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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27일, 수요일, Kathmandu, Red Planet Hotel
(오늘의 경비 US $22: 숙박료 300, 점심 375, 커피 75, 계란 20, 바나나 10, 감자 5, 인터넷 60, 입장료 75, 펜과 메모장 105, 종이 15, 지도 100, 패치 105, 책 350, 화장실 2, 환율 US $1 = 70 rupee)
오늘은 Kathmandu 시내 서쪽 언덕 위에 위치한 Swayambhunath 불교 사원에 다녀왔다. 아침 7시쯤 떠나서 11시경에 돌아왔는데 걸어서 다녀오기에 딱 알맞은 거리였다. 사원 입구에는 납작한 돌에 부처님의 발자국이라는 발자국 두 개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거기에다 절을 하고 붉은 물감 같은 것을 발라놓았다. 계속 사람들이 와서 절을 한 다음에 발자국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불교, 힌두교 모두 신을 상징하는 석상에는 이렇게 붉은 물감으로 칠을 해놓았는데 성스럽다는 감정은 전혀 안 생긴다. 인도에서도 그랬지만 네팔에도 힌두교 "코끼리 신" Ganesh가 인기인 듯 여기저기 Ganesh 상이 많이 보인다. 사람들이 와서 Ganesh 상에 절을 하고 이마를 맞대고 간다.
불교 사원으로 올라가는 높은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가는 도중에 힌두교 신들이 타고 다녔다는 Garuda 같은 동물상이 여럿 보인다. Garuda는 힌두교에 나오는 동물들인데 왜 불교 사원에 있나? 네팔은 인도와는 달리 아직도 불교의 영향력이 남아있는지 힌두교와 불교가 적당히 섞여 있는 것을 가끔 본다. 계단을 다 올라가니 계단 밑에서는 보이지 않던 사원과 그 주위로 집들이 많이 있어서 사원이 조그만 마을 같은 분위기였다.
사원에서는 서울의 남산 같이 Kathmandu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스모그가 많아서 시내가 깨끗하게 보이지 않는다. 사원 안에는 기념품 가게들이 너무 많아서 사원보다는 오히려 장바닥 같은 분위기다. 그래도 흥미롭다. 종교의식을 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이고 스님도 많이 보인다. 사원에서 준비해온 아침을 들고 구경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 한 시간 정도 보냈다. 어제 갔던 Durbar Square보다 덜 복잡해서 좋다.
계단을 내려오다 원숭이들의 공격을 받았다. 원숭이 한 마리가 내 옆에서 걸어가던 소년의 어깨위로 올랐다가 도망간다. 그러면서 내 팔도 잠깐 잡았다. 거의 다 내려와서 화장실이 보여서 들어갔다 나오는데 누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20 rupee를 내란다. 들어갈 때는 아무 얘기가 없었는데. 그리고 과도한 액수다. 아무 말 안 하고 20 rupee 대신 2 rupee만 냈다. 돌아오는 길에 등교하는 학생들, 학교, 오토바이 충돌사고 장면을 보았다.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에 먹으려고 계란 4개, 감자 2개, 바나나를 4개를 샀다.
점심을 맥주 한 병을 깃들여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를 잘 먹었다. 그 동안 한국 음식점에서 한국 음식을 너무 많이 사먹어서 한국 음식에 좀 질린 것 같았다. Kathmandu Guest House 옆에 있는 음식점에는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 200g에 290 rupee인데 10분 정도 남쪽으로 걸어가서 발견한 Everest Steak House에는 300g이 260 rupee이다. 고기질도 좋고 양도 충분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잘 구웠다. 따라 나오는 야채볶음과 감자튀김도 좋았다. 이번 여행을 떠나서 처음으로 고기다운 고기를 먹었다. 한국 음식점에서 먹은 삼겹살이나 불고기보다 훨씬 더 맛있다. Kathmandu를 떠나기 전에 한 번쯤 더 가서 먹어야겠다.
인터넷 고교동창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내가 보낸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사진을 이메일로 홈페이지 관리자에게 보내면 관리자가 올린다. 올린 여행기와 사진에 대한 찬사가 자자하다. 캐나다 여행친구 부부 Jack과 Ellen이 Ecuador의 Galapagos 군도 여행 사진을 보내왔다. 인도 여행을 떠나면서 Jack과 Ellen에게 소식을 못 전해서 좀 미안하다. 답장을 보내면서 인도와 네팔 여행 사진도 보냈다.
