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들꽃
Ⅰ.
들꽃은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다.
만용을 부리지도 않습니다.
들레지도 않습니다.
땅을 차지하려 애쓰거나 싸우지 않습니다.
독불장군도 되지 않습니다.
분노하거나 낙담하지도 않습니다.
소리 없이 꽃을 피우고 소리 없이 향기 내며 소리 없이 홀씨를 날립니다.
어우러져 있기를 좋아합니다.
더불어 기대어 살아갑니다.
묵묵히 머문 자리가 생명의 자리입니다.
Ⅱ.
생명 향기 들꽃 주님!
소박한 주의 들꽃이고 싶습니다.
향기도 없고 화려함도 없지만 밝은 웃음 가득한 화해의 꽃,
나의 주님과 어울림 되는 망초대로 심겨지고 싶습니다.
때론 여리게, 때론 짙게, 성실과 겸양의 꽃 제비꽃처럼
빈들판 오름 길에 마중 나온 머슴이고 싶습니다.
깨끗하고 순결한 사랑노래 주님 닮은 패랭이꽃처럼
바람 이는 들판에 오두막이고 싶습니다.
받은 것 너무 많아 감개무량 감사의 꽃 민들레처럼,
밟히고 짓이겨지는 충성의 자리 일편단심이고 싶습니다.
얼음의 땅 비집고 일어선 십자화 냉이꽃처럼,
아침을 기다리는 동산지기이고 싶습니다.
그리움에 울다 지치고 못 다한 사랑에 가슴앓이 하는 접시꽃처럼,
부르다가 죽을 이름 주님의 노래이고 싶습니다.
청순, 정결, 올 곧은 꽃 들국화처럼,
주님 모신 동산, 주님 일하실 밭에 향기로 내려앉고 싶습니다.
하늘 이슬 머금는 가련한 꽃 바위채송화처럼,
눌리는 아픔, 고난의 길에 이기는 자로 서고 싶습니다.
리브가의 꽃 어머니 사랑 구절초,
이슬 머금은 꽃 아침의 영광 나팔꽃,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리 도라지꽃,
근면하고 부지런한 일꾼이고픈 돌(돋)나물,
촌스러움과 순박함의 꽃 씀바귀,
당신만을 바라볼래요 주바라기 해바라기,
황량한 벌판의 다윗,
기근의 땅 사르밧 여인,
열조의 유업을 만족 삼은 나봇,
사랑하는 이 찾느라 검게 그을러진 아가서의 여인,
‘오로지 은혜입니다’ 로 고백되는 저녁나절 품꾼의 노래,
주의 들꽃의 행복입니다.
Ⅲ.
주님이 사신 이 밭에서 주님과 나란히 멍에를 메게 하여 주십시오.
아침에는 하늘 이슬 간지러움에 눈을 뜨게 하시고
뜨거운 정오에는 사랑하는 자 옆에서 쉬게 하여 주십시오.
햇볕에 검게 그을리며 거친 길 달려온 아가서의 여인처럼
사랑하는 자의 얼굴을 마주보게 하여 주십시오.
사랑함으로 병이 나서 짙무르도록 흐르는 눈물자국,
일곱 색깔 무지개 들꽃으로 피어나게 하여 주십시오.
척박한 땅 메마른 곳, 돌 틈에 뿌리내린 들꽃처럼,
주님 주신 삶의 자리에 견고히 뿌리내리게 하여 주십시오.
오늘을 인내하며 믿음으로 솟아오르게 하여 주십시오.
붉고 짙은 사랑으로 향내 내리게 하여 주십시오.
거룩한 신부로 언덕길을 오르게 하여 주십시오.
주님의 사람, 참 아름다운 사람 주의 들꽃이게 하여 주십시오.
안디옥교회를 섬기는..../빈들판...곽일귀
*언제부터인가... 한적한 곳으로 나아가 거기서 주님 뵈옵고 모시고 싶어...닉네임을 '빈들판'이라 이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