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죽은 詩人의 사회
글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金泰完 月刊朝鮮 기자
詩人(시인) 박남철의 표현을 빌리자면 詩人은 집이 없다. 그저 사람(人)뿐이다. 소설家(가), 화家, 극작家도 집(家)이 있다. 하다못해 요리師(사), 사진師(사)까지 존칭 「師」(사-스승이나 전문적 기예를 닦는 사람이란 뜻)를 쓰지만 詩人은 집 한 채도 없고 그저 「사람」일 뿐이다.
詩人이 詩 한 편을 쓰고 받는 고료는 얼마일까. 문예지에 물어보니 편 당 4 만 원이란다. 보통 3편씩 발표하니 12만 원 정도 받는 셈이다. 이 돈 받고 文學을 논하고 詩를 노래할 수 있을까. 이 곳 저 곳 투고라도 많이 하면 어떨까. 하지만 대부분의 문예 계간지는 석 달 만에 한 번씩 나온다. 어찌보면 社報(사보)가 유일한 밥줄이다.
배고픈 詩人은 어디다 하소연할 길도 없다. 이마저도 「마이너 문예지」는 알량한 고료마저 떼어먹거나 미루기 일쑤다. 한국의 詩人 중 전업 작가는 거의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스트셀러 詩人 류시화도 詩만 쓰지 않는다. 이런데도 이 시대에 詩를 쓰는 詩人이 있으니 경이롭다. 대부분 다른 직업을 갖고 있겠지만 詩心을 버리지 않고 「언어 세공사」가 되려고 자신을 담금질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詩人이 배고픈 것은 독자가 없기 때문이다. 詩를 읽고 노래하는 독자가 없으니 詩集이 안 팔리고 결국 詩人의 배만 곪는다. 詩를 쓰다가도 돈이 되는 역사소설로 「전향」하거나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된다. 대담하게 「詩人 겸 방송 시나리오 작가」라는 시건방진 명함도 돌아다닌다. 만일 詩人 김수영 선생이 살아 돌아온다면 매질을 당할 법한 「담대함」이다. 단국大 문예창작과 강사인 소설가 해이수씨의 이야기다.
『詩人을 꿈꾸는 문학청년은 희귀합니다. 詩를 쓰더라도 등단해서 다른 길을 찾고 맙니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이 시대는 「죽은 詩人의 사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절판됐던 詩集들이 再출판된다고 한다. 詩의 시절이었던 1980년대 나온 詩集들이 그 대상이다. 장석주 詩人의 「햇빛사냥」이 빛을 봤고, 민음사에서 내놓았던 「민음의 詩」시리즈가 잇따라 관 뚜껑을 열 것이란 얘기다. 고은의 「전원시편」, 임동확의 「매장시편」, 최승호의 「진흙소를 타고」, 김영승의 「반성」 등이다. 또 과거 출판됐던 시들 중 일부를 묶은 시선집(이윤택)도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詩人들로선 반가운 얘기지만 한편으론 서글프다. 詩集이 재출간 된다 해도 詩를 안 읽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詩가 나올 수 있을까. 방법은 두 가지다. 詩人을 더 굶겨 죽게 만든 뒤 생명력이 질긴 몇몇 詩人에게 「절창의 詩」를 쓰게 하는 방법이 있다. 다른 하나는 독자들이 詩를 많이 읽어 전향했던 詩人들을 불러들이는 방법이다. 그들로 하여금 경쟁을 붙여 많은 詩를 쓰게 해서 「질 좋은」 작품을 남기도록 하는 것이다. 어느 방법이 좋을까. 기자는 후자를 택하고 싶다.
입력 : 2007.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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