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리에서 51- 이 가을엔
1
마을버스를 기다리다
가을을 만났다
청바지를 입은
가을 女人.
머리칼이 물들었네
빨간 입술,
단풍인 줄 알았다
잘 익은 사과 두 알
가슴에 열렸다
2
이 가을엔 나도
종교 하나 만들란다
목소리 높이지 마라
세뇌는 작은 소리가
좋다
초정리에서 52 - 가을밤에
왜 그들 부부가 위태롭게 보였는지,
sexless부부라서 그랬을까
지금은 소식도 끊기고 새벽에 왔던
그 사람이 문득 생각나는 것이다
고독한 예술가는 神氣가 있어 그때
그 사람도 그랬었는 데
아직도 관계없는 부부로 살고 있는지
깊어가는 가을밤에 별 걱정을 다한다
초정리에서 53 - 가을
말벌의 비상은 독수리 같다
앞발을 모으고 난다
꽃이 지자 벌들은 할 일없이
옥상으로 올라왔다
나는 해바라기를 하고
말벌이 전투기라면
고추잠자리는 민항(民航)이다
아침에 까치들이 활공시범을 하면
눈을 맞춘 잠자리는 꼬리를 물고
편대비행을 했다
햇살을 등지고
나는 에어 쇼를 보는 것이다
안테나는 발사대 같기도 하고
날개있는 것들의
계류장이다
가을산은 야단법석(野壇法席)이다
큰 나무들은 명상을 준비하고
잎들은 시한부의 사명을
다 이루었다
종(種)을 위해
밤새
풀꽃은 흔들렸다
초정리에서 54 - 환생에 대하여
전생 전문가는 말했다 인디언은 죽어서
백인으로 태어나고 그렇게 자리를 바꾸어
환생한 이들이 오류를 교정한다는
것이다 굉장히 합리적이다
내가 당신을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눈먼 사람을 당신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환생을 결정하면 입장을 바꾸게 될 것이라는
견해, 나는 그런 환생을 믿는다
첫댓글 환생이 가능한 것이라면, 과거로 가서 다시 태어나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실생활의 깊은 단상에 젖었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