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얼굴을 내민 달래도 2천 원어치 사고, 미끈하게 잘생긴 당근도 두 개 천 원을 주고 샀다. 장에 온 김에 넉넉히 사두고 싶어서 아까 냉이를 팔던 할머니께 다시 가서 천 원어치를 더 샀다. 양 손에 잔뜩 드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 앞으로 열흘 정도는 반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벌써부터 쌉쓰레하면서도 향긋한 냉이 향이 입 안에 번져나간다.
시골 오일장에서 칠천 원으로 여유로운 마음과 넉넉한 인심을 얻었다.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질 때면, 그리고 아무짝에도 쓰잘 데 없는 욕심이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를 때면 딱히 살게 없어도 가끔 장에 간다. 팍팍하고 힘들지만 담담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축 처져 있던 온몸의 세포들이 시나브로 되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오히려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나를 찌를지도 모르는 쓸데없는 욕심일랑 장바닥에 내려놓고 장의 소박하고 건강한 일상 한 조각을 얻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