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채약(採藥)
채약이란 우리 몸 속에 가득히 흐르는 진기를 도계(道界)에 있는 천냉수(天冷水)로 냉각하여 고체화시킨 작고 딱딱한 구슬을 말한다. 우리 몸 속의 진기를 움직이지 않게 한 곳에 고정시켜 놓고, 도계에 존재하는 천냉수를 받아 고정되어진 진기로 보내면 진기는 이 천냉수와 합일되어 차갑게 식어 고체화되는데, 이 고체가 바로 채약이다. 다시 말해서, 고체화된 진기가 바로 채약인 것이다.
기타 선도서에서는 소약과 대약으로 분류하여 이 채약을 아주 비중있게 다루고 있지만, 본질적인 의미에서 채약은 그다지 중요한 단계는 아니다. 채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의주인데, 석문호흡 수련에 있어 가장 비중있는 초점도 바로 이 여의주의 빛을 밝히는 것에 두어야 한다. 나중에 좀더 공부가 진전되어 여의주의 조화를 알게 되면, 채약이란 것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잔재주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수련의 경지가 깊어짐에 따라 여의주가 닦여 빛을 발하게 되고, 빛을 발함에 따라 여의주의 조화가 작용하게 되면 이 여의주의 조화로 채약을 없앨 수도 또는 다시 생겨나게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채약이 생겨나는 것도 이 여의주의 조화의 일환일뿐이란 이야기이다.
채약은 기화신의 전단계이다. 이 채약이 본질적인 의미에서 보면 비중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채약을 이루지 못하면 결코 다음 단계인 기화신(氣化神)수련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수련자가 꼭 거쳐야 하는 의미있는 단계임은 분명하다 하겠다.
채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의식을 하단전에 두어야 한다. 하단전이 아니면 채약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의식을 하단전에 둔 상태에서 천냉수를 받아 채약을 한다 는 심법을 걸고, 진기가 흩어지거나 다른 곳으로 흘러가지 못하도록 의식을 한 곳에 강하게 고정시킨다. 이렇게 하면 엄청난 양의 진기가 하단전 한 곳에 집중되기 때문에 서늘한 한기(寒氣)마저 느껴지게 된다.
이렇게 서늘하고 차가운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 호흡을 통해 하늘의 천냉수를 본격적으로 끌어들여 하단전에 고정시켜둔 진기로 보내야 한다. 천냉수와 진기가 합일될때까지 계속하여 천냉수를 보내면, 하단전은 더욱 차갑게 변하여 딱딱하게 굳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 채약은 완성되지 않았다. 채약이 완성되기도 전에 고정시켜둔 진기가 저절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수록 더욱 의식을 집중하여 계속 단전에 잡아두고 운기시켜서는 절대 안된다.
채약이 처음 굳어질 때는 그 크기가 크지만 갈수록 작아지게 된다. 아울러 작아질수록 차고 딱딱한 느낌은 비례하여 더욱 커지게 되므로 서두르지 말고 느긋한 마음으로 수련을 지속해야 한다. 이렇게 하여 완전히 딱딱하게 굳어서 고체화되면 채약은 완성된 것이다. 이 채걍이 완전히 이루어지는 순간은 수련자 스스로가 느낄 수 있다.
처음 채약이 만들어졌을 때는 그 결정이 아주 작지만, 계속 수련을 반복하다 보면 마치 양파 껍질이 한겹한겹 씌워지듯이 이 채약의 크기는 점점 커지게 된다. 채약이 충분히 커지면 운기를 해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진기로 해주었던 운기를 이제부터는 채약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이 채약을 운기해보면 여간 껄끄러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채약 자체가 결정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군데군데 모가 난 탓도 있다. 이것을 대맥과 소주천, 대주천, 전신주천 등의 통로를 통해 운기해서 단련시켜 주게 되면, 이번엔 채약이 더욱 응집되어 작아지게 된다. 즉 전단계의 운기수련과 마찬가지로 채약도 운기를 통해 단련되는 것이다. 어느 경락이든지 일주하는 데 2분 내가 될 때까지 수련을 계속하여야 한다.
채약은 진기가 뭉쳐서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채약을 얻게 되면 전신주천을 이룬 경지보다 훨씬 강한 기력(氣力)을 얻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를 응용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재주를 익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스스로의 몸에 병이 생겼을 때 채약을 치료하고자 하는 곳으로 보내 병을 치료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치료할 때도 환부나 특정 경혈에 장심이나 손가락을 통해 채약을 보내 치료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한 간단한 연습법이 있다. 먼저 양손의 아무 손가락이나 하나를 편 채 서로 마주 붙인 상태에서, 채약을 한쪽 손가락 끝에서 반대쪽 손가락으로 이동시켜 본다. 이것이 잘되면 이제는 손가락을 조금씩 떼어 거리를 멀리하면서 채약을 이쪽 손가락에서 다른 손가락으로 이동시켜 본다. 점점 거리를 멀리하더라도 쉽고 정확하게 움직이게 되면 이제는 마치 공놀이를 하듯이 포물선을 그리게 채약을 이동시켜 본다. 이러한 연습이 능숙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타인의 몸에 채약을 넣어 치료하는 것이나 기타 다른 응용이 수월해지는 것이다.
