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준회원이다

[등대지기/현만종]

얼마전 정모에서 까페지기님이 그대는 사진협회 회원이 아니면 영원한

준회원이다 했습니다. 물론 규약이 그리 정해졌으니 회원자격이 없으니 당연

하다 했지만 한편으로 서운한 생각도 들었지요.

사진가 회원 ?

누가 사진을 내 놓는걸 보면 이 사람이 얼마나 사진에 대해 연구를

했고 이력이 있는가는 금방 알아 보게 되지요. 마치 바둑의 고단자가 하급자와

대국하게 되면 하급자가 바둑알을 놓으면 그게 어떤 의도인지 금방 알지요.

소생이 아직 풍경에 연연하는 사진을 보시고 금방 짐작들을 하셨을 겁니다

그래도 궁금증이 있는 것은 지금 그 많은 디카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다 회원일까 그럼 나는 영영 정식 회원이 될수 없는건가.

"대체 사진가 협회 회원이 되는 자격요건이 무엇이냐" 하고 내가 자주 출몰하는 사이트에

올렸더니 아래와 같은 글이 답변으로 왔습니다 사진가 회원이던 아니던

사진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번 읽어 보심도 좋을 듯 하여 가지고 왔습니다

보세요.

사진작가 안승일의 "高山花園"이란 포토 에세이집을 찬찬히

몇 번 보고 읽었다.사진도 사진이지만 글도 아주 감동을 주는 글이다, 나도

사진을 찍는다고 이곳 저곳 기웃대던 일이나, 어디다가 사진을 내어 놓기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안승일 작가에 대해 알아보니, 사람과 산에 아래와 같은

글이 떠 오른다 안작가에 대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고, 등대지기님의

고민에 간접적으로나마 답이 될 것 같아서 잡지에 실린 기사를 여기에 옮겨 보았다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이 되시는 것은 불필요 하다거나 나쁘다고 생각지 않는다,

다만 진정한 사진가는 협회 회원이냐 아니냐 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아래 글을 읽어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는 일곱 자식을 두었다. 아들 하나와 사진집 여섯. “사진은 나의 모든 것”이라고

 말해 왔으니 사진집이 호적에 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사진 말고는 잘하는

게 없다. 당구, 화투, 춤… 노래방에도, 술집에도 안 가봤다. 양복을 한 번도

 걸쳐 보지 않았다.그는 사진만 찍었다.

사진을 하더라도 누드도 찍고 야생화도 하고 창경궁도 기웃거려야 돈이 되는데,

산 사진만 했다. 산도 하나 붙들면 몇 십 년씩 했다. 사진가가 어찌 알피니스트냐고

묻지 말라. 오히려 그보다 자주 산을 드나 든 사람 있다면 말하라. 그보다 오래

물 없는 능선을 버텨 본 사람 있다면, 그보다 깊숙히 눈보라를 헤맨 적

있다면 나와 말하라.

그보다 절실하게 산과 교감할 수 있다면… 사진 아니라면 무엇을 했을까

궁금한 사람 안승일. 그러나 그는 사진 작가가 아니다. 사진전에서 얻은

점수가 없어 ‘대한민국 작가’가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수 따러

 다닐 시간에 사진 찍으러 가겠다”는 고집이 인수봉 귀바위처럼 단단하다.

가공할 뚝심으로 내놓은 「삼각산」

그는 노동한 만큼, 아니 그보다 턱없이 못 벌었다. 딱 한 번 공모전에서

백만 원을 탄 것이 그가 기억하는 가욋돈의 전부이다. 그 돈으로 필름 사고,

 스튜디오 방세 내고, 엄마 금반지 해 드렸다. 그렇지만 그 때 남의 이름으로

출품한 일이, “후배들의 돈을 갈취했다”는 생각이 지금도 그를 부끄럽게 한다…

고 고백했다. 이후 어떤 ‘사진 경기대회’도 기웃거리지 않았다. 그는 부지런하다.

사진 찍는 일에 그러하다. “구두를 저렇게 열심히 닦았으면 큰 부자 됐겠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지만 본디 그는, 산에 가면 보름이고 한달이고 세수는 물론 이도 닦지 않는

게으름뱅이다. 물 없는 능선에서 야영하느라 터득한 생존법인데, 그게 아주

훌륭한 습관이라, 아예 몸에 붙었다. 그의 사진은 사실만을 말한다. 노을

 색깔 강조하겠다고 컬러 필터 달지 않고, 반사 없애겠다고 편광 필터 쓰지

않으며, 노출 맞추겠다고 엔디 필터 꺼내지 않는다. 인쇄할 때 색을 조작하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다.

- 정면으로 해를 마주한 사진을 편광 필터 없이 어떻게 합니까.
“자꾸 찍어보세요.”

- 기어이 필터를 쓰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게을러서 그랬나 봐요.”

