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목조건축의 기둥과 대들보도 건조하여 사용하자
글·사진 / 박문재(국립산림과학원 목재성능과)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전북대학교 이남호 교수팀과 공동으로 전통한옥과 기둥·보 목구조의 주요부재인 기둥과 대들보로 사용되는 대단면의 목재 건축부재를 건조하는 기술을 최근에 개발하여 선을 보인 데 이어 이 건조기술로 건조한 낙엽송 소재의 대단면 기둥과 대들보를 사용하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산기술연구소에 (가칭)헬스하우스를 축조하였다.
우리 조상의 지혜는 탁월하여 궁궐이나 사찰을 건축할 때 대단면 부재를 다양한 방법의 전통적인 천연 건조 기술로 여러 해 동안 건조하여 사용하였다. 이들 목재부재로 시공하였던 국내 유수의 목조건축물은 천년 건축으로서 세계문화유산과 국보 등 보물급으로 등록되어 후손에게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살아 숨쉬고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뀜에 따라 건축물을 시공하는 데 필요한 대단면 부재의 건조기간이 짧아져, 도저히 자연 상태에서 목재를 건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런 연유로 현재는 거의 생재상태에 가까운 목재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자연 상태의 음지에서 몇 달 정도 건조하여 건축물에 적용하곤 한다. 이런 상태의 목재는 함수율이 매우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목재 내부의 함수율은 대부분 섬유포화점(함수율 30%) 이상의 높은 함수율로 유지되게 마련이다. 이들 대단면의 부재들은 건축물 시공 후 건축주가 건축물을 사용하는 중에 수 년 또는 수 십 년에 걸쳐 서서히 건조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단면의 부재들이 제자리를 잡아 좋은 건축물로 유지되기를 기대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통상 건축물에서 대단면 부재는 함수율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다, 종국에는 부분적으로 썩기도 하고 심하게 비틀리거나 갈라짐이 발생한다. 특히 전통건축물에서 중요한 짜맞춤 접합부는 보다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여, 부재의 수축이 발생하여 틈이 커지거나 심하게 갈라져 접합부의 본래 기능인 내력성능을 대부분 상실한 경우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통한옥에 사용되는 목재는 부분 건조 상태나 생재상태에서 치목 후 바로 시공현장에 투입되기 때문에, 시공 후 건조수축에 의한 틀어짐과 갈라짐 등 수많은 하자를 발생시킬 수 있고, 구조적인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국가에서는 목재를 건조하여 사용하는 것이 상식화되어 있으며, 또한 정부에서 건조목재 사용을 강력히 권장하고 있다.
이들 건축물에 사용되는 대단면 건축부재를 인공적으로 건조하는 방법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목재의 단면이 크기 때문에 건조시간은 매우 길고 건조결점이 많아 대단면 목재의 건조방법을 실용화하기 어렵다. 천연건조는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되면서도, 여러 해 건조하더라도 목재의 내부 함수율은 섬유포화점 이상의 높은 함수율로 유지되는 등 건조가 매우 어렵다. 관행 열기건조방법에 의하면 대단면 목재의 건조속도는 천연건조보다 빠르지만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또 비틀림과 갈라짐 등 건조결점이 많이 발생하여 실용적인 방법이 아니다. 고주파진공건조 등 목재의 특수 건조방법에 의하여 건조가 가능하지만, 고가의 건조비용으로 인하여 매우 선별적으로 특수용도에 한하여 선택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새로이 개발한 고온저습건조방법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건조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산림조합중앙회 목재유통센터에서 보유한 것과 유사한 고온저습건조실을 사용하여 해당 수종에 알맞은 건조스케줄을 적용하여 대단면 목재를 건조하는 방식이다. 건조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건조시간이 10일 정도 소요되어, 큰 치수의 목재건조에 비하면 건조속도가 매우 빨라, 짧은 시간 내에 대단면 부재를 생산해 낼 수 있다.
