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공부와 나의 수업 / 김유정

[김유정]

진짜 공부와 나의 수업 / 김유정

임용 합격 후 첫 발령을 받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있었던 일이다. 당시 중학교 1학년 담임을 맡아 우리 반 아이들과 수업을 하고 있었다. 어떤 내용을 수업하고 있었는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내 수업을 아이들은 지루해하고 힘겨워했다. 곳곳에 조는 아이들이 있었고, 수업을 듣지 않고 떠드는 아이들도 많았다. 처음에는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수업에 집중하자고 다독였다. 아이들은 잠시 집중했지만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커져갔고 나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르러 폭발하고 말았다. 엄청나게 화를 냈고, 너희가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나도 수업하지 않겠다며 교실을 나가버렸다.

사실 너무 서러웠다. 나름대로 열심히 수업을 준비한다고 했는데 내 마음을 몰라주는 아이들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도 정말 힘들었다. 나 스스로도 알고 있는 부족한 내 수업을 억지로 끌고 나가는 게 쉽지 않았다. 곧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내 잘못인데 아이들에게 화를 내며 교실 밖을 나가버린 내가 너무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아이들에게 사과하는 편지를 썼다. 미안하다고, 재미있고 알찬 수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너희들도 조금만 더 노력해달라고. 편지를 들고 반으로 돌아갔는데 아이들이 먼저 쭈뼛쭈뼛 다가와 편지를 내밀었다. ‘선생님 죄송해요. 열심히 수업 들을게요.’ 제일 말썽쟁이였던 아이까지 편지를 건네는 모습에 눈물이 터져버렸다.

훈훈하고 감동적인 일화 같지만, 이 일화의 뒷이야기를 하라고 한다면 조금 망설여진다. 여전히 내 수업은 아이들도, 나 자신도 힘들어하는 수업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 모여 공부를 한다. 수업 시간에 교실에 앉아 다양한 교과목을 배우고 선생님들은 열심히 수업을 하신다. 나 역시도 아이들을 위해 수업을 한다. 그런데 내 수업을 듣는 아이들에게 국어 공부는 어떤 느낌일까. 나조차도 헤매고 있는 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고 있는 걸까. 나는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해진다.

공부를 하러 학교에 왔는데 공부를 하지 않는 아이들. 아니 공부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까, 진짜 공부를 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고 연수도 들어봤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몰아치는 행정업무에 수업 준비를 하는 것조차 힘들었고 나는 수업을 하는 교사가 아니라 일을 하는 회사원이 된 것 같았다. 점점 수업이 내게 짐이 되기 시작했고 수업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도 줄어갔다. 수업에 대한 열정이 식은 채로 첫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최근 학교를 옮기고 수업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여유가 조금 생겼다는 것이다. 또 1정 연수를 받으러 와서 수업에 대해, 아이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수업에 대한 열정이 조금씩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선생님들과 함께 대화하며 아이디어를 모으고 서로 배우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 이번 연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워갈 것이다. 앞으로의 내 수업에 큰 변화가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진짜 공부를 하면 좋겠다. 제발 뭐라도 배웠으면 좋겠다. 진짜 공부를 위한 답은 없겠지만 오늘도 난 수업을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