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마지막 수업을 마쳤습니다.
여러 일들은 지나갔기에.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어떤 의미가 있다는 노래처럼
그 자체가 의미가 있기에
2월도 제게는 매우 큰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어제 2월 28일 오후.
항상 그렇지 않은 적이 없지만 늦은 진도로 인해
정신없이 판서를 하며 수업을 진행하던 중..
한 샘의 눈이 창 밖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함
박
눈이 내리더군요.
2월 말의 함박눈.
아름다웠습니다.
평생 보아도 질리지 않을 그 꽃들을 보며
저도 잠깐 넋을 놨습니다.
그러나 이내 수업으로 돌아왔고
저는 판서를
샘들은 필기를 했습니다.
딴엔 배려랍시고
샘들 끝나고 집 가는 길에 고생 좀 하시겠구나.. 하며 걱정도 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두 팀 다섯 명의 상담을 하고
집에 와서
라면과 밥 두 공기를 먹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축구를 틀어놓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29일입니다.
후회가 밀려옵니다.
왜 나는 눈이 오던 그 예쁜 시간에
잠깐 1분만이라도
창 밖을 보자는 말을 하지 못했을까
왜 나는 꽃이 떨어지던 그 아름다운 시간에
서울시의
교통상황만을 생각했을까
..
죄송합니다.
먹고 사는 것에 집중하다보니
수업 중은 수업 내용만 말해달라는 수강생.
20만원이라는 수강료.
맥락을 모를 인강.
이런.. 저런.. 핑계만 대며
문학의 본질인
아름다움은 보지 못했습니다.
내부. 그리고 세계.와의
갈등 속에서
저도 모르게 삭막해졌나봅니다.
..
부디 어제의 그 아름다움을 멀리하고 판서를 보며 필기를 하던
그 절박함으로
꼭 참교사가 되셔서
아이들에게는
하얀색은
칠판의 분필색이거나
노트의 종이색이
아니라
저기 저 하늘에서 떨어지는
함
박
눈의 아름다움임을
알려주시길..
첫댓글 선생님 고맙습니다. 공부보다 사람됨을. 머리보다 가슴이뛰는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사가 될게요~늘 응원하고있으니 흔들리지마시고 기운내세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3.03 11:30
직장생활하다 늦게 공부를 시작한 인강생입니다~ 더운 바람이 부는 6월에도 함박눈의 설렘과 선생님 마음의 포근함이 느껴지는 글이네요ㅎㅎ 감사해요~ 어서 인강 따라잡아서 직강으로 뵙고 싶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