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토
백서은
비쩍 마른 바람이 벌판을 헤집고 나갈 때
단단히 부여잡은 연줄이
머금은 뿌리로 녹아든 땅에
이도 저도 꿋꿋이 버티는 풀대
첫 삽을 뜬 자리 위로
속속들이 퍼 올린 꿈은
코를 울리는 울렁증으로 오고
한껏 옮긴 흙덩이가 내뻗친 환호성에
부실하던 내면을 북돋아 몰아 준 온기
봄비가 흠뻑 내려앉은 들머리엔
다 잊어버리고 섞이고 섞인 지력으로
깊은 맛은 언제나 뜸을 들이고
고비는 나날이 숨어 빛을 발하고
아득하던 소식 한 줄은
빽빽하게 늘어선 가을 자국
2023년 〈학산문학〉 120호에서
숭늉
백서은
햇살 자락 퍼진 논둑 풀처럼
꾸물대며 오르는 순정들
응어리진 결박 속에서 자유로운 일념으로
풀어지고 풀어져서
돌이켜보면 앙칼지게 매달려
찰떡같이 살아 보고 싶다만
쓰린 속 어르며 출렁대는 춤바람
솥단지 두들기며
고달픈 노랫가락 녹아들어
고개 목 너머로 가네
2021년 〈인천문단〉 50호에서
첫댓글 이상민 시조시인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올려주신 나의 시 두 편 읽고는
더 좋은 시를 쓰도록 해야겠다 하는 다짐이 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