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동 할매
김옥자
시아버님이
요양원에서 사랑했던 할머니
아흔둘에 들어가셔서
아흔여섯까지 사랑한 여인
가락동 할매가 왜 좋냐고 물으면
너희 시어매보다 사납지 않아서 좋다
그 할매는 늘 책을 읽으셨고
뽀얗고 아담하니 예뻤다
무슨 사연으로 가락동에
자식과 영감이 있다는데
양평 요양원에 모셔 놓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걸까
면회 갔다 돌아서 오면
폐교로 만든 유리창 안에서
한없이 내다보고 계시더니
사랑하는 애인이 생기고는 뚝 떨어지셨다
자식들이 사 온 먹을 것을
주고 싶어서 기분이 환해지고
모시고 나와서 생신을 해드리면
가락동 할매가 걸려 싸달라고 하셨다
나한테 그 할머니랑 닭튀김을
사 먹고 싶다고 해서 살짝 돈을 드리니
오만 원권 들고 아이처럼 좋아하시며
사랑의 힘으로 건강하게 잘 지내셨다
말년엔 요양원을 더 좋아하시다 가셨다
삼우제 지내고 감사 인사드리려고 갔는데
“ 안씨 할아버지도 가셨구나 !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픈 눈동자
까만 손톱
김옥자
농사일하시다
풀물이 들어
손톱 밑이 까맣던 엄마 손
조그만 상춧잎이 자라고
완두콩이 살살 덩굴손을 잡고
딸기꽃이 하얗게 피는 농장
텃밭 가꾸는 재미에 빠져
농사꾼이 된 내 손이
엄마 손을 닮아간다
까만 손톱으로 나물을 뜯어
꼬집어 다듬어서 무쳐주시던
그 봄나물이 맛있었는데
2023년 〈인천문단〉 52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