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142A77394F8786CB1A)
(Rainer Maria Rilke)
1875년 12월 4일 (체코) - 1926년 12월 29일
철들 무렵부터 들어온 이름, 그림움의 상관물로 떠오르는 이름,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내가 청소년기에 처음 들어본 시인의 이름이다. 내 기억에 입력된 릴케의 이미지로는 여성적인 약체와 소설 <말테의 수기>, 그리고 연상의 연인 루 살로메를 들 수 있는데 릴케에 대해서라면 이 세가지만 대충 드러내도 작가론적 측면은 거의 윤곽이 밝혀질 게 아닌가 싶다.
릴케는 1875년 12월 4일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를 받던 체코 프라하에서 지방철도국 하급관리인 아버지 요제프 릴케와 가문이 좋고 세속적인 명예욕이 강한 어머니 소피 엔츠 사이에서 태어났다. 무능한 아버지와 허욕이 강한 어머니는 결국 이혼하게 되고, 아홉 살 된 릴케는 푼수없고 허욕 덩어리인 어머니에게 얹혀살게 된다. 여기에서 얹혀살았다는 말은 릴케도 어머니를 싫어했고 어머니도 아들 릴케보다는 첫 아이이며 태어나자마자 죽은 딸을 그리워한 나머지 어린 릴케에게 여자옷을 입히고 이름도 여자 이름인 마리아로 지어줄 정도로 집착했던 것이다. 릴케는 그런 어머니를 훗날 '역겨운 여자'라고 표현했다.
11살 때 아버지의 권유로 육군유년학교에 입학한 릴케는 1890년에 메리슈-바이스키르헨 고등군사학교에 진학하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그에게 군사학교는 악몽의 세월로 기억된다. 1894년에 첫 시집 <<삶과 노래>>를 출간한 릴케는 이듬해 국가고시에 합격하여 프라하대학교에서 법학공부를 하게 되지만 예술 분야 공부와 글쓰기에 전념한다. 그 후 뮌헨대학, 베를린대학에서 문학, 철학, 미학, 예술사 등을 공부하게 되고 이런 인문학 수업은 신문에 큰 영향을 미쳐 그의 대표작인 <<말테의 수기>>같은 소설을 쓰게 된다.
1910년에 발표한 <<말테의 수기>>는 54소절로 이루어진 몽타주 기법의 소설로, 덴마크 시인인 말테가 20세기 초 대도시 파리에 와서 겪은 충격적인 심적 체험을 토대로 이루어졌다. 화려한 도시의 겉모습에 가려진 불안과 죽음의식 등에 깊이 천착하여 생의 본질적인 문제에 질문을 던지는 이 소설은 특이한 구성과 압축적인 표현 기법으로 모더니즘의 효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릴케 자신의 10여 년에 걸친 파리 생활을 대입시킨 이 작품은 노르웨이의 시인 오프스토펠더가 모델이 되었다는 설도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90B703B4F8786DE1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