대단면 건축부재를 건조할 때 흔히 피할 수 없는 문제점은 목재 외부와 내부의 함수율 차가 크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함수율 차에 의하여 건조응력은 크게 발생하고 이에 따라 건조결점과 아울러, 차후의 추가적인 건조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고온저습건조기술은 이제까지의 전통한옥과 기둥·보 구조 건축물의 부재에 매우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 목조건축 산업 자체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을 지닐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고온저습건조 방법은 고온저습처리 후 건조방법에 따라 몇 가지의 건조방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고온저습처리한 후 천연 건조하는 방법으로 에너지소비는 적으나 건조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다. 둘째, 고온저습처리 후 고온건조로 건조를 마무리하는 방법으로, 낙엽송의 경우 짧은 시간에 제품 생산이 가능하고 재면할렬 등 건조결점이 매우 적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 고온저습처리 후 고주파진공건조하는 방법으로 건조시간이 짧고 재면할렬 등 건조결점이 적으나 에너지비용의 과다 지출이 예상되어 특수한 용도의 고급 건조목재에 한정하여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실험에 사용된 낙엽송 목재는 전통건축에서 기둥으로 흔히 사용되는 대패마감 치수 180×180×3,600mm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제재 치수 200×200×3,600mm의 대단면 부재이다. 보로 활용되는 부재의 대패마감 치수 180×240~300×3,600mm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200×260~330×3,600mm의 대단면 부재의 건조기술도 개발하였다. 부재의 길이는 3.6m를 사용하였다. 대단면 건축부재에 배할을 하면, 건조속도 촉진에 상당히 기여하며, 건조결점의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낙엽송 대단면 부재를 생산하기 위하여는 수심이 반드시 부재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데, 일반적으로 수심이 포함된 부재는 할렬과 비틀림을 포함한 건조결점이 심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수심부재의 경우 고온저습처리에 의한 재면할렬 예방효과가 매우 뚜렷하였으며, 특히 배할재에서는 할렬의 발생정도가 극히 경미하였다. 건조가 완료된 대단면 건축부재의 잔류응력은 표면경화율로 표시할 수 있으며, 건조목재의 표면경화율은 1% 내외로서 매우 경미하였다. 이는 대단면 건축부재의 2차 가공시 치수가 안정적임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목조건축 부재의 생산성과 품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건조기간이 여러 해 걸리는 천연건조에 비하면 건조기간이 크게 단축된 것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목재는 건축부재에 요구되는 함수율 19% 이하 또는 필요에 따라 15% 이하로 신속하게 건조할 수 있다. 목재 외부와 내부 함수율이 균일하여 건축부재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것이 특징이다. 목재의 내부와 외부 함수율 차가 없기 때문에, 목재의 사용기간 중 발생하기 쉬운 틀어짐과 갈라짐 등 결점이 발생하지 않는 안정된 목재로 바뀐다. 대단면 목재는 건조초기에 건조실의 고온저습처리로 인한 매우 심한 건조조건하에서 목재 내에 큰 응력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재면할렬이 크게 발생한다. 하지만, 건조가 진행되면서 목재 내부의 함수율이 낮아져 목재 내부의 수축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목재 외부에 발생하던 재면할렬은 닫혀지게 되어, 목재 재면에서는 거의 할렬을 발견할 수 없게 된다. 목재 내부에서 내부할렬 등의 건조결점이 발생하지만, 낙엽송의 경우 내부할렬이 미미하게 나타나 건조목재의 품질에 영향이 없었다. 낙엽송의 고온저습건조는 재면할렬 등 건조결점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우수한 품질의 건조 목재를 생산할 수 있는 건조방법으로 판단된다.
고온저습건조기술은 전통한옥과 기둥·보 구조 등에 사용되는 대단면 건축부재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 평가된다. 규격 구조재나 판재로 제재하여 사용하는 경우 국산재는 경쟁력을 갖추기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북미 등의 대규모 제재소에서 대량생산되는 규격 구조재와 비교할 때, 국산재로 제조한 규격 구조재는 가격 경쟁력과 품질표시 등 여러 면에서 상당히 불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산재를 대단면 건축부재로 활용하면 제재 수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유리한 점이 있어, 국산 대단면 건축부재는 규격 구조재에 비하여 대외재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전통한옥과 기둥·보 목구조의 주요부재로 사용되는 기둥과 대들보로 사용되는 대단면의 목재 건축부재는 건조하여 사용하여야 한다. 목재를 건조하여 사용하면 생재로 사용할 때에 비하여 재면할렬과 비틀림 등 목재의 건조결점을 최소화하면서 치수안정성이 향상되고, 강도가 대폭 증가한다. 또한 건축물의 시공 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의 여러 가지 결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등 수많은 장점이 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 전통건축에 적용하던 다양한 방법의 전통적인 천연 건조기술을 대체할 새로운 인공건조기술을 전통한옥과 기둥·보구조 등의 목조건축물에 사용하는 대단면 부재에 접목하여야 한다. 건조목재의 사용이 상식이 되는 고급의 목재문화를 향유해 나갈 필요가 있다. 21세기에 걸맞는 실용적인 목재건조기술을 적용하여 생산된 대단면 목재를 사용한 목조건축물을 통해, 천년 건축의 역사를 새롭게 이루어 나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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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저습처리에 의하여 건조된 대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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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면 건축부재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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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저습건조방법으로 건조한 헬스하우스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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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낙엽송 수심기둥재의 고온저습건조 중 함수율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