되어 1961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뀐 마블 코믹스에는 오랜 시간동안 축적된 수많은 세계관들이 존재한다. 세계관이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캐릭터라도 다른 설정을 갖기도 한다. 영화의 경우 2008년 아이언맨의 성공 이후 올해 2월에 개봉한 블랙팬서까지 총 18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이후에는 앞에서도 언급했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5월에, 앤트맨의 속편인 앤트맨과 와스프가 6월 말에 개봉이 예정되어 있다. 영화에서 나타나는 세계관은 마블코믹스의 세계관과는 많이 다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라고 불리는 이 세계관은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여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영화들이 공유하는 공통 세계관을 말한다. 이 세계관에서 마블의 캐릭터들은 지구와 우주 모두에서 활동한다. 그 동시에 아이언맨이 캡틴 아메리카에 등장하고 헐크가 토르에 출연한다. 스타로드와 그 일당이 벌인 일에 모두가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OSMU를 활용한 스토리 구성을 통해 마블의 영화는 단지 영화 한 편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끝판왕으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도 이 점 때문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는 마블의 캐릭터 34명이 모두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루게 된다. 한편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지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속하지 않는 영화들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엑스맨과 데드풀이 대표적인데 이는 과거 마블이 경영난으로 영화의 판권을 다양한 영화사에 나눠서 판매하면서 마블 코믹스 원작이지만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지 않은 영화도 있기 때문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속하지 않고 독자적 세계관에서 제작된 마블 코믹스 원작 영화중 가장 대표적인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 엑스맨 시리즈는 지난 해 12월 디즈니가 20세기 폭스의 핵심 부문을 인수하면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마블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히어로의 죽음을 예고하며 2019년 4월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4(가제) 이후 히어로의 세대교체를 비롯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비전, 호크아이 등이 죽을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과연 앞으로의 마블은 어떤 영화와 마케팅으로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