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읽으며 삶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책을 소개합니다.
마음을 나누는 책읽기 1.
이경이
(사)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 엘지빌리지 거주.
아이에게 ‘책을 읽어라’ 하지 말고 읽어줘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듣습니다. 부모도 사람인지라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아이를 위해 좋다는 것도 건너뛰거나 지나치는 일이 많지요. 책을 읽어주는 일도 그렇습니다. 낮 시간 힘든 노동으로 몸은 축축 늘어지는데 아이는 자꾸 조릅니다. 어제도, 그제도 읽어준 책을 또 들고 옵니다.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도 아닌데 그 책만 읽어달라고 합니다. 글을 깨치고도 스스로 읽지 않고 읽어 달라고 합니다. 여러 번 읽어 준 탓에 엄마는 그 책이 지겹습니다.
“다른 책 가져와. 그리고 오늘은 한 권만 읽고 자자.”
“네, 엄마. 엄마가 힘드시니까 오늘은 제가 혼자 읽을까요?”
이런 답을 기다리지만 이렇게 답하면 이미 ‘아이’가 아니지요.
“싫어! 내가 가져온 책 다 읽어줘야 잘 거야! 안 읽어주면 이도 안 닦고 잠도 안 잘 거야!”
이쯤 되면 설거지를 멈추고 드라마를 포기해야 합니다. 아이 마음을 읽어 줘야합니다. 자칫 잔소리를 시작했다가는 엄마도 아이도 모두 이를 닦지 않고 한숨과 눈물자국이 남아있는 얼굴로 자게 될지 모르니까요. 어영부영 사춘기가 되어버린 어중간한 아이들에게도 그림책을 읽어주면 좋습니다. 학습을 위한 책읽기에 지친 그들에게 그림책은 휴식과 위안을 줄 것입니다.
≪길거리 가수 새미≫찰스 키핑 글·그림/사계절
찰스 키핑은 영국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롭고 깊은 시선으로 인해 어둡고 무거운 느낌의 책이 많아 어린아이들에게 읽어 주기에 부담스럽다는 작품도 있지만 ≪길거리 가수 새미≫는 자유롭게 음악을 즐기고 나누던 길거리 가수가 부와 명성을 얻으면서 스스로에게 소외되는 과정과 다시 자유를 되찾아 행복해지는 모습을 뛰어난 그림과 다양한 색을 통해 보여줍니다. 동네꼬마들과 떠돌이 개들의 친구였던 새미는 서커스단장 이보르 찬스와 흥행꾼 빅놉, 자극적인 기사거리로만 새미의 음악을 다루는 기자, 그 기자가 쓴 기사를 좇아 거대한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떠밀려 무한정 소비됩니다. 많은 부와 인기를 얻지만 명성이라는 감옥에 갇히게 된 새미. 새미는 그 감옥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돈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새미가 선택한 삶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길거리 가수 새미가 얻은 것과 잃은 것, 그리고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이야기 해 볼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세상을 좀 안다고 생각하는 초등학생들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웅고와 분홍 돌고래≫김한민 글·그림/우리교육
“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분홍 돌고래를 보기 전에는 집에 안 가.”
웅고와 하마와 악어는 분홍 돌고래를 보러 늪으로 가지만 분홍 돌고래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꾀가 난 하마와 악어는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웅고는 혼자서 기다립니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숲의 생명들이 혼자 남은 웅고와 함께 합니다. “나무 위에 해가 올 때” 만나기로 한 약속은 아이들만의 시간개념을 생각하게 합니다. “해가 칠보산 서쪽에 반쯤 걸렸을 때” 집으로 와야 하는 것을 아는 아이는 웅고처럼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고, 분홍 돌고래를 본거나 다름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혼자여도 외롭지 않고 여럿이여도 부산하지 않은 친구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아름다운 숲과 함께 펼쳐집니다. 크레파스로 표현한 그림도 멋집니다. 유치원 생활을 시작한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