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은 내가 해야 할 일, 내 몫의 일. 그리워하는 것이 내 몫이다. 내 몫을 누구에게 주려고 하지 않는다. 내 몫의 일은 임을 보내는 것. 구태여 보내는 것. 임을 보내는 것이 나의 몫이요, 나의 할 일이라고 믿고 있으므로 구태여 보낸다. 있으라고 했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굳이 가라고 하니까 임은 갔다. 보내는 것은 내 몫이었지만 그 이후에 그리워하는 것은 나의 몫으로 되어 있던 것이 아니다. 보내고 나서 그리워하는 정은 나도 몰랐던 것이다. 보내면 그것으로 나의 할 일을 다 한 것이고,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고 그리워하는 정이 있으니 어쩔 줄을 모른다. 임을 왜 보냈는지 그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보내야만 한다는 것, 그것이 나의 일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사람이 자기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뜻한다. 이 사람이 말하는 자기의 몫은 가지지 않고 자기가 가지지 않고 놓아 보내는 것이다. 구태여 가지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구태여 보내는 것을 이 사람은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보냈으면 자유로워져야 하는데 그리워하는 정이 생겨나서 그것은 자기의 몫이 되었다. 완전히 자기를 비울 수는 없다. 사람은 그런 존재. 비우면 無나 空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예상 못한 것이 들어차게 되어 있고 그것을 언제나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