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에서 [청년예수]라는 소식지를 발행하는데요.
봄학기 기독청년통일아카데미 공부한 내용을 글로 나누었어요.
http://eyck.or.kr/bbs/board.php?bo_table=newspaper&wr_id=7
미움과 거짓을 만드는 대립과 갈등을 푸소서
-2021년 기독청년통일아카데미 공부에 함께하며-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지구 공동체의 생명평화를 염원한 생명평화 고운울림 1000일 기도순례에 길벗들과 함께했습니다. 900일을 향하던 2020년 2월, 중앙아시아와 유럽에서 순례를 마칠 때 전 세계적인 코로나 돌림병을 맞았지요. 그 이후, 미국은 대통령이 바뀌었고 남과 북의 지도자들이 평화를 바라며 교류했던 흐름은 끊겼습니다. 평화로 향하는 길이 열리는 듯했던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습니다.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와 함께 준비한 <기독청년통일아카데미>는 그동안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공부였습니다. [한반도 분단과 학살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최태육 님께서 해주신 강의가 기억에 남는데요. 최태육 님은 2003년 강화와 교동지역 희생 사건을 조사하면서 학살에 관한 연구를 했습니다. 연구는 두 아들이 학살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타살된 50대 어머니의 묘지 앞에서 도대체 왜 두 아들을 잃은 어미마저 죽였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했지요.
인간은 전쟁 통에서 생존을 추구하기 마련인데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은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합니다. 생존을 위해 자기 진영의 이념과 신념으로 다른 존재를 학살합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서로를 적대시하는 이념과 신념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라는 불가사의한 학살사건을 일으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수그러들지 않는 적대감은 수단 가리지 말고 이겨야 한다는 배타적 경쟁으로 이어집니다. 전쟁과 학살이 사람들에게 남겨 놓은 것은 누구나 나를 죽일 수 있다는 불안감인데요. 사람에 대한 불신, 생존에 대한 강박은 상호 공존보다 나의 생존을 우선시하는 배타적 경쟁 문화를 만듭니다. 이 배타적 경쟁이 우리 사회, 정치, 경제, 종교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분단이데올로기가 우리를 사로잡는 하나의 우상으로 작동하는 것이지요.
자기 신념을 강화하여 학살에 앞장섰던 기독인들이 있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신념으로 살아가는 기독인들이 분단 우상에 자유롭지 않았던 것이죠. 반면, 평화를 위해 자신을 낮추고 헌신했던 기독인으로 인해 학살이 없었던 어느 마을의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전쟁 중 평화를 만든 사례는 극히 드물지만, 평화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중요한 발견이었습니다.
생명평화를 기도한 순례가 코로나 돌림병으로 멈춘 것 같았지만, 코로나 돌림병은 아파하는 생명에 더 주목하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는 순례는 하지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텃밭을 힘차게 일구는 자리가 열렸습니다. 밭 생명과 함께하며, 평화를 몸에서부터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몸과 일상에서 누리는 평화는 마을과 교회로 퍼져나가 한반도와 동북아, 지구 공동체로 뻗어갈 것이라는 희망을 보았고요. 평화를 큰 담론으로만 생각한다면, 현재 정세는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평화를 나와 관계 안에서 미움과 거짓을 만드는 대립과 갈등을 푸는 것에서 시작한다면, 희망의 싹은 이미 돋았고 무성해질 것입니다. 그렇게 평화를 만들어가는 삶 힘차게 살아가기를 마음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