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위약(圍藥)
내경([內經])에 이르기를 "오장(五臟)이 불화(不和)하면 칠규(七竅)가 불통(不通)하고 육부(六腑)가 불화(不和)하면 유결(留結)하여 옹(癰)이 된다." 하였다.
또 이르기를 "기(氣)가 상(傷)하면 통(痛)하고 형(形)이 상(傷)하면 종(腫)한다." 하였다.
이처럼 장부(臟腑)가 불화(不和)하여 창(瘡)이 외(外)에 발(發)하는 것이 명(明)한다. 이 때 만약 한량(寒凉)을 도첩(塗貼)하면 어찌 장부(臟腑)를 조화(調和)하고 기혈(氣血)을 선통(宣通)하겠는가?
만약 종통(腫痛) 열갈(熱渴)하고 맥(脈)이 활삭(滑數)하면서 유력(有力)하여 증(證)이 순양(純陽)에 속(屬)하면 마땅히 내(內)로 제음탕(濟陰湯)을 쓰고 외(外)로 억양산(抑陽散)을 쓰면 열독(熱毒)이 저절로 해(解)하고 어체(瘀滯)가 저절로 산(散)한다.
만약 종(腫)한 듯 종(腫)하지 않고, 통(痛)한 듯 통(痛)하지 않으며, 궤(潰)한 듯 궤(潰)하지 않고, 적(赤)한 듯 적(赤)하지 않으며, 맥(脈)이 홍삭(洪數)하면서 무력(無力)하여 반음(半陰) 반양(半陽)에 속(屬)하면 마땅히 내(內)로 충화탕(冲和湯)을 쓰고 외(外)로 음양산(陰陽散)을 쓰면 기혈(氣血)이 저절로 화(和)하고 어체(瘀滯)가 저절로 소(消)한다.
만약 미종(微腫) 미통(微痛)하고 혹 색암(色黯) 불통(不痛)하거나 견경(堅硬) 불궤(不潰)하고 맥(脈)이 비록 홍대(洪大)하여도 안(按)하면 미세(微細) 연약(軟弱)하여 순음(純陰)에 속(屬)하면 마땅히 내(內)로 회양탕(回陽湯)을 복용하고 외(外)로 억음산(抑陰散)을 부(敷)하면 비위(脾胃)가 저절로 건(健)하고 양기(陽氣)가 저절로 회(回)한다.
단계(丹溪)가 이르기를 '부첩(敷貼)하는 제(劑)는 경소(輕小)한 열증(熱證)에 응수(應酬: 응하여 갚다)할 뿐이다. 만약 그 음증(陰證) 양증(陽證)의 이유(由)를 변(辨)하여 분(分)하지 않고 한량(寒凉)한 제(劑)를 함부로 부(敷)하면 주리(腠理)를 미색(迷塞)하고 기혈(氣血)을 응체(凝滯)하여 독(毒)이 도리어 내공(內攻)하고 육(肉)은 도리어 사(死)하게 된다.' 하였다.
하물며 운기(運氣)가 한(寒)을 득(得)하면 불건(不健)하고 어혈(瘀血)은 한(寒)을 득(得)하면 불산(不散)하며 패육(敗肉)은 한(寒)을 득(得)하면 불궤(不潰)하고 신육(新肉)은 한(寒)을 득(得)하면 불생(不生)한다.
치(治)하는 자는 이를 살펴야 한다.
(외과추요([外科樞要]: 설립재)에 나온다.)
입재(立齋)가 이르기를 "대체로 창(瘡)의 기발(起發) 궤렴(潰斂)은 모두 혈기(血氣)가 그렇게 하는 것이다. 각 사람의 원기(元氣)의 허실(虛實)이 부동(不同)하니, 발출(發出)하지 않고 사(死)하는 경우, 발출(發出)하여도 농(膿)이 되지 않고 사(死)하는 경우, 농(膿)이 되어도 부궤(腐潰)하지 않고 사(死)하는 경우, 부궤(腐潰)하여도 수렴(收斂)하지 않고 사(死)하는 경우가 있다.
부첩(敷貼)하는 법(法)은 단지 경소(輕小)한 증(證)에 응수(應酬)할 뿐이다. 만약 혈기(血氣)가 이미 갈(竭)하면 그 환(患)이 반드시 사(死)하니, 부첩(敷貼)이 불효(不效)할 뿐만 아니라 또한 기혈(氣血)은 희온(喜溫) 오한(惡寒)하고 주리(腠理)는 희통(喜通) 오색(惡塞)하니, 기혈(氣血)이 이로 인하여 더 체(滯)하고, 종환(腫患)이 이로 인하여 더 성(盛)하며, 사기(邪氣)가 이로 인하여 더 심(深)하고, 부궤(腐潰)가 이로 인하여 더 대(大)하니 겁약(怯弱)한 사람은 패(敗)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창양(瘡瘍)은 칠정(七情)의 상화(相火)이거나 고량(膏粱)을 식(食)하거나 금석(金石)을 이(餌)하므로 음혈(陰血)을 상(傷)하여 양성(陽盛) 음허(陰虛)하기 때문이니, 내(內)에 수병(受病)하여 외(外)로 발(發)한 것이다.
만약 기분(氣分) 혈분(血分)과 음양(陰陽)의 허실(虛實), 부궤(腐潰)의 천심(淺深)을 별(別)하지 않으면 곧 복약(服藥)하여도 오히려 보생(保生)하지 못하니, 부첩(敷貼)하여서 나을 수 있겠는가?