오늘 네팔 Lonely Planet을 잃어버렸다. Lonely Planet을 잃어버린 것이 벌써 세 번째다. 남미 여행 때 브라질 Lonely Planet을 잃어버렸고 이번 여행 중에 인도 Lonely Planet을 잃어버렸고 오늘 네팔 Lonely Planet을 잃어버렸다. Lonely Planet을 이렇게 자주 잃어버리게 되는 이유는 다른 물건과는 달리 Lonely Planet은 하루에도 수십 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작은 가방에서 꺼내고, 넣고, 손에 들고 다니다가 사진을 찍거나 다른 일을 하는 동안에는 잠깐 어디에 내려놓고, 하는 것을 하루에 수십 번을 반복하니 잃어버릴 가능성이 다른 물건보다 몇 배는 되는 것이다. 오늘 잃어버린 네팔 Lonely Planet은 작은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것도, 손에 들고 다니는 것도 마땅치 않아서 등에 지고 다니는 작은 배낭과 등 사이에 끼고 다니다가 어디에선가 떨어트린 것이다. 다행히 다음 갈 곳의 페이지들을 복사해 놓은 것이 있어서 다시 사지 않고도 견딜 것 같다.
어제는 틀니, 오늘은 Lonely Planet을 잃어버려서 좀 불길한 생각이 든다. 정말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전대, 여권, 카메라와 여행일지를 잃어버릴까봐 걱정이 된다. 몸은 견디는데 머리는 따라오지를 못 하는 것일까? 정신을 더 차려야겠다. 물건을 잠시도 몸에서 떼어놓지 말아야겠다. 이틀 전에는 전대를 잃어버린 줄 알았다. 숙소 방에서는 항상 전대를 배낭 커버 안에 숨겨 놓는데 그것을 깜박 잊고 그곳은 안 보고 다른 곳만 찾았다. 방에 사람이 들어온 흔적도 없고 물건을 헤친 흔적도 없는데 배낭, 옷장, 서랍 안을 몇 번씩 샅샅이 뒤져도 전대가 없다. 호텔과 관계된 지능인의 소행으로 결론짓고 호텔 리셉션에 보고할 단계가 되어서야 배낭 커버 생각이 나서 그곳엘 보니 있었다. 얼마나 마음이 놓였던지. 앞으로 밖에 나다닐 때는 물건을 절대 몸에서 떼어놓지 말고 잃어버릴 가능성이 많은 물건들은 수첩에 기록해 놓았다가 보고 특별히 신경을 더 많이 써야겠다.
며칠 전에 Lonely Planet 포럼에 올린 나의 글 "No Gonnichiwa to Me"에 댓글이 많이 올라있었다. 네팔 사람들로부터 하도 “곤니치와” 소리를 많이 들어서 네팔 사람들 보라고 올린 불평의 글이었는데 그 글을 읽고 나를 동정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속 좁은 사람으로 비난하는 댓글도 많았다. 조금 덜 강하게 쓰는 것인데 조금은 후회가 된다. 그러나 네팔 사람들 교육 차원에서 쓴 글이다. 댓글을 단 사람들은 모두 외국 여행자들 같은데 사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관광사업에 종사하는 네팔 사람들이 많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그렇게 안 된 것 같지 않다.
가지고 있던 조그만 태극기 패치를 카메라 백의 제일 잘 보이는 곳에다 붙였다. 좀 유치한 발상인지 몰라도 반응이 어떤지 봐야겠다. 길을 걷다가 "곤니치와" 하는 사람이 있으면 카메라 백에 붙인 태극기 패치를 손으로 가리킬 것이다. 캐나다 사람들도 자기네 국기를 배낭이나 조그만 가방에 많이 붙이고 다닌다. 캐나다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과 잘 구별이 안 되기 때문에 미국 사람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싫어서 그렇게 하는 것 같다. 더구나 근래에 회교 테러가 많아지면서 신변에 위험까지 느끼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태극기 패치는 Annapurna 트레킹을 하는 동안 Maoist 게릴라를 만나는 경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당근을 팔고 있는 남자와 여인
붉은 향료를 뒤집어 쓴 힌두교 "코끼리" 신 Ganesh, 지저분해 보인다
제법 깨끗해 보이는 Kathmandu 교외 거리 풍경
언덕 위에 위치한 Swayambhunath 불교 사원, Kathmandu 시내 어디서나 보인다
부처님의 발자국이라는데 조금도 진짜 같지 않다
부처님 상 앞에 온몸으로 절을 하고 있다
힌두교 신들이 타고 다녔다는 동물 상
그 중 제일 유명한 Garuda 상
Swayambhunath 불교 사원
불공을 드리고 있는 여인
불공을 드리고 있는 여인들
두 스님 사이로 모금함이 보인다
낡았으나 정교한 나무 조각이 있는 아름다운 전통 가옥 아래층은 온통 기념품으로 덮였다
할머니와 손자, 그러나 종족이 달라 보인다
계단을 내려오다가 원숭이들의 공격을 받았다
오토바이 충동 사고 후에 시비를 가리고 있는 사람들
등교하고 있는 학생들
한적해 보이는 Kathmandu 교외 마을
직업적으로 빨래를 하는 빨래방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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