채약을 볕에다 쏘아 볼 수도 있다. 이 때 채약은 화살이 활에서 쏘아져 나가듯이 강하고 빠르게 튀어나가야 하는데 역시 단련이 필요하다. 이것도 반드시 연습해 보아야 한다. 주의할 점은 수련도중에 정신이 흩어지면 채약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채약을 잃어버렸다는 것에 대해서는 염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왜냐하면 이미 한번 채약이 완성되었기 때문에 다시 만드는 데는 한 시간 정도 수련이면 충분하다. 채약을 만드는 시간도 수련을 반복할수록 짧아지게 된다.
채약 요결
사람의 몸은 빛으로 되어 있다. 채약에도 빛이 있음은 당연하다. 수련자가 대근기자(大根氣者)냐 소근기자(小根氣者)냐 와는 전혀 상관없이 육체나 영(靈)의 기가 특히 맑은 사람의 경우에 채약의 빛을 눈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일반 사람이 눈에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눈을 영안(靈眼)이라고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소주천이나 대주천 때부터 여러 가지 빛을 보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하고 채약과정보다 훨씬 뒤에 영얀이 열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수련이 좀더 높은 경지에 이르게 되면, 그 때에는 이 빛을 봤는지 못 봤는지가 결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다 분명히 알게 되겠지만, 영안이란 것이 수련에 도움을 주기 보다는 수련자를 현혹시켜 잘못된 길로 가게 하는 경우가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만 한다.
영안도 결국 상단전 여의주가 밝아지므로 해서 가능한 것이다. 원래 상단전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힘이 있는데, 사실 이 영안이란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요성은 적고 위험성은 크기 때문에 수련자에게는 일종의 마(魔)와 같이 작용한다. 이 일차원적인 눈에 현혹되어 도계입문을 하지 못하고 생을 마친 사람도 예상외로 많다. 수련 정도가 낮고 수심이 덜된 사람이 상단전이 열려 영안이 개발되게 되면,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은데, 이러한 현상에 현혹되어 교만함이 생기고 아집이 굳어져 결국 도공부를 끝까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영안이라는 것은 도안(道眼)과는 다른 것이다. 도안이란 것도 일반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능력을 일컫는 것이지만, 대주천이나 소주천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개안(開眼)이 된 것을 도안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즉 영안으로 보는 것과 양신을 이룬 뒤 도안으로 보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영안으로 보는 것은 당사자의 선입관이나 전생의 기억, 귀신의 장난 등으로 왜곡되기 나름이다. 그것을 순진하게도 곧이곧대로 믿으므로 해서 오해가 생기고 자만에 빠져 잘못된 길을 가게 되는 것이다.
자세히 설명하면, 사물 등 모든 법칙을 보는 것은 육체의 눈이 아니고 심안(心眼)으로 보는 것인데, 이 심안의 창이 상단전이다. 이것이 완전히 열리면 양신(陽神)이 심안을 갖고 나오게 되고, 이를 도안(道眼)이라고 한다. 이 점을 감안해서 양신을 이루어 출신(出神)하기 전에 보는 것을 영안이라고 하고, 양신출신 이후에 보는 것을 도안이라고 하는 것이다.
채약 수련 체험기:시작의 기쁨, 처음의 기쁨_雲 光 김기용
채약 수련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지금까지의 모든 수련은 축기, 운기 술법(術法)과 같이 기를 모으거나 운기하거나 끌어당겨서 느껴보고 일체화시키는 등 주로 기의 움직임과 방향성에 관계된 것이 많았다. 즉 기가 다니는 경로를 원활하게 통하도록 개척하는 수련, 또는 어떤 대상의 기적인 정보를 탐색하거나 나 자신의 몸과 마음에 동화시키는 수련들이었다. 이렇게 여러 단계의 수련법이 가지고 있는 낱낱의 특색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음미한 결과, 나는 채약수련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채약 수련은 무엇을 제조하는 수련이고, 생산하는 수련이고, 창조하는 수련이다. 도화제 수련을 수련 단계별로 분류하면 일차적인 최종 달성 목표는 양신(陽神)이라 할 수 있으나, 무엇을 만드는 수련은 채약이 그 시작이다. 이와 같이 채약수련은 무엇을 만들고, 생산하는 법을 배우며, 또한 그로 인해 얻어지는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흡족함을 배우는 수련이다. 지금까지 갈고 닦아 왔던 수련의 모든 역량을 발휘하여 무언가를 만들어 본다는 사실에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런 면에서 아직 남아있는 수련과정이 많고, 감동할 일도 많겠지만, 채약의 완성이 주는 감동은 가히 백미(白眉)이다. 여기에는 시작의 기쁨과 처음의 기쁨이 있다.