시이수(施二守)가 항(項)의 우측에 일핵(一核)을 앓았는데, 양약(凉藥)을 부첩(敷貼)하니, 그 경(頸)이 모두 종(腫)하였다. 또 부(敷)하니 종(腫)이 흉액(胸腋)에까지 이어지고 냉(冷)이 복내(腹內)에 응(應)하였다. 양약(凉藥)의 소치(所致)임을 깨닫지 못하고 독(毒)의 성(盛)으로 형체(形體)가 곤비(困憊)하다고 여겨 스스로 불기(不起)한다고 분별(:分)하고는 나를 이끌어(:延) 치(治)하도록 하였다.
부약(敷藥)한 곳을 보니, 그 열기(熱氣)가 무(霧)와 같아서 급히 약(藥)을 거(去)하였으니, 오래 지나 창(瘡)의 색(色)이 적(赤)으로 변(變)하였다. 이에 자(刺)하여 농혈(膿血)을 출(出)하게 하고 탁리(托裏)하는 약(藥)을 쓰니 낫게 되었다.
장 시어(張 侍御)가 발배(發背)하였다. 전적(專)으로 부약(敷藥)을 쓰니, 창(瘡)이 암(黯)하고 불기(不起)하며 흉격(胸膈)이 민기(悶氣)하여 호흡(呼吸)하지 못하므로 스스로 불치(不治)한다고 분별(:分)하였다.
이에 내가 신온(辛溫)한 탁리(托裏)하는 약(藥)을 쓰니 나았다.
어떤 남자(男子)가 둔옹(臀癰)으로 부궤(腐潰)하고 기육(肌肉)이 불생(不生)하였다. 약(藥)으로 부(敷)하였으나 기육(肌肉)의 사연(四沿)이 도리어 경(硬)하게 되었다.
내가 진(診)하니 맥(脈)이 삽(澁)하면서 약(弱)하였으니, 이는 기혈(氣血)이 모두 허(虛)한 것으로 환처(患處)를 영(營)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양약(凉藥)을 부(敷)하여 도리어 경(硬)하게 되었으니, 이는 혈기(血氣)가 한(寒)을 받아 응결(凝結)한 것이지, 독(毒)이 아니다. 대보(大補)하는 약(藥)을 쓰니, 나았다.
어떤 남자(男子)가 흉저(胸疽)를 앓아 종고(腫高) 작통(作痛)하였다. 종(腫)한 처(處)에 약(藥)을 부(敷)하였으니, 통(痛)은 비록 지(止)하였으나, 색(色)은 암(黯)으로 변(變)하고 종(腫)의 외(外)가 작통(作痛)하였다. 그래도 부(敷)하였으니, 육(肉)의 색(色)도 또한 암(黯)하게 되고 후(喉)의 내(內)가 작통(作痛)하였다. 이것이 양약(凉藥)의 잘못인지 깨닫지도 못하고 도리어 모든 경(頸)에 부(敷)하였으니, 그 경(頸)이 모두 궤(潰)하고는 사(死)하였다.
어떤 남자(男子)가 노(怒)로 인하여 좌협(左脇)에 일괴(一塊)가 종(腫)하면서 작통(作痛)하지 않고 맥(脈)이 삽(澁)하면서 부(浮)하였다.
내가 이르기를 '이는 간경(肝經)의 사화(邪火)가 치성(熾盛)하고 진기(眞氣)가 부족(不足)하여 앓는(:患) 것이니, 마땅히 혈기(血氣)를 배양(培養)하는 것을 위주로 하여야 한다.' 하였다.
그러나 그가 초약(草藥)을 부첩(敷貼)하고는 결국 불구(不救)에 이르렀다.
왕안인(王安人)이 발배(發背)가 한창 궤(潰)할 시(時)에 속히 효(效)하려고 초약(草藥)을 부(敷)하였더니, 그 날로 사(死)하였다.
장의인(張宜人)이 그 나이(:年)가 60세를 넘어 발배(發背)를 앓았다. 3일에도 육색(肉色)이 불변(不變)하고 그 두(頭)가 속(粟) 정도만 하고 견배(肩背)가 종(腫)하며 맥(脈)이 홍삭(洪數)하고 한열(寒熱) 음냉(飮冷)하였다.
내가 인삼패독산(人蔘敗毒散) 2제(劑)와 격산구(隔蒜灸) 50장(壯) 정도로 하니 독(毒)이 대발(大發)하고 배(背)가 비로소 경(輕)하게 되었다. 다시 탁리(托裏)하는 약(藥)으로 하니, 점차 궤(潰)하고 이로 인하여 혈기(血氣)의 허(虛)가 심(甚)하여지면서 작갈(作渴)하였다. 이에 인삼(人蔘) 황기(黃芪) 당귀(當歸) 숙지황(熟地黃) 등의 약(藥)으로 하니 갈(竭)이 또한 지(止)하였다.
그가 속히 효(效)하려고 스스로 초약(草藥)으로 환처(患處)를 덮으니(:罨), 독기(毒氣)가 다시 입(入)하여 결국 불구(不救)하였다." 하였다.
(설안(薛按)에 나온다.)
옹양(癰瘍) 종통(腫痛)에 마땅히 위약(圍藥)으로 부(敷)하여 치(治)할 경우, 오직 강옹산(降癰散)이 제일(第一)이다. 음독(陰毒) 양독(陽毒)을 막론(:無論)하고 모두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