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일곱번째 커피칼럼 - 박병국
커피와 인간의 이기심
카페에 하루종일 있노라면 심심할때가 많이 있다.
그럴때면 어김없이 나의 취미중의 하나인 미스테리에 관련된 웹서핑을 한다.
모든 미스테리 내용들이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까지 세상을 흔들게 만들었던 종말론 같은 내용들은
언제나 단골 인기메뉴 중의 하나이다. 마치 카페의 아메리카노 처럼.
가만히 그 내용들을 정독하고 있노라면, 항상 그 안에 내포되어있는 '인과' 관계상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은
이모든 종말이 인류로 인해 벌어진 종말이니, 인류가 빨리 정신을 차리고 계도하지 않으면 (미스테리 관련 저자들의 표현)
인류는 멸망하게 되리라는 내용이 태반이다.
인류가 얼마나 큰 일을 저질렀기에 그러는 것일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너무 비약적인건 아닐까?' 싶은 마음에 커피쟁이 답게 커피쪽 생각을 해봤다.
'아!!' 하고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한가지가 있었더랬다.
요새 들어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을 커피인 '코피루왁' 이라는 제품이 생산 되는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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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코피 루왁' 은 인도네시아 에서 서식하는 '사향고양이' 라는 동물이 커피 열매를 먹고 배설을하면, 그 배설물에는
커피씨앗, 즉 우리가 먹는 커피 콩이 나오게 되는데, 그걸 깨끗이 씻어내어 먹는 커피다.
맛이 뛰어나다 라는 느낌 보다는 진귀한 물품이라 비싼 커피에 속하는 녀석이고, 비슷한 녀석으로는 '베트남'의 '다람쥐 똥 커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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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서는 상품 가치가 한껏 높아진 루왁을 제조하기 위해 사향고양이를 잡아들여 좁은 철창안에 가뒤놓고 억지로 커피를 먹여서 커피를 얻어내고 있다.
그 사향 고양이 들은 먹기 싫어도 억지로 먹고 배설해야하는 인간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사육이 진행되고 있다.
자고로 예전에는 먹기위해, 아니면 농사를 짓기위해, 사냥을 위해, 적절한 개체수 만큼의 사육이 있었다고 알고 있지만, 더 가지고 싶은 욕심으로 인해 필요 이상의 사육이 이루어 지게 되었고, 동물들은 자연의 일부가 아닌 인간의 영역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는 그런 모습이 안타깝게 보였다.
물론 그 나라에서는 그게 사업이 되기에 하는 건 알겠지만, 돈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인간의 이기심이 지구를 망치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 그런 씁쓸한
느낌이 엄습해 왔다.
'공정무역 커피' 라는 걸 알고 계시는 분들이 얼마나 계신지 모르겠지만, '공정무역 커피' 또한 커피를 수확하고 가공하는 노동자 들에게 제대로 된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사리사욕을 챙기는 농장주 들이 많은데, 그런 부분을 개선하고자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농장주 들이 모여서 '제대로 된 임금을 생산 노동자들에게 지불한 커피'임을 인증하는 마크를 달고 나오는 커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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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때문에 종말이 올거라는 종말론에서는 늘 얘기 하는게 있다. 아직 인류에게 희망은 있다는 내용이다. 아직은 올바른 사람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나.??
어찌되었건 나의 기괴한 취미덕에 많은걸 생각해본 요즈음, 날씨를 보면 비가 땅을 뚫어버릴듯 오다가 갑자기 밝게 햇빛 나다가, 또 금새 비오다가, 정말 한치 앞을 알수 없는 날씨를 겪노라면 괜시레 등골이 오싹해 지기도 한다.