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본생심지관경 제8권
12. 성불품(成佛品)
이때 부처님께서 능히 잘 청정한 법계에 평안히 머무르시니, 3세가 평등하여 처음도 없고 끝도 없으며, 움직이지도 아니하여 응연히 항상 끊고 다함이 없으며, 큰 지혜의 광명이 널리 세계를 비추며, 선교방편과 방편과 변화하는 신통으로 시방의 국토를 교화하시니, 두루하지 않음이 없었다.
이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시었다.
[세 가지 큰 비밀법]
“유가(瑜伽) 행자가 둥근달을 본 뒤에야 응당 세 가지 큰 비밀법을 보는 것이니,
어떤 것이 셋이 되는가?
첫째는 마음의 비밀이요,
둘째는 말의 비밀이요,
셋째는 몸의 비밀이다.
어떤 것을 마음의 비밀법이라고 하는 것이냐 하면, 유가 행자가 뚜렷한 달 가운데서 금빛 5고(鈷) 금강이 나오는 것을 관하니, 광명이 환하게 밝아 마치 금을 녹인 것같이 수없이 크고 흰 빛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관찰하는 것을 마음의 비밀이라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말의 비밀이라고 하느냐 하면 ‘옴지실다바이라(唵地實多波爾羅)’이다.
이 다라니는 큰 위력을 갖추어 일체 보살이 부처님의 참 자취를 이루니, 이런 까닭으로 말의 비밀이라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몸의 비밀법이라고 하되는가?
도량 가운데서 몸을 단정히 하고 생각을 바르게 하여 손으로 인도무상보리최제일인(引導無上菩提最第一印)을 맺어 가슴의 마음 달 바퀴 가운데에 편안히 놓는 것이다.
선남자여, 내가 마땅히 너희를 위하여 그 인(印)의 모양을 말하겠노라.
먼저 좌우 두 엄지손가락을 각각 좌우 손바닥 안에 넣고,
각각 좌우 엄지손가락과 중지 손가락과 무명지(無名指) 손가락으로 엄지손가락을 굳게 잡아 손으로 주먹을 짓는 것이니,
곧 이것이 견뢰금강권인(堅牢金剛拳印)이다.
다음으로 주먹을 펴지 않고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펴 곧게 허공을 가리키고,
그 왼쪽 주먹으로 가슴 위에 대고 오른쪽 주먹 새끼손가락으로 왼쪽 주먹 엄지손가락 한 마디를 굳게 잡으며,
다음에 오른쪽 주먹 엄지손가락 끝으로 바로 왼쪽 주먹 엄지손가락 한 마디를 가리키며 또한 가슴 앞에 대는 것이니,
이것을 인도무상보리제일지인이라고 하며, 또한 능히 무명의 어두움을 소멸하는 큰 광명인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인(印)을 맺음으로 지니는 힘이 더해지는 까닭에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수행자의 정수리를 쓰다듬어 큰 보리의 수승한 결정기(決定記)를 주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큰 비로자나여래무량복지취대묘지인(毘盧遮那如來無量福智聚大妙智印)이다.
이때 수행자는 이 인을 맺은 뒤에 곧 이 관(觀)을 지으니, 일체의 유정이 함께 이 인을 맺고 진언을 지니고 염하면, 시방세계 3악도(惡道)와 8난(難)의 괴로운 과보가 없고 제일 청정한 법락을 함께 받을 것이다.
내가 이제 머리 위에 큰 보배관(冠)이 있는데 그 천관(天冠) 속에 다섯 분의 부처님 여래께서 결가부좌하고 계시며, 내가 바로 비로자나여래인데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원만하게 구족하여 큰 광명을 놓아 시방세계를 비추어 일체 중생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니, 이와 같이 관찰하는 것을 비로자나여래의 가장 수승한 삼매에 들었다고 하는 것이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가로라미묘관문(迦盧羅微妙觀門)을 깨닫고 스스로 이 관을 지어서 내 몸이 곧 이 금시조왕(金翅鳥王)이라고 하는 것과 같이,
마음과 뜻과 말도 또한 다시 이와 같나니,
이 관(觀)의 힘으로 능히 독약을 소멸하여 일체 악의 독이 능히 해치지 못하는 것이요,
범부 수행자도 또한 이와 같아서,
항복받는 자리를 지어 몸을 움직이지 아니하고 손으로 지인(智印)을 맺어 진언을 가만히 염하면,
이 관에 들어갈 때에 능히 3독(毒)을 소멸하고 업장을 제거하며 복과 지혜를 증장하여 세간과 출간세의 원(願)이 빨리 원만함을 얻으며,
8만 4천 모든 번뇌의 업장이 능히 나타나 일어나지 못하여 항하사(恒河沙)같이 많은 무거운 소지장이 점점 소멸하여 샘이 없는 큰 지혜와 능히 끊을 수 있는 금강반야바라밀이 앞에 원만함을 나타내어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 것이다.”
