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예찬
靑山 손병흥
평소에도 나는 가끔씩 막걸리 주점을 즐겨 찾는 편이다. 이는 아마도 어릴 적 어르신들의 심부름으로 동네 가게에서 한 됫박이 주전자에다 술을 받아 오다가, 호기심에 가끔 몇 모금씩 마셔봤던 경험이 있었던 터에다, 까까머리 고교생시절 한글백일장에 참가했던 우리들을 격려해주시기 위해 찾아주셨던, 지금은 이미 고인이 되신 그 당시 국어과목을 맡아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옛 은사님이, 우리들을 기다리느라 지루하시다보니 근처의 허름한 가게에서 홀로 막걸리를 드시다가, 행사가 파한 뒤에 떼 지어 몰려가 인사차 들렸던 우리들 중에서 대뜸 음료수를 섞어 당시 문예부장 이었던 제게만 대표로 한 잔을 건네주셨던 그 맛을, 어쩌면 아련한 향수처럼 아직껏 잊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적어도 글을 적거나 작가가 되어 삶의 애환을 아우를 수 있을 정도의 살아 숨 쉬는 문학작품을 쓸려고 한다면, 가장 기본적으로 서민적이고 인간미가 살아 숨 쉬고 있는 막걸리의 참 맛 정도는 알아야만 할 것이라고, 내심 조금은 충혈 되신 눈빛으로 진지하게 말씀하셨던 그 모습을 어쩌다 한 번씩 떠올려 보기도 한다.
또한 생전에 막걸리를 아주 즐겨 드셨던 천상병 시인은 그냥 술이 아닌 하루 세끼 먹는 밥이라고 까지도 극찬을 하였고, 조선 초의 명재상이었던 정인지도 마치 갓난아기들이 엄마의 젖으로 생명을 키워나가듯 노인들에게 영양을 가져다주는 젖줄이라고 할 정도로 설파한 바가 있듯이, 쌀이나 곡물로 빚었기 때문에 다른 술과는 달리 함유되어 있는 유산균들로 인해 체내의 혈중 콜레스테롤을 원활하게 억제시켜 줄 뿐만 아니라, 기타 단백질을 비롯한 비타민B등의 풍부한 영양성분이 많아 건강에도 매우 좋다고들 한다.
거기에다 그냥 술이라고는 하지만 알콜 농도가 낮기 때문에 취기도 그리 심하지 않은데다, 허전한 뱃속의 허기를 단번에 거뜬하게 면해주게도 하고, 그동안 상실했던 기운까지 북돋아주기도 하며, 더불어 여럿이 고담준론을 하며 마신다고 한다면 한바탕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스트레스까지도 해소시켜 주기도 한다.
이를 더욱 이론적으로 체계화시켜서, 취하되 인사불성일 만큼 취하지 않음이 일덕이요, 새참에 마시면 요기되는 것이 이덕이고, 힘 빠졌을 때 기운 돋우는 것이 삼덕이며, 해결이 잘 안 되던 일도 마시고 넌지시 웃으면 되는 것이 사덕인데다, 어울려 마시게 되면 가슴 속에 맺혔던 응어리마저 풀리게 하므로, 이 다섯 가지를 통틀어 오덕이라고 하기도 한다.
아무튼 정인지를 비롯한 문호 서거정은 만년에 막걸리로 밥을 대신했는데 도 불구하고 살아생전에 병 없이 아주 장수를 했다고 할 정도로, 서민들에게 비단 영양 보급원일 뿐 아니라, 큰돈이 들지 않아도 되는 약주요 무병장수의 비밀을 암시 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이런 예화도 있다. 조선조 중엽에 막걸리를 너무나 좋아하는 이(李)씨 성의 판서가 있었는데, 언젠가 아들들이 "왜 아버님은 좋은 약주나 소주가 있는데 도 불구하고 왜 유독 막걸리만을 고집하시며 그렇게 좋아하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이에 이판서는 "그럼 지금 당장 푸줏간에 가서 싱싱한 소 쓸개 세 개를 구해 오라." 고 심부름을 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한 쓸개주머니에는 소주를 담고, 다른 쓸개주머니에는 약주를 담았으며, 나머지 쓸개주머니에는 막걸리를 가득 채우고 처마 밑에 묶어두었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며칠이 지난 후에 그동안 묶어두었던 쓸개주머니의 끈을 풀고서 열어 보았더니, 첫 번째 소주를 담아 두었던 주머니에는 구멍이 송송 나있었고, 약주를 담아두었던 주머니에는 그 속이 상해서 더욱 얇아져 있었으나, 어떻게 된 일인지 막걸리를 담아 두었던 주머니에는 오히려 그 전보다도 더 두꺼워져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로 김치와 부침개를 막걸리나 동동주와 함께 곁들여 먹는 것이 정석처럼 굳어져있는데다, 특히 안주삼아 즐겨 찾는 해물파전은 파 특유의 고소함과 해물의 비릿한 바다내음 까지도 동시에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오래도록 사람들로 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데다 추석 차례 상에 올라가는 술 가운데에서도 가장 서민적인 술로 알려진 막걸리는, 거의 대부분의 술들이 고혈압을 유발하고 간에도 많은 손상을 주는 반면에, 오히려 고혈압 예방 효과에도 탁월한 것으로 그 효능이 밝혀진 바가 있듯이, 알면 알수록 더욱 좋은 우리의 전통주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하기사 그 섭취량에 따라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막걸리가 동물실험 결과 간세포의 재생에도 큰 효과가 있으며, 그 외에도 암세포의 성장 억제 효과 등 고혈압 유도 효소를 저지하는 효과에 있어서는, 연구 결과 고혈압 치료제와도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진 바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발효주 특유의 숙취 때문에 이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보다 편하게 막걸리를 마실 수 있게끔 그 효소와 효모를 황금비율로 넣음으로써, 보다 더 완전한 숙성을 통해 사람들이 기존에 가졌던 두통이라든지 트림이 나오는 것 까지도 완전히 없도록 하는 제조기술도 한층 더 발전이 이뤄진 데다, 건강식품으로 까지도 널리 알려져 있어서 이젠 우리들에게 더욱 친숙해지고 가까워져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순수 미생물에 의해 발효된 자연식품인데다, 몸에도 좋은 작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많은 영양성분들은 주로 부유물 안에 들어 있기 때문에, 그 부유물이 술 전체에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잘 흔들어서 마시는 것이 좋으며, 그렇더라도 어디까지나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는 한꺼번에 적당량 이상은 섭취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아진다.
첫댓글 내일이 쉬는 날이라
막걸리 한사발 해야 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봄비가 내린 이후로 이젠 완연해진 봄날씨가
봄맞이 나들이를 재촉하고 있는 주말입니다.
언제나 문운 가득하시고 행운과 행복이
충만하시길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