들꽃 모가지 비틀어 역광사진을 찍는 일, 입으로 물 품어 이슬을 만들어

 내는 일은 돈이 있는데 도둑질 하는 것과 같다. 안승일에게 사진은 기술이

아니라 정신이다. 꽃가지 꺾어 계곡에 세워놓고 찍는 그런 도둑 사진은

 “개 대가리 뿔난 것처럼” 거북하다. 교하에서 해가 삼각산(북한산) 너머로

쟁반만하게 떠오르는 때가 있다.

그 순간 새들이 줄지어 나는 그림은 안승일이 십 년을 기다리기로 작정한

끝에 얻은 것이다. 팔당에서 삼각산으로 지는 환상적 노을은 해마다 같은

장소에 일 주일씩, 팔 년을 버틴 끝에 포착한 것이다. 그 가공할 뚝심이라니…

일 년에 단 며칠 삼각산 너머로 올라오는 해가, 좋은 날씨 속에 렌즈를 빠져

나가는 짧은 시간 동안, 프레임 안으로 새들이 들어와 주기를 기다리는…

- 그런 순간에는 어떤 기분이 됩니까.
“찍혔다 싶자, 그 날이 산행 첫 날인데, 바로 하산한 적이 있어요. 사진이

너무 궁금해서요. 교하에서는 ‘이 사진 못보고 죽으면 어떡하나’ 그랬지요.

그래서, 교통사고 무서워, 타고 간 승용차 내팽개치고 기차 타고

서울로 돌아왔었습니다.”

「삼각산」은 그렇게 해서 출판된 사진집이다. 거기 실린 사진들의 예술적

성과를 말하는 것은 능력 밖의 일이다. 그저, 그 책이 몰고 온 패러다임의 전환 -

일찍이 사진 찍는 누구도 하나의 산을 그렇게 다양한 장소와, 시각과, 사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는 사실 - 만을 말하리라. 책에는 무려 여든 여덟 군데서 찍힌

 삼각산이 실려 있다. 책에 올라 온 사진만 해서 그렇다! 누군들, 사진은

고사하고, 삼각산을 여든 여덟 군데서 구경이라도 했을까. 1990년에, 삼각산 찍기

 시작한 지 삼십 년 만에 내놓은 보고서였다.

구경 삼아 간 백두산, 운명으로 바뀐 백두산

시흥 달동네 자기 살던 집이 백만 원 할 때, 첫 사진집 「산」을 오백만

 원 들여서 냈던 미련한 사람 안승일… 그의 나이 마흔 아홉에 박인식의

꾐에 빠져 백두산 구경을 나섰다. 스케치 하는 기분으로, 가벼운 걸음으로…

그러나 1994년 4월 25일, 바다처럼 파도 치는 천지와 그것을 둘러싼 열 여섯

 봉우리들을 만나던 순간, 영혼이 얼어 붙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말 것이라는 예감… 운명이리라.

그로부터 오늘까지 안승일의 인생이 온전히 백두산을 중심으로 재편된 것은.

그리고 「아리랑」… 그 또한 운명이리라. 일 년에도 몇 번씩 돈 모아지고 힘

모아지면 백두산을 드나들던 안승일의 눈에 ‘북한’이 들어온 것은.

그의 눈에 비친 강 건너 북한은 사람 사는 동네였다. 평화로웠다.

‘사람 잡아 먹는 생지옥’이라고 짖어대던 언론 보도와는 멀어도 한참 멀었다.

‘정직한’ 안승일은 분노했고, 결심했다. 북한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기로.

남과 북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공정한 앵글로.

“길은 위험하고, 경비는 삼엄하고, 숨어 찍기는 이골이 났지요. 땀 뻘뻘

흘리며 깔따구에 뜯겨가며 옥수수 밭에 몇 시간씩… 개에 물린 적도 있지요.

피가 철철 흐르는데… 지금 다시 하라면 못할 겁니다.” 숨어서만 찍었을까?

고사포 다리 같은 삼각대, 대포 같은 망원렌즈는 어차피 눈에 띄게 되어 있다.

게다가 사진 하는 사람의 본능은 “떼배의 앞사공이 삿대로 후리면 맞을 만한”

거리까지 접근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많은 사진에서 북한 사람들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고 있다.

찍는 것을 들켰다는 뜻이고, 바람 부는 날의 줄타기처럼 위험했다는 뜻이다.

 어쨌거나 「아리랑」은 통일을 부정하는 수구 세력들에게 “나 잡아가라”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었는데, 뜻밖에도 아무 일이 없었다. 그리고 ‘역사’라고

불리워도 괜찮을, 소중한 기록으로 남았다. 어떤 것을 좋은 사진, 잘 찍은

사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출판사에 근무하던 어떤 사람이 「한라산」

사진집을 보더니 ‘어유 이 먼 데를 봄부터 겨울까지 다 다녀오셨네’ 감탄하더라구요.

일 년은 꼬박 걸렸겠구나 하는 칭찬이었지요… 알만한 사람이 크게 봐 줘서

일 년이랍디다.”

