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거의 끝자락에 왔습니다. 아들은 초등학교 6학년에 축구를 시작해서 현재, 고 3입니다. 매주 주말리그에 출전하고 있습니다.
명문학교도 아니고, 뛰어난 선수도 아닌, 어쩌면 학부모들 사이에 공공연한 비밀처럼 회자되는 회비용 선수일 수도 있습니다. 대학진학을 앞두고 고민하는 시점까지 왔습니다. 다행히 부상없이 탁월하지는 않더라도 주어진 포지션에서 제몫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리그 상위권에 들어 왕중왕전에 나가기 위해 구슬땀을 흘립니다. 결과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왕중왕전에도 나가지 못하고, 여름에 있는 마지막 전국대회에서도 초라한 성적을 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초등학교 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으로 성장하기까지 그 아이의 내면에 무엇이 들어있고, 이 아이가 축구를 통해 어떤 성장을 하고 있는지 늘 자문했습니다. 아이와 소통하기 위해 나름 노력했습니다. 아이는 아직 진지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미래가 어찌 될 것인지 막연한 두려움은 있지만 현재로선 한 게임 한게임에 집중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보여줍니다. 그런 정도면 저는 감히, 잘 성장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이 팀을 통해서 얻어진 것이 아니어서 씁쓸합니다. 물론, 지도자의 조언과 코칭이 있었습니다만, 평범하거나 보통에 불과한 지도였습니다.
원글님이 지적한 과정의 중요성, 프로그램의 중요성에 나름대로 일찍 눈 떠서 그런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국에서는 아직, 그런 팀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시스템이 좋다는 곳은 회비가 지나치게 비싸서 버거웠습니다. 프로그램이 좋고, 나름 진정성을 갖춘 지도자는 늘 비용의 문제로 허덕였고, 선수 수급이 이뤄지지 않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유학도 생각해 보았으나 비용의 문제로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저의 경우 중학교는 월 60만원에 각종 게임 참가비 등등을 포함하면 월 80만원 정도의 고정비용이 발생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성장과 영양보충을 위해 별도로 매달 20만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 지불되었습니다. 합하면 100만원 가량 되었네요.
중간에 팀을 옮기면서는 더 부담이 늘었습니다. 대략 월 120만원 가량이 들었고, 고등학교에서는 평균 150만원정도로 상향되었습니다. 어쩌면 유학이 월 150만원 범위에서 가능하고, 프로그램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고려하실 부모들은 많을 거로 생각됩니다. 다만, 유학에 맞는 아이들은 자립심이 아주 강하지 않으면 어렵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많은 팀이 좋은 시설과 프로그램을 가지고 축구를 가르친다 하여도, 디테일 하게 한 명 한 명 아이들의 인생이라 생각하고 지도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한국의 부모들이 결과만 좇는다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많은 부모들이 과정을 중시합니다. 다만, 아직 그 과정에 믿음이 가는 팀을 쉽게 만나지 못했을 뿐입니다. 어떤 프로 선수를 배출했느냐 보다, 팀에서 자랑하는 과정을 통해 훈련받으면 아이가 어떻게 성장 할 수 있다는 것에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한국 유소년 팀의 보통 훈련방식인 운동장에서 두시간 정도 단체지도하다가, 그 중에서 탁월한 몇 명으로 베스트 11을 뽑고, 그 아이들 중심으로 역시 단체 훈련만 지속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적어도 축구를 하겠다고 회비를 내고, 온 선수에게는 개별적인 코칭을 해주는 팀이어야 신뢰가 갑니다. 주전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선수를 단체 훈련 방식 안에 두고 어떠한 지도도 없다면, 그 팀이 이 선수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팀이 운영되려면 베스트 11에 더하여 그 팀이 운영될 수 있는 회비를 내는 다른 선수들도 필요한게 사실입니다. 많은 학부모들 중, 특히 주전에 들지 못하지만 아이가 축구를 좋아하는 부모의 경우 아이에게 개별훈련 목표를 주고, 부족한 부분을 기간 단위로 체크해서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를 지도해 주는 팀이 있다면 어떤 비용이라도 아끼지 않고 지원하며 헌신할 겁니다. 그런게 디테일한 프로그램이며 신뢰입니다. 물론 잘하는 선수에게도 탑클라스 선수로 가기 위해 무엇을 더 개인적으로 보강해야 할지를 프로그램에 의해서 지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팀이 과정이 있는 팀입니다.
지금도, 많은 의식있는 학부모는 과정을 중시하는 팀을 찾고 있습니다. 귀하께서 그런 팀을 만들고자 한다면 이런 저의 의견을 바탕으로 원글 밑에 프로그램과 탑클라스 팀을 만들기 위한 계획서를 제출해 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검토하고, 어쩌면 아이와 함께 찾아가서 상담을 할 유소년 학부모 들이 많을 거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건투를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