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2 [homihomi]
어제의 퍼붓던 소나기가 대기를 말끔히 청소 한 뒤 맑게 개인 하늘에 희디 흰 구름을 여기저기 흩 뿌려 주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찾은 석호정 허리춤 까지 웃자란 숲 속 좁은 계단 길 세월에 삵아 닳아진 세멘트 바닥 옆으로 수줍게 남색빛 미소를 지으며 반기는 달개비 꽃
아버지의 땀 내음과 어머니의 젖 내음처럼 풍겨오는 풀냄새 문득 아버지의 깊은 계단주름이 어머니의 소나무껍질 손등이 얼핏 스치운다
석호정에 올라 정관에 정중히 배례하고 무궁화 두개 그려진 궁대 허리에 두르고 현을 곱게 펴서 활을 올려 사대에 긴장하고 서니 때 이른 고추잠자리 여러마리 소나무 위를 배회한다
약간, 낯설고 멀게 느껴지는 과녁을 바라보면서 4년전의 사대에 오른 그 때가 번뜩 스친다 줌의 위치도 몰라 얼버무려 거궁한 채 시위를 놓는 순간 날아간 화살의 위치는 과녁과 한 참 떨어진 언덕빼기
사두님께 호되게 꾸지람 들으며 한 번의 발시로 도로 내려와야 했던 사대 오기로 열심히 연습하던 그 때 4년이 흐른 후 또 다시 침묵의 4개월 끝에 붉은 홍시를 향해 거궁을 한다
검지 손가락에 있어야 할 굳은 살은 사라지고 곱디 고운 살결만이 게으른 시간을 아픔으로 느끼게 한다 처음으로 돌아가는 각오로 진록의 남산과 마주선다
200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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