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20일을 함께한 제 가방..
저 토끼털 귀마개가 없었다면, 저는 아마도 귀 없이 산티아고 도착했을 껍니다..
지붕위로 보이는 뾰족탑들...
산티아고 대성당입니다..
순례자들이 도착해서 손짚고 서서는 긴 숨을 내쉬던 기둥...
야고보 성인의 묘
작년이 딱.이자리에서 단체사진을 찍었었는데
올해는 저 혼자입니다...
근데..혼자였을까요?? ㅎㅎ
지금 되돌아보니, 혼자가 아니였습니다..
빠야라고하는 스페인 요리입니다.
해물 볶음밥이죠..
뽈뽀와함께 제가 좋아하는 스페인 음식입니다.
3월 20일2011년 사준 제 2주일
제1독서-하느님께서 아브람에게 새 이름을 주시며 약속의 땅으로 가라 하심.
제2독서-사도 바오로가 티모티에게 전교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심
복음-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몬테 도 고조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는 4.5킬로미터 정도 됩니다..
산책한다는 기분으로 걸어도 한시간이면 당도하는 거리입니다.
느긋한 아침의 여유를 즐기며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와이팡의 사치로 독서와 복음을 읽어보는 감사도 드렸습니다.
그저, 그래 그래..하면서 말씀보다는 제가 가야할 길과 목적지인 산티아고라는 것에만 맘이 부풀어서
묵상할 구절도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랬습니다.
길을나서 산티아고로 드뎌 들어가는 구나...라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렇게 걷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좀 그리울 것도 같았습니다.
지붕들 위로 뾰족 솟아올라와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의 탑들....ㅜㅜ
성당앞 광장에는 벌써 몇몇 순례자들이 도착해 있습니다.
순례자 사무실이 한시간쯤 후에 문이 열립니다.
ㅎㅎㅎ 나도 드됴 증서를 받는구나하고 당당히 도장들로 가득찬 순례자 여권을 내보였습니다.
아뿔싸....다니엘 심님 2% 모자른거 잘 모르셨죠??
전체에서 100킬로가 아닌! 마지막 100킬로를 걸어야만 "compostella"라고하는 정식 증서를 받을 수가 있답니다.
저는 전체 390킬로미터를 걸었지만, 마지막에는 신부님이 알려주신대로! 멜리데에서 걸어들어갔기때문에
그저 '걸어서 산티아고에 도착했음을 증명해줌'이라고 쓰여있는 증서만 받았습니다..ㅠㅠ
그래도 혼자 위로하며 대견해하며 좋~~~다고 사진 찍은거 보이시죠?? ㅎㅎ
12시가 되어 주일미사가 시작합니다.
산티아고 대성당 중앙제대의 촛불이 밝혀지고,
비록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분명 무슨 말인지는 정확히 알 수 있는 가톨릭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처내서 감사에 감사를 더해 기쁨과 환희의 성체를 영할 수 있었습니다.
옆에 아저씨도 같이 우셔서 덜 챙피했어요~^^
그렇게 주일 미사를 봉헌하고 숙소를 찾으러 돌아다니던 중,
이름은 비록 모르지만, 어제 하룻밤 알베르게에서 함께 지낸 폴란드 여성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역쉬 생활력 강한 동유럽 여성... 숙소 관련 팜플렛을 한 손 가득 들고 있습니다.
다시 만난 것도 우연이라,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어요.
하느님은 저를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제게 필요한 사람을 꼭 만나게 해 주시는 분이시랍니다.
카미노 위에서 만나 처음으로 함께 하느님을 찬양할 수 있었던 사람.
이 날의 독서와 복음이 제게 필요했던 살아있는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이 여성을 통해 느끼게 해주셨어요.
산티아고에 도착한 것이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나'의 생각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아브라함이 하느님을 믿고 떠난 것 처럼, 우리 역시 새 믿음으로 하느님께서 알려주시는 곳을 떠나야하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두려움은 없어야한다. 왜냐믄, 사도 바오로가 우리에게 두려움은 신앙과 전교의 삶에서 필요없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잘 설명해 주셨기때문이다.
그러게 살아간다면, 예수님의 변모는 곧 우리의 거룩한 변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폴란드 여성의 말씀 해석이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타이미 역시 아주 적절하지 않습니까?
아침에 어...어...좋은 말씀이야...어..사순 2주쯤에 예수님 변모하셨구나...라고
산티아고 도착의 흥분에만 마음을 내어준 제게,
하느님은 이 폴란드 여성을 통해 말씀을 하신 겁니다.
저의 산티아고 도착은 결코 끝이 아님을..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함을...
역시 살아있는 말씀....!!!
그렇게 짧은 만남이었지만, 큰 충격과 가르침을 남기고 그 여성은 떠났고,
저는 다시 대성당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무도 없는 오후 4시의 성당....
충분히 야고보 성인의 은망토르 부여잡고 기도할 수 있음을 감사드렸습니다.
그리고는 성체 조배실에 앉아 지금까지의 여정에 대하여 다시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프랑스, 생장 피에르 드 포트에서의 시작에서부터 오늘 이 순간까지....
먼저 이 길 위에서 남김없이 담고있던 생각들을 다 쏟아내서 되돌아 볼 수 있었던 것..
그리고 필요한 것들만 남기고 청소할 수 있었던 것..
얻어가야 할 것을 담을 수 있었던 것..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되짚어보니,
카미노는 산티아고에 도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였구나..라는 것을 깨닳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그 길을 걷고, 그 길 위에서 어떤 생각을 하였으며
무엇을 배우고, 앞으로 무엇이 변화되어야 하는 지를 생각하게끔 하는 길...
그런 시간과 생각을 허락해주는 길...
다시하번 2% 모자른 다니엘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신부님이 아니셨다면, 그 모든 것들이 제게 남겨지지 않았을 테니까요.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어떻게 앞으로의 나날들을 꾸려나가야할 지를 알게 해준 순례..
매일 매일 조금씩의 눈물을 쏟으며 걸었던 길..
그 눈물에서 하느님의 마음을 참으로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고
내 안에 있던 쌓여있던 쓰레기들을 청소하고 정리할 수 있었던 시간과 공간을 가능케 해주심을 감사드린 날...
고통과 한탄의 눈물이 산티아고에서 기쁨의 눈물로 바뀌는 기적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첫댓글 2% 모자람이 아니라 2%의 가능성으로 살아가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