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즐거움
여러 율장과 불교문헌들에 의하면 붓다는 성도한 후 4주(28일) 동안 혹은 7주(49일) 동안 보리수 밑에서 또는 그 밖의 다른 나무들 밑에서 홀로 가부좌한 채 열반의 즐거움을 맛보았다고 합니다.
팔리 율장(律藏) 대품(大品)에 의하면, 붓다께서 깨달음을 이룬 뒤, 첫 번째 7일 동안은 보리수 밑에서 보냈고, 다시 7일 동안은 아자빨라 니그로다(Ajapala-nigrodha) 나무 밑에서 보냈으며, 세 번째 7일은 무짤린다(Mucalinda) 나무 밑에서 보냈고, 네 번째 7일은 라자야따나(Rajayatana) 나무 밑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첫 번째 7일 동안 붓다는 보리수 밑에서 오로지 한자세로 삼매에 잠겨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셨습니다. 이 때 붓다는 연기를 발생하는 대로 그리고 소멸하는 대로 명료하게 사유하셨다고 합니다.
두 번째 7일 동안에는 모든 것을 비웃는 버릇이 있는 거만한 브라흐마나(Brahmana, 波羅門)의 방문을 받고 그에게 진정한 브라흐마나(바라문)이란 어떤 것인가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 때의 상황을 기록한 율장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세존께서는 7일이 지난 뒤 삼매에서 깨어나셨습니다. 그리고 보리수를 떠나 아자빨라 니그로다 나무로 가셨습니다. 그곳에서 다리를 맺고 앉은 채 7일 동안 오로지 한자세로 삼매에 잠겨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셨습니다.
그때 교만한 바라문이 있었습니다. 그는 세존께 와서 안부를 여쭙고 몇 마디 인사를 나눈 뒤 한쪽에 서서 말했습니다.
"사문 고따마(Gotama)여, 그대는 어째해야 바라문이 되는지 아시오? 어떤 수행을 해야 바라문이 되는지 아시오?"
그때 세존께서는 감흥을 읊으셨습니다.
"바라문은 죄악을 멀리하고, 마음이 교만하지 않다. 때가 없고 자제(自制)하고, 베다(Veda)에 정통하며 청정한 수행을 완성한다. 바라문이란 그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니, 그에게 세상 어디에선들 교만함이 있겠는가?"
세존께서는 7일이 지난 뒤 삼매에서 깨어나셨습니다. 그리고 아자빨라 니그로다 나무를 떠나 무짤린다 나무로 가셨습니다. 그곳에서 다리를 맺고 앉은 채 7일 동안 오로지 한자세로 삼매에 잠겨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셨습니다. 그때 갑자기 큰 구름이 일어나 7일 동안 비가 내리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서 날씨가 을씨년스러웠습니다.
그러자 무짤린다 용왕(龍王)은 자신의 거주처에서 나와 긴 몸으로 세존을 일곱 번 둘러싸고, 고개를 굽혀 세존의 머리 부분을 가리고 서 있었습니다. 그것은 추위나 더위가 세존을 침범치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파리, 모기, 바람, 열기, 뱀 등이 세존에게 다가서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7일이 지난 뒤 세존께서는 삼매에서 깨어나셨습니다. 용왕은 날씨가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게 갠 것을 보고 세존에게서 자신의 몸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동자의 모습으로 변한 뒤 세존을 향해 합장한 채 경배하며 서 있었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감흥을 읊으셨습니다.
"진리를 듣고 보아
혼자서도 만족함은 즐거움이다.
생명에 대해 조심해서
해치지 않음도 세상의 즐거움이다.
애욕을 극복하여
세상살이에 탐착하지 않음도 즐거움이다.
그러나 내가 있다는 교만심을 누를 줄 아는 것,
이것이 최상의 즐거움이다."
세존께서는 7일이 지난 뒤 삼매에서 깨어나셨습니다. 그리고 무짤린다 나무를 떠나 라자야따나 나무로 가셨습니다. 그곳에서 다리를 맺고 앉은 채 7일 동안 오로지 한자세로 삼매에 잠겨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셨습니다.
그때 따뿟사(Tapussa)와 발리까(Bhallika)라는 두 상인이 욱깔라(Ukkala) 지방에서 세존이 계신 곳으로 향하는 큰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생에 두 상인의 친척이었던 천신(天神)이 그들 앞에 나타나 세존께 공양을 올리도록 권했습니다.
"벗들이여, 이제 막 깨달음을 이루신 세존께서 라자야따나 나무 아래에 계십니다. 그분께 보리죽과 꿀을 공양하십시오. 그러면 그대들은 오랫동안 즐거움과 안락함을 얻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보리죽과 꿀을 가지고 세존에게 다가가 공손히 절한 뒤 한쪽에 서서 말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의 보리죽과 꿀을 받으십시오. 그러면 저희들은 오랫동안 즐거움과 안락함을 누릴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생각하셨습니다.
'여래(如來)가 저들의 손에서 직접 음식을 받을 수는 없다. 나는 어떤 것을 사용하여 보리죽과 꿀을 받아야 할까?'
그러자 4대왕(四大王=四天王)이 세존의 생각을 자신들의 마음으로 알아낸 뒤, 사방에서 다가와 수정으로 만든 네 개의 그릇을 바치며 아뢰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으로 보리죽과 꿀을 받으십시오."
그리하여 세존께서는 수정 그릇으로 음식을 받아 드셨습니다. 두 상인은 세존께서 음식을 다 드시고 그릇에서 손을 거두는 것을 보고서는, 세존의 발에 머리를 숙이며 아뢰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과 법에 귀의합니다.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신자로 받아 주십시오. 오늘부터 생명이 다할 때까지 귀의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상인 따뿟사(Tapussa)와 발리까(Bhallika)는 세존과 법이라는 두 의지처에 귀의한 최초의 신자가 되었습니다.
위 내용은 팔리 율장에 나오는 것입니다. 따뿟사와 발리까라는 두 상인이 500대의 수레에 짐을 싣고 웃깔라 마을에서 중부 인도로 가던 도중 마침 이 근처를 지나게 되었는데, 이때 수신(樹神, 일설에는 조령이라 함)의 권고로 앞으로의 이익과 안락을 기원하며 보리죽과 꿀떡을 공양하고 불(佛)과 법(法)에 귀의함을 허락 받아서 붓다의 최초 재가 신자가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때는 아직 출가한 제자들의 집단이 없을 때인데, 이와 같이 세속생활을 그대로 하면서 부처님을 받들어 그의 가르침을 실행해 가는 남자들을 우빠사까(Upasaka, 優婆塞)라고 합니다.
부처님은 우루벨라의 숲속에서 고행을 할 때에 이미 사람들로부터 대성자(大聖者)로서 존경을 받았습니다. 이 부처님이 고행을 버리고 지금 보리수 밑에서 성도한 뒤 아직 입을 열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은 벌써 그 거룩한 위덕(威德)에 감화를 입고 있었던 것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불타와 불전/ 마성 팔리문헌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