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자욱한 이 땅 일을 한바탕 긴 봄꿈이라 이를 수 있다면,
그 한바탕 꿈을 꾸미고 보태 이야기함 또한 부질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사람은 같은 냇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고,
때의 흐름은 다만 나아갈 뿐 되돌아오지 않는 것을...
새삼 지나간날 스러진 삶을 돌이켜 길게 적어 나감도 마찬가지로
헛되이 값진 종이를 버려 남의 눈만 어지럽히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그러하되 꿈속에 있으면서 그게 꿈인줄 어떻게 알며,
흐름속에 함께 흐르며 어떻게
그 흐름을 느끼겠는가....
꿈이 꿈인줄 알려면 그 꿈에서 깨어나야 하고,
흐름이 흐름인 줄 알려면 그 흐름에서 벗어나야 한다.
때로 땅 끝에 미치는 큰 앎과 하늘가에 이르는 높은 깨달음이 있어
더러 깨어나고 또 벗어나되...
그 같은 일이 어찌 여느 우리에게까지도 한결같을 수가 있으랴
놀이에 빠져 해가 저야 돌아갈 집을 생각하는 어린아이 처럼,
티끌과 먼지 속을 어지러이 헤매다가
때가 와서야 놀람과 슬픔속에 다시 한줌 흙으로
돌아가는 우리인 것을...........
또 일찍 옛사람은 말하였다.
그대는 저 물과 달을 아는가
흐르는 물은 이와 같아도 아직 흘러 다해 버린 적이 없으며,
차고 이즈러지는 달 저와 같아도 그 참크기는 줄어 작아짐도
커서 늘어남도없었다.
무릇 바뀌고 달라지는 쪽으로 보면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이 짧은 사이도
그대로일 수가 없지만 그 바뀌고 달라지지 않는 쪽으로 보면
나와 남이 모두 바뀌고 달라짐이 없다......
그게 글 잘하는 이의 한갓 말장난이 아닐진대
오직 그 바뀌고 달라짐에 치우쳐
우리 삶의 짧고 덧없음만 내세울 수는 없으리라
더욱이 수풀위를 떼지어 나는 하루살이에게는
짧은 한낮도 천년에 값을 하고
수레바퀴 자국 속에 사는 미꾸라지에게는
한 말 물도 큰바다에 같음한다.
우리 또한 그와 같아서 가시덤불과 엉겅퀴로 뒤덮인
이 땅 끝 모를 하늘에 견주면 수레바퀴 자국이나 다름없고
그 속을 앉고 서서 보낸
인생 또한 다함 없는 때의 흐름에 견주면 짧은 한낮에 지나지 않으나....
차마 그 모두를 없음이요 헛됨이라 잘라 말할수는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