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덕 씨의 병역거부를 지지하며
여기 한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 앞에 선 이 청년은 지금 국가에 의해 자신에게 부과된 병역을 자신의 신념에 따라 거부하겠다고 말합니다. 굳이 부연하지 않아도, 병역이 신성시되는 경직된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결정은 본인과 그 주변인들에게 많은 짐을 지도록 하는 결과를 불러오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감옥에 갈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그가 던지고자 하는 질문은 대체 무엇이고, 그가 살고자 하는 삶은 대체 무엇일까요?
백승덕 씨는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을 탄압하는 한국사회에 대해 지적합니다. 전시상황이라는 명분으로 대치와 경쟁을 심화시키는 국가권력에 대해 지적합니다. 그는 관계의 연대라는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하고, 대치와 경쟁을 완화해나갈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런 가치들을 위해 자신은 불의한 권력에 타협하지 않고 저항하고자 병역거부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날로 엄혹해져가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 이 청년의 얘기는 충분히 되새기고 고민해봐야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와 평화는 희생 위에 설 수 없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주어야할 것은 공감과 이해이지 희생의 강요는 아닙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가 살고있는 이 사회가 어떻게 외부적으로, 또 내부적으로 대치와 경쟁을 부추기며 전시상황을 만들어가는지 주시해야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부과되는 의무가 어떻게 다른 약자와 양심과 삶에 대한 억압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우리는 여기 이 청년이 들려주는 '기쁜 소식'에 귀를 기울여야할 것입니다.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이 잔치의 주인이 되도록 요청하고, 저항을 통해 연대하고 삶의 주인이 되겠다고 외치는 이 '기쁜 소식'에 대해, 우리 사회는 스스로의 무관심을 반성하고, 평화를 고민하고, 여기 이 청년과 그와 비슷한 고민을 할 수많은 젊음들이 더이상 번민에 시달리다 감옥에 가지 않도록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기쁜 소식'으로 화답해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앞으로 백승덕 씨가 감당해야할 것들은 그리 기쁜 것들이 아닙니다. 버거운 사법절차와 낯선 감옥생활, 수많은 비난과 몰이해 같은 것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그런 것들을 앞서 겪은 입장으로 그것을 생각해보면 그가 앞으로 견뎌내야할 시간의 무게가 느껴지는 듯해 마음이 무겁고 답답해집니다.
다만 이제 막 저항의 목소리를 내며 힘든 걸음을 내딛는 그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저와 많은 사람들이 그와 함께 하고 있다는 연대의 감각 뿐입니다. 그 관계가 가져다주는 힘 속에서 백승덕 씨가 조금이나마 힘을 내고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백승덕 씨를 비롯해 수많은 작은 목소리들이 그 자체로 인정받고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가 속히 오기를 바랍니다.
2009. 9. 7.
여주교도소에서 이길준
* 백승덕씨는 2009년 9월 7일 입영영장을 받았지만 입대하는 대신 9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병역거부를 선언하였습니다. 승덕 씨는 대학시절 가톨릭학생운동을 해왔던 가톨릭 신자이고 다양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온 청년입니다.
병역거부자 백승덕 후원모임 http://club.cyworld.com/gomgoem
첫댓글 또 한 명의 고결한 선언자가 있군요. 먼저 고행과 영광의 길을 건너고 있는 길준씨의 역할과 지지가 가장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뒤에서 연대와 지지를 보내는 많은 이름없는 시민들이 있음도 상기시켜 주세요. 언제까지나 당신들의 순결한 용기와 함께 하겠습니다.
한 청년의 가는 길이 자신과 이 사회에 희망과 평화의 출구가 되어지리라 믿습니다...편지 고맙습니다^^
누군가의 희생없이는 진화되지 않는 것이 우리들 인간세상인 것 같습니다. 희생을 두려워 하지 않는 우리들의 선진이 있었음으로 하여 우리는 지금 이만큼이라도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 오면 순결한 영혼 살아있는 양심이 숨쉬는 사회를 그려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