이때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희유하신 세존이시여, 희유하신 선서(善逝)시여,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심이 우담발화보다 더하며, 설령 세간에 나오신다 하더라도 이 법을 말씀하시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와 같은 마음자리의 세 가지 비밀의 위없는 법의 바퀴는 진실로 능히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며, 여래의 자리와 보살의 자리에 들어가는 진실로 바른 길이니,
만일 어떤 중생이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이 법을 수행한다면 빨리 보리를 얻을 것입니다.”
이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세 가지 비밀스럽게 성불하는 미묘한 문(門)을 닦아 익혀서 일찍 여래의 공덕신(功德身)을 얻고자 한다면, 마땅히 보살의 서른두 가지 큰 금강 갑옷을 입고서 이 미묘한 관(觀)을 닦아야만 반드시 여래의 청정한 법신(法身)을 증득할 것이다.
[서른두 가지 갑옷]
어떤 것을 서른두 가지 갑옷이라고 하는가?
첫째는 한량없는 겁에 중생을 위하기 때문에 생사를 싫어하지 아니하고 괴로움을 받는 큰 갑옷이요,
둘째는 한량없는 유정을 제도하길 서원하여 땅강아지와 개미까지도 버리지 않는 큰 갑옷이요,
셋째는 중생들의 생사의 긴 꿈을 깨우쳐 세 가지 비밀한 법에 편안히 두는 큰 갑옷이요,
넷째는 일체의 때에 부처님 법을 옹호함이 마치 메아리가 응하는 것과 같이 법을 옹호하는 갑옷이요,
다섯째는 있음과 없음의 두 견을 능히 일으키는 일체 번뇌를 영원히 소멸하는 금강의 큰 갑옷이다.
여섯째는 머리와 눈과 골수와 뇌와 처자와 보배를 와서 구하는 이가 있으면 능히 희사하는 큰 갑옷이요,
일곱째는 집안에서 받는 일체 즐기는 도구를 길이 탐착하지 아니하여 능히 보시하는 큰 갑옷이요,
여덟째는 능히 보살의 삼취정계(三聚淨戒)를 가져 끝내 두타를 여의지 않는 큰 갑옷이요,
아홉째는 인욕의 옷을 입어 모든 어그러지는 인연을 만나 헐뜯고 욕하고 때림을 당할지라도 되갚지 않는 큰 갑옷이요,
열째는 있는바 일체의 연각과 성문을 교화하여 일승(一乘)에 나아가 마음을 돌이키게 하는 큰 갑옷이다.
열한째는 비유컨대 큰 바람이 밤낮으로 쉬지 않듯이 모든 유정을 제도하여 정진하게 하는 큰 갑옷이다.
열두째는 몸과 마음이 고요하며 입으로 허물을 범함이 없어서 해탈 삼매를 수행하는 큰 갑옷이요,
열셋째는 생사와 열반을 둘로 봄이 없으며 중생을 이롭게 함이 평등한 큰 갑옷이요,
열넷째는 이유 없는 대자비로 중생을 이롭게 하여 항상 싫어하거나 버림이 없어서 즐거움을 주는 큰 갑옷이요,
열다섯째는 막힘 업는 대비로 일체를 구제하여 거두되 한량없이 괴로움을 뽑아버리는 큰 갑옷이다.