…삼십 년이었다. 그리고, 미련한 질문이었다. 천지 해돋이 한 장 잡겠다고

청석봉을 서른 번 넘게 오른 사람에게. 사진은 소모한 필름의 양에 정확하게

비례한다는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부친 회갑 때도, 아이 돌 잔치 때도,

막내 동생 시집갈 때도 산에 있었던 사람에게… 더 이상 사족을 붙이느니

사진집에서 그의 말을 받아 적는 게 나으리라. “

…사진이 될 만한 자리를 찾는 어려움, 온 인생을 보내는 듯한 기다림,

마침내 기다리던 순간이 왔을 때의 설레임, 한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눌러대는 셔터… 사진은 애타고 힘겨운 일이지만 그만큼 신바람 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카메라를 조작하는 기본 기술은 하루면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평생을 해도 잘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진에는 경험을

구체화시키는 재능이 필요합니다.

…빛을 읽는 감각도 중요하지만 피사체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우선입니다.

그것은 피나는 자기 완성의 과정이지요. …산에서 죽는 것은 나의 소망입니다.

 그 날이 멋진 사진 한 장 카메라에 담아 둔 날이라면 더욱 좋겠습니다.

 그 사진은 어떤 것일까요. 내 뼈가루가 마지막 산에 훨훨 날리는 그 날은…”

똑같은 셔츠 열한벌 두고 입는 반골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 사람. 똑같은 셔츠 열한 벌을

마련해 그것만 입고 다니는 반골… 머리칼엔 서리가 내렸지만 눈은 아이처럼

반짝거리는 쉰 다섯 살의 ‘소년’ 안승일. 그에게서는 텐트에 흐르는 빗물을

받아 먹으며 일 주일을 버티는 독기와 이번 추위에 처마 밑의 개들이 얼어

죽지 않을까 염려하는 선량함이 자주 충돌했다.

그 나이의 사내만이 털어놓을 수 있는 인생관 사이 사이로 십 대의 예민함이

 요정처럼 드나 들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의 그런 예민함이…

어쩌면 그가 사진에 대해 보여주는 경이로운 집착과 끈기는 그처럼 여린

심성의 사람이 나름대로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리고…타고난 숙명. 오다 보니 되돌아 갈 길 없어 계속하게 되는 그 무엇.

“발바닥 닳도록 돌아다녀 봤자 사진은 돈 되지 않아요. 문화의 어느 분야나

 재능있는 사람이 열심히 하다 보면 그 중에 몇몇은 이름이 나게 돼 있는데…

조용필, 천경자, 이현세… 그렇지요? 그런데 사진은, 김근원, 홍순태,

임석제라는 이름은, 누가 알기나 합니까?” 외롭고 힘든 작업…

온 인생을 사진에 걸고 승부하겠다는 각오 없이 “사진이나 해보겠다”고

덤비지 말라고 안승일은 경고한다. 사진 예술은 “중이 되기보다 어렵고

그림보다 지난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 천만원 들여 찍은 사진집이 단 한 권도 팔리지 않는 열악한 환경.

게다가 사진을 철컥철컥 기계가 알아서 해 주는 단순 작업으로 취급하는

 분위기. 예를 들어 “무엇하세요?” 해서 “사진 찍습니다” 대답하면,

“아 그거? 우리 외삼촌도 찍는데…” 하는 소리 같은 것. 사진은

순간을 정지시키는 작업이다. 그 순간을 위해 끈질기게 자리를 지키는

자기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눈 사진 찍겠다고 눈이 온 후에 가면 이미 늦는다.

눈이 내릴 징조가 보이면 미리 산에 올라 기다려야 한다. 열흘 살고

내려오면 다음 날 또 가고 싶어지는 안승일의 산. 그는 사진보다 산이

더 소중할 때가 많다고, 사진이 들으면 섭섭할 소리를 한다. 산을 알고,

 산에 살며, 산과 함께 숨쉬며 찍은 사진만이 감동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처럼 무심하게 오르는 산에서 안승일은 솔잎 사이 일어서는 바람소리를

 듣는다. 화구벽에 부딛는 바람을 본다. 그 영혼의 맑음과 사진의 깨끗함은

오후의 산이 피곤해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이제 안승일의 사진집을 보자.

그리고 우리 문득, 평생 산에 다녔음에도, 이런 장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소스라치자. 산마루의 고요함, 노을의 장엄함, 구름, 햇살…

그리고 바람과 빛의 교차… 지극한 기다림이 감지해 낸 안승일의

아름다운 코드들… 있어야 할 것들이 반드시 제 자리에 있는 그의 사진들…

벌은 일 그램의 꿀을 위해 육천 번의 날갯짓을 한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는가.

안승일의 사진이 그러하다.

그래도 벌은 꽃을 다치지 않는다. 안승일의 산 사랑이 그러하다. 그런

 사진들을 꺼내 놓고 안승일은 “지금 내 사진을 형광등 아래서 보고 있다면

백열등으로 옮겨 보라”고 독자들에게 주문한다. 나도 감히, 주문하리라.

그의 사진집 한 권을 사라고. 그리하여 안승일의 눈을 빌어 빛을, 그 빛이 갖고

 있는 불가사의한 능력을 느껴 보라고. <글·조석필 편집위원 사진·장병희 기자>

출처 : 사람과 산

[신의식(도르메)]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