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엔 참자
이요나
“너희가 그 때에 무슨 열매를 얻었느뇨 이제는 너희가 그 일을 부끄러워하나니 이는 그 마지막이 사망임이니라 그러나 이제는 너희가 죄에게서 해방되고 하나님께 종이 되어 거룩함에 이르는 열매를 얻었으니 이 마지막은 영생이라”(롬6:21,22)
여름이 없어졌다. 땡볕에 더운 여름... 한 두 걸음 걷기에도 구술 땀을 흘려야 했던 여름.. 그럼에도 우리는 모두 여름을 기다리며 살았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좋고, 맑은 물에 발을 담구며 어울려 물장구 칠 수 있어 좋았고, 반바지에 런닝셔츠를 걸치고 오솔길을 걸어서 좋았고, 툇마루 평상에 누어 수박 참외를 먹으며 자지러지던 웃음소리가 좋았고, 보리밥 위에 얹은 열무김치에 허기를 채우던 시절이 좋았다. 우리는 여름을 잃었다.
2020 여름, 코로나 19의 이름으로 닥아 온 죽음의 영들.. 숨쉬는 사람만 찾아 광장을, 학교를, 교회를, 상가를, 이제는 안방까지 들어 왔다.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든다. 하늘을 나르는 새들은 고사하고 물속을 헤어하는 고기떼는 고사하고, 오히려 내버려진 유기견 막사가 더 평화롭다.
하늘은 중국의 먼지로 낮아졌고, TV를 도배하는 죽음의 숫자들은 피의 복수와 같다. 염병의 영들은 국경도 없고 하늘이 있는 곳이면, 땅에 놓인 곳이면, 중국과 일본, 미국과 소련과 유럽과 브라질과 인도 그리고 예루살렘까지 사람이 사는 곳이면 전광화석같이 날아간다.
처음은 불의한 자를 가려내는 저주의 영인 줄 알았다. 신천지를 뒤덮은 저주는 동성애 거리를 덮쳤다. 그러니 이제는 쌍끌이 그물이다. 그래서 우리는 얼굴을 가린다. 죽음의 영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얼굴을 가려야만 한다.
그러나 오늘 우리를 숨도 쉬지 못할 만큼 덥게 하는 것은 코로나가 아니다. 코로나는 마스크라도 쓰면 된다. 이제는 눈도 가리고 귀도 막아야 할 세상이다. 나를 위해 뽑은 국회의 사자들이 예수의 피로 무너뜨린 율법을 새로 만들고 있다. 그 영들은 밤이면 촛불을 들고 강신(降神)하고 낮이면 깃발을 들고 강신(降神)한다.
강남불패 속에서 돈들이 장단 맞추고, 더러운 손들이 딸들의 사타구니를 훔친다. 어제는 태극기를 지켜야 했고 오늘은 조국을 지켜야 했으나 이제는 그 놈이나 저 놈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부모에게 내동댕이치는 아이들의 울음소리, 살인귀의 휘파람이 대로를 활보한다.
그래도 팔월은 참아야 한다. 팔월이 지나야만 구월은 온다. 해가 뜨거워도, 피가 뜨거워도 몸과 마음이 진 무르도록 찜통이 되어도 우리는 팔월을 참아야 한다. 열매를 맺기 위해 태양은 뜨겁고, 바람은 무덥고, 입과 코와 귀를 다 막고 살아야 하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복음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 구월엔 우리가 함께 어우러져 하늘로부터 오는 열매를 먹자.
이요나 목사
갈보리채플 담임 갈보리채플 성경대학 학장
성경적상담사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