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최약체 중국에 망신을 당했다. 14일 베이징 우커송 구장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야구 예선 풀리그 2차전은 6회말 한국 공격 때 비가 쏟아져 중단됐고, 결국 0-0 상황에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이때까지 한국은 단 3안타의 빈공에 허덕였다. 오는 17일 같은 장소에서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다시 진행되지만 중국을 상대로 5회까지 무득점에 그쳤다는 것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비로 경기가 서스펜디드 처리된 게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한 야구인의 말처럼, 자칫 큰 창피를 당할 뻔했다. 만약 중국에 졌다면 그 실망감은 전날 미국전 승리의 감격 만큼이나 컸을 것이다. 중국 선발 리첸하오가 위력적이었을까, 우리 타자들이 못친 것일까. 중국전 빈타의 이유를 살펴본다.
◇생각보다 좋은 상대 투수, 집중력 잃은 우리 타격
대표팀 김기태 코치는 "할 말 없다"며 고개를 숙였고, 타자들도 "잘 모르겠다. 배트가 좀 밀렸다"며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상대 투수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것 같다. 중국 투수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고전했다. 야구란 그런 것이다"면서 "타자들이 전날 미국전 혈투 뒤 바로 낮경기에 투입돼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또 중국을 쉽게 생각한 것도 문제였다. 초반 집중공략으로 무너뜨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리첸하오에 대해 허 위원은 "상당히 좋은 투수였다. 직구 구속이 130㎞ 중반 정도였지만 볼끝이 좋았고,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던져 우리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바깥쪽으로 짧게 떨어지는 슬라이더가 좋았다. 우리 타자들은 심판이 바깥쪽 변화구에 대한
스트라이크존을 오락가락 운영해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리첸하오가 소속된 베이징 타이거스 한동화 감독은 "리첸하오는 원래 140㎞대 중반의 직구를 던지던 투수였는데, 팔꿈치 수술을 받아 구속이 많이 떨어졌다. 130㎞대 중반의 직구와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다. 몇년 전 프로리그 우수투수상을 받을 정도로 중국내에서는 기량을 인정 받았다. TV로 경기를 지켜봤는데 그래도 우리 타자들이 못친 것이다"라고 밝혔다.
◇서스펜디드의 영향은
중국전 서스펜디드는 여러모로 악재다. 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웬만하면 선발투수
송승준 한명으로 이날 경기를 끝내려고 했다. 그런데 경기가 17일로 넘어가면서 또 한명의 투수를 소모할 가능성이 높다. 송승준에게 그대로 맡기는 방법이 있지만, 그 경우 그의 이후 등판이 제약된다. 또 하나는 휴식일을 잃는다는 것. 17일은 예선기간중 유일하게 쉬는 날이다. 비록 3이닝 정도만 하면 되지만,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베이징 | 윤승옥기자 to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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