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 유머
"의사 데카메론"
🐞 학교 졸업 후 각자 흩어졌던 의대 동창생들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여 술잔이 서너 순배 오고
가더니 소아과 의사가 먼저 푸념을 늘어놓는다.
🐛 '하루 종일 꼬맹이들 진료하고 코 묻은 돈을
받을려니... 안 받을 수도 없고 난처하더군'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산부인과 의사가 나선다.
'그래도 그 돈은 순진하기나 하지.
난 꽃밭에서 신선놀음 하는 것 같지만
실은 질 나쁜 돈만 받게 된다네'
🐛 뒤이어 안과 의사가 토를 단다.
'그 돈은 보이기나 하지.
눈 먼 돈만 받는 나는
돈인지, 종이인지 분간을 못하겠더라니까'
🐞 그 때 치과 의사가 젊잖게 끼어든다.
'난 맨날 이상한 돈만 받으니 모두가 미스테리 하네'
🐛 그러자 내과 의사가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그래도 자네들은 속은 편할 것 아닌가?
하루 종일 속상한 돈만 받는 내 속은 어떻겠는가?'
🐞 '아이고 말도 말게'
건너편에 앉은 외과 의사가 핏대를 세운다.
'넌 그래도 양반이다.
피 묻은 돈만 받는 나도 있다'
🐛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정신과 의사가
술잔을 단숨에 비우며 말한다.
'자네들 알다시피
미친 돈을 받고 사는 난 돌아버릴 지경이라네'
🐞 '허어, 듣고 보니 딱하기는 한데...
내 앞에서 더는 말하지 말게나'
이비인후과 의사가 차분한 어조로 말한다.
귓구멍, 콧구멍, 목구멍,
온통 막힌 구멍만 뚫고 기막힌 돈만 받는
난 기절초풍이네 그려'
🐛 드디어 아무 말 않고 술만 마시던 비뇨기과
의사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한다.
'남자의 자존심이 걸려있어 여태 말 안했는데...
자네들 고개 숙인 돈 받아봤나?
그건 참 받기가 거시기하더라구'
🐞 그 때 회장인 성형외과 의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한다.
'난 요즘 손금까지도 고쳐 주느라 눈코 뜰 새가
없지만 내게 들어오는 돈은 하나같이 못생긴
돈뿐이더라구!
하지만 코 묻은 돈, 질 나쁜 돈, 눈먼 돈, 이상한 돈
속상한 돈, 피 묻은 돈, 미친 돈, 기막힌 돈
고개 숙인 돈, 그리고 못 생긴 돈일지라도
우리가 손가락 놀려 일하지 않으면
누가 그 돈을 주겠나?
우리 의사들만큼 불쌍한 사람도 없지만 어떡하겠나.
힘을 내야지.
자, 앞에 놓인 술잔을 높이 들고 나를 따라 하세.
"의사, 파이팅~~~"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