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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곤륜옥(誰斷崑崙玉) 누가 곤륜산 옥을 베어내어 재성직녀소(裁成織女梳) 직녀의 머리 빗 만들었나 견우일거후(牽牛一去後) 견우 한번 떠나간 뒤 수척벽공허(愁擲碧空虛) 수심에 젖어 푸른 허공에 던져버렸네
위는 조선 여류시인 황진이가 쓴 “영반월'(詠半月-반달을 노래하다)”이란 한시입니다. 반달은 보름이면 보름달 곧 만월(滿月)이 되는데 임이 없는 나는 외로운 반쪽 달님일 뿐이지요. 또 곱게 머리를 빗질해 단장하는 까닭은 임이 있기 때문인데 임이 없으면 빗질도 필요 없으니 직녀는 그 얼레빗을 하늘에 던져버릴 밖에요. 여류시인 황진이의 문학성은 참 뛰어납니다.
얼레빗은 반달모양으로 생긴 전통빗으로 월소(月梳)라고도 부르지요. 빗으로 빗어 단장했던 우리의 머리카락을 여성은 정조를, 남성에겐 지조를 상징했다고 합니다. 혼인을 앞둔 신랑 집에서는 중매쟁이가 가져 온 규수감의 머리카락 굵기와 빛깔로 건강상태를 확인했다고 하며, 처녀 총각이 눈이 맞으면 처녀가 머리카락 세 올을 뽑아 주었는데 정조를 바치겠다는 표시였습니다.
또 우리 혼인 풍습에는 청혼 때 신랑 집에서 사주함에 빗을 넣어 보내는데 신부감이 이 빗을 받으면 결혼을 승낙하는 의미가 있고, 받은 그 빗으로 머리를 정갈하게 하고 신랑을 기다리겠다는 은근한 뜻이 담겨져 있어서 예단으로 빗을 넣기도 했지요. 이제 플라스틱 빗에 주인 자리를 내준 우리의 얼레빗에는 그런 깊은 뜻이 들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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