열여섯째는 모든 중생에게 원수 맺음을 없게 하여 항상 이로움을 짓는 큰 기쁨의 갑옷이요,
열일곱째는 비록 고행(苦行)을 행하면서도 수고로움을 꺼리지 아니하여 항상 물러남이 없는 큰 기쁨의 갑옷이요,
열여덟째는 괴로움이 있는 중생이 보살의 처소로 오면 저를 대신하여 괴로움을 받아도 싫어하지 아니하는 큰 갑옷이요,
열아홉째는 손바닥 안의 아마륵과(阿摩勒果)를 보는 것과 같이 이와 같이 능히 해탈을 보는 큰 갑옷이요,
스무째는 5온(蘊)의 몸을 보기를 마치 전타라(旃陀羅)가 선한 일을 손해 보는 것처럼 집착함이 없는 큰 갑옷이다.
스물하나째는 12입(入)을 보기를 마치 텅 빈 마을은 항상 두려움을 품게 되는 것처럼 싫어하여 여의는 큰 갑옷이요,
스물두째는 18계(界)를 보기를 마치 눈속임에는 진실 됨이 없는 것처럼 보는 큰 지혜의 갑옷이요,
스물셋째는 일체 법을 법계와 한가지로 보고 뭇 모양들은 보지 않아서 참을 증득하는 큰 갑옷이요,
스물넷째는 다른 사람의 악은 가리어 주고 자기 허물은 감추지 아니하여 3계를 싫증내 떠나서 세간을 벗어나는 큰 갑옷이요,
스물다섯째는 큰 의왕이 병에 따라 약을 주듯이 보살이 마치 맞게 연설하여 교화하는 큰 갑옷이다.
스물여섯째는 저 3승의 체(體)가 본디 다르지 않다고 보아서 마침내 마음을 돌리어 하나로 돌아가는 큰 갑옷이요,
스물일곱째는 3보의 종자를 이어 끊어지지 않게 하고 미묘한 법의 바퀴를 굴려 사람을 제도하는 큰 갑옷이요,
스물여덟째는 부처님은 중생들에게 큰 은덕이 있으므로 그 은혜를 갚기 위해 도를 닦는 큰 갑옷이요,
스물아홉째는 일체 법의 본성은 텅 비어 고요해서 나지도 않고 소멸하지도 않는다고 관(觀)하는 때[垢] 없는 큰 갑옷이요,
서른째는 무생인(無生忍)을 깨달아 다라니를 얻어 말하기를 즐기는 변재(辯才)가 막힘이 없는 큰 갑옷이다.
서른하나째는 널리 유정을 교화하여 보리나무에 앉아서 부처님의 과보를 증득하게 하는 한 맛[一味]의 큰 갑옷이요,
서른두째는 한순간에 마음이 반야와 서로 응하여 3계의 법을 깨달아 남음이 없는 큰 갑옷이니, 이것을 보살마하살의 서른두 가지 금강의 큰 갑옷이라고 하는 것이다.
문수사리보살이여,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몸에 이와 같은 금강 갑옷을 입고 마땅히 부지런히 세 가지 비밀스러운 법을 닦아 익히면 현세 가운데 큰 복과 지혜를 갖추어 빨리 위없는 정등보리(正等菩提)를 증득할 것이다.”
이때 대성인 문수사리보살마하살과 모든 대중들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세 가지 비밀스러운 심지묘법(心地妙法)과 서른두 가지 금강갑주(金剛甲冑)가 일체 보살이 응하여 배우는 곳임을 듣고서, 각각 값진 영락(瓔珞)과 보배 옷을 벗어서 비로자나여래와 시방의 부처님께 공양하고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부처님 박가범이시여.
끝없는 보살의 행원(行願)을 연설하시어 일체 중생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시며, 범부의 몸을 버리고 부처님 자리에 들도록 하셨습니다.
이제 저희들 바다 같이 모인 대중이 부처님의 은혜를 갚기 위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두루 모든 불국토에 이 미묘한 법을 분별해서 연설하며,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써서 널리 유포시켜 끊어지지 않도록 하겠사오니, 오직 바라건대 여래께서는 멀리 보호하여 생각하여 주옵소서.”
이때 많이 모여 있던 이들이 이 미묘한 법을 듣고 큰 이로움을 얻었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살들이 각각 물러나지 않는 자리의 깨달음을 증득하였으며, 일체의 사람과 하늘이 모두 수승한 이익으로 얻었으며, 나아가 다섯 갈래의 일체 유정들이 모든 무거운 업장을 끊고 한량없는 즐거움을 얻었으니, 모두 다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