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아직 공개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이 저의 솔직한 생각이지만, 가장 초기 단계의 구상에서부터 공동체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는 판단하에, 부끄럼을 무릅쓰고, 저 나름의 새로운 시대의 공동체 모델에 대한 아주 초보적인 구상을 여기에 공개합니다. 저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지는 기약이 없지만, 여기 공개한 기본 구상을 교정, 확대,심화하는 작업을 필생의 업이라고 생각하고 매진할 생각입니다. 이 작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기에, 걱정이 앞섭니다. 여러분의 관심있는 참여 기다립니다.
@ 두레, 소도, 신시.-가장 기본적 구상.
1) 이 셋은 서로가 서로에게 귀속되는 한에서만, 비로소 각자의 완전성을 이루어낼 수 있다.
3위 일체의 원리.
2) 두레는 단일 공동체 내적인 물적 상호호혜관계(상부상조의 원리 실현), 소도는 단일 공동체의 내적인 영적 지향점 확보(인간을 선인(仙人)으로 진화시킴), 신시(神市)는 '전지구적' 상호 호혜적 영(靈)-물(物)적 정보공유 네트워크 형성(홍익인간과 재세이화의 원리를 실현시킴). 인간의 총체적 만남과 나눔의 공간으로서의 신시(神市).
3) 완전한 '자치권'을 가지는, 두레에 기반 하는 다수의 소도들과 그 다수의 소도들을 묶어주는 여러 단계의 신시(神市)들. 그리고 각각의 단계의 신시(神市)들은 각각의 단계의 단군(檀君)들에 의해 통치됨. 신시(神市)는 독자적인 자치권을 가지는 권력기구가 아니라, 오로지 서로 분리되어 있는 소도들을 서로 소통시켜주고, 그것들 간의 연대를 가능케 해주는 일종의 개방적 매개 공간이다.
4) 따라서 신시(神市)의 단군(檀君)들은 비록 더 높은 권위를 가지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권력은 소유하지 못함. 실제적인 권력은 각 소도들과 그 구성원, 수장들에게 귀속함. 단군은 하나의 통일점이자 연대의 중심자로서의 역할만을 함. 물적 권력의 하향화가 포인트.
5) 실질적인 권력의 단위들인 소도들은, 서로 독립되어 있고, 작은 단위체인 이유로 권력의 비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들만으로는 하나의 단순한 고립체들임. 그래서 각각의 소도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각 단계의 '신시(神市)들'에 복속됨으로써만 다른 소도들과의 연대를 이루어내고,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것임. 따라서 단군(檀君)들은 하나의 '상징적' 권력을 소유할 수 있을 뿐이다. 그들은 각각의 소도들간의 소통과 영적 연대를 이루어낼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추어야만 하는 것이다. 또한 상대적 고립체로서의 소도는 다시, 이원적 구조로 분화되는데, 이는 노동-생산-양육의 문제를 담당하는 권력기구와, 축제-종교-의료-전쟁의 문제를 담당하는 권력기구로 분화됨을 말한다. 이 두 기구들 역시 각자의 상대적 독립성을 보장받음으로써 상대의 월권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으며 상호 호혜적 유기적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이 두 기구의 장들은 정기적으로 모여서 소도의 제반 문제들을 협의하고 결정할 의무가 있고, 이때 화백제도가 통용된다.
6) 물질적 권력과 영적 권력은 서로 나름의 상대적 독자성을 가지며, 반대의 방향성을 가지게 된다.
7) 이제까지의 사회주의의 실패는 신시(神市)와 소도의 성격이 전적으로 배제된 순수 두레적 공동체만을 지향한 데서 기인한 것이다. 오로지 물질적 상호호혜성과 상부상조에만 집착한 나머지 영-물적 존재자로서의 인간본성에 대한 자각에 실패하고, 그럼으로써 구성원들간의 영적 지향성을 이루어내는데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이는 결국 공동체 내부의 구성원들간의 실질적 유대와 상부상조의 이념적 정당성을 설득시키는데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8) '두레-소도-신시'의 새로운 공동체 모델은,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종류의 정체(政體)모델들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것은 개인주의도 집단주의도, 자유주의도 전체주의도 아니고, 사회주의도 아니고 자본주의는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봉건주의로의 회귀도 아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두레-소도-신시'의 모델은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종류의 모델들이 가지는 공통점인 '권력의 일방향적 집중과 환원성' 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두레-소도-신시'모델은 그 개념적 본질상 권력의 다-차원화와 다-방향성, 그리고 상호-본질적 상생적 유대관계를 이루어 내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델들은 그것들의 표면적인 복잡성과는 무관하게, 철저히 일차원적이다. 즉 모든 종류의 힘과 권력들이 결국은 단일 공간에로 편입되고, 동질화됨으로써 단일 공간에서 동일 법칙으로 작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레-소도-신시'모델은 상이한 힘들과 권력들 각각의 고유성이 철저히 긍정되고, 분화되면서도, 동시에 그것들이 서로에게 본질적으로 의존하면서 기여하는 상호-호혜적 유대관계로써 무한한 각도와 방향에서 결합되어진다. 그럼으로써 하나의 힘들의 입체적 조형(造形)을 형성해 내는 것이다.
9) 화백제도에 대한 짧은 코멘트: 화백제도는 각각의 소도단위에서부터 시작해, 최고 단계의 신시(神市)단계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어진다. 화백제도의 특징은 간단히 두 가지로 정리되는데, 그것은 우선, 오직 구성원들의 '만장일치'에 의해서만 회의가 결정된다는 것이며, 또한 각 단계의 화백회의의 장(長)은 회의 내용의 결정권을 가지지 못하고 대신, 회의 소집권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하나의 대표자로서의 상징적 권리와 더 상위 단계의 화백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와, 회의 참여자들간의 이견을 중재할 수 있는 권리만을 가질 수 있다. 그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상위의 화백회의에 전달하고, 결정된 결과를 다시 하위의 구성원들에게 성실히 전달할 의무와 이견들을 성실히 중재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또한 화백회의는 소도의 장인 형(兄)과 신시의 장인 단군의 제안, 그리고 둘 이상의 구성원이나 구성단위들의 제안에 의해서 열려진다. 그리고 상정된 안건이 만장일치에 이르지 못할 때, 그 안건은 취소되며, 다시 구성원이나 구성조직 반수이상의 동의가 있는 한에서만 다시 회의에 재상정 될 수 있다. 각각의 소도의 장(長)인 형(兄)들과 신시(神市)의 장(長)인 단군(檀君)들이 화백회의의 장(長)이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