채약은 단전에 모든 의식을 집중하여 수련한다. 온양이 끝난 이후에 대주천부터 전신주천까지, 주로 의식을 분산하는 수련만 해 오다가 채약에 들어가서 다시 하단전에만 의식을 집중하려하니 잠시 집중이 흐트러지는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온양까지 기초를 잘 닦아 놓은 수련자라면, 그 동안의 하단전 의식 집중 수련 효과로 인하여 집중력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의식을 집중하고 분산하는 요령이 생소한 수련자를 위하여 이 기회를 빌어 설명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대주천 이전의 수련은 기본적으로 의식을 단전 축기에 두고 나머지는 심법만 가지고 무의식으로 수련했다. 즉 하단전에만 의식을 계속 집중하는 수련이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무의식 70%, 의식 30%의 황금비율로 의식을 분산했다(실제로 100% 무의식은 살아있는 생물로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대주천 운기부터는 몸 안에 흐르는 진기가 온양을 거쳐 음양의 조화를 이루므로, 임독맥에 진기의 소생처가 마련되고, 수련자 자신도 진기와 생기의 구별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의식을 사용해도 진기를 운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즉 대주천 이후에는 하단전에 의식을 집중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운기는, 진기를 앞세우고 의식을 뒤따르게 하는 방법과 운기 방향이나 다른 방향으로 의식을 분산하는 방법 등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주천 이후의 수련과정을 단계별로 짚어보면, 먼저 일월성법 수련에서 일법은 백회와 명문, 월법은 옥당과 회음, 성법은 인당과 석문에 의식을 분산할 수밖에 없고, 더군다나 일월성법 수련은 공통적으로 직접 대상까지 보면서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연 의식을 여러 곳에 분산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귀일법은 몸 전체로 기운을 받아들여야 하고, 풍수법과 선인법은 중단전으로 의식을 분산시키기 때문에 대주천 이후의 수련은 하단전의 의식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수련법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채약 수련은 하단전에 의식을 집중하는 것이 전적으로 필요하고, 또 집중이 될 수밖에 없는 수련이다. 채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진기의 고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단전에 진기를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키기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의식집중이 요구된다. 이렇게 의식을 강하게 집중하여 수련하면 진기는 움직이지 못하고 한 곳에 고정되는데, 이러한 상태에서 호흡을 통하여 천냉수를 보내게 되면, 채약수련은 비교적 잘 진척된다.
이렇게 채약 수련을 하다 보니 채약이 만들어지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단전에서 조그마하게 써늘한 한 점이 느껴지다가 수련이 점점 진행되고 시일이 지나갈수록 써늘한 기감은 더욱 넓어지고 강해졌다. 이러한 기감이 한동안 계속 이어지다가 어느날 하단전의 일정한 점부위에서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까칠까칠하고 쓰라리는 듯한 아픔이 오기 시작했다. 이것이 채약이 아니겠는가! 확연한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채약이 완성된 것이었다.
채약이 완성되면 더욱 수련에 정진하여 채약 기감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두는 것이 좋다. 여기서 채약을 쉽게 느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이야기해 보겠다. 우선 채약을 슬며시 굴린다고 생각하면서 채약 기감에 집중하여 느껴보는 것이다. 이런 상태로 수련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평상시에도 의식을 채약으로 보내자마자 그러한 확실한 기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채약을 느끼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채약을 이동시켜 어느 특정한 경혈이나 임의의 몸 부위에 놓아보는 것이다. 그러면 그 주위가 채약의 기운으로 인하여 싸늘해지거나 심하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낄 수 있는데, 마치 어름을 손바닥 위에 놓았을 때 처음에는 얼음이 피부에 닿아 차갑다가 그 부분이 점차 통증으로 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차가움이 극에 달하면 아프다는 간단한 사실을 채약을 통해 실감하게 될 것이다.
채약을 완성한 후에는 채약의 이동, 운기, 별처럼 먼 곳에 보냈다가 회수하는 법, 경혈에 채약을 두고 몸과 마음의 반응 느끼기 등 채약을 이용한 여러 가지 수련